[앙자의 색연필] 기업을 바라보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그린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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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김민석
김민석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김민석 집필위원] 지난 4월 22일은 50주년을 맞이한 ‘지구의 날’이었다. 지구의 날은 1969년 1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에서 있었던 기름유출 사고를 계기로, 1970년 4월 22일 미국의 상원의원 게이로 닐슨(Gaylord A. Nelson)이 하버드대학교의 데니스 헤이즈(Denis Hayes)와 함께 ‘지구의 날’ 선언문을 발표하고 행사를 주최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1969년 당시 미국의 정유회사인 유니언 오일사가 폭발물을 이용하여 산타바바라 부근에서 원유시추를 하던 중, 시추시설에 문제가 생기면서 원유 10만 배럴이 유출되어 인근바다를 오염시키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캘리포니아 환경법안(California Environmental Quality Act, CEQA)과 연방환경정책법(National Environmental Policy Act, NEPA)이 통과되는 계기가 될 정도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 이후로 석유 소비는 해양오염뿐만 아니라 대기오염과 기후 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정유회사를 중심으로 환경관련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고, NGOs의 감시도 더욱 강화되었다. 하지만 기업이 야기하는 심각한 환경문제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기업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5년부터 10년동안, 그린피스(GREENPEACE)와 베른선언(Berne Declaration)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을 선정하고 일명 ‘퍼블릭 아이 어워드(Public Eye Award)’를 시상하였다. 부끄러움의 전당(Hall of Shame)에까지 오른 기업으로는 의류업체인 갭(GAP)을 포함하여 로얄 더치 쉘(Royal Dutch Shell), 바클레이(Barclays), 월트 디즈니(The Walt Disney Company), 씨티그룹(Citigroup Inc.), 월마트(Walmart) 등이 있었고, 이중에서 왕중왕(Limited Award)을 차지한 기업은 2006년 심각한 환경문제를 일으켰던 쉐브론(Chevron)이었다. 당시 쉐브론은 에콰도르 북부 우림지역에 180억 갤런 이상의 유독성 폐수, 1,700만 갤런의 원유를 유출하여 환경을 훼손하였고, 지역주민의 건강위기뿐 아니라 생물을 멸종위기에 처하게 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에 나쁜 기업 왕중왕 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 Public Eye Awards 2015: A Requiem for the World Economic Forum by The Yes Men/ⓒ 유튜브화면캡처

기업은 문제만 일으키는 문제아일까?

앞서 다룬 쉐브론은 정말 나쁜 기업일까? 쉐브론은 1879년에 창립된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미국의 2위 석유업체이다. 비록 한때 사회, 환경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기는 했지만, 지속가능경영을 잘하기 위해 환경, 사회, 경제분야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방법으로 좋은 회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 기업은 어떨까? 정유산업이 환경에 큰 해를 끼친다는 것이 일반화되어서인지, 오히려 석유관련 기업은 환경보호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리고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유한킴벌리처럼 나무를 원재료로 하는 기업 또한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다. 국내 대부분의 국민이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유한킴벌리의 사회공헌 활동이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이다.

유한킴벌리는 1984년부터 지금까지 36년간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숲환경 캠페인을 통해,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사회적 책임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국공유림 나무심기와 숲가꾸기를 통해 건강한 숲을 만들고, 동시에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숲과 사람의 공존을 사회에 제안하고 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나무심기운동, 지역 숲 모델 조성, 숲가꾸기 운동, 도시숲, 학교숲, 북한산림복구, 몽골 사막화방지숲, 아름다운숲 보전운동 등과 청소년 그린캠프, 시니어 산촌학교, 자연사랑 문학지원사업 등 매우 다양한 환경보호 활동이 포함되어 있다.

유한킴벌리 홈페이지 화면캡처/ⓒ http://www.yuhan-kimberly.co.kr/Society/Forest/

그리고 한국의 주요 에너지 기업 중 하나인 에쓰오일도 사회와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이다. 에쓰오일은 ‘햇살나눔’이라는 비전하에 기업시민으로서의 책임을 선언하고 영웅 지킴이, 환경 지킴이, 지역사회 지킴이, 소외이웃 지킴이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중 환경 지킴이 활동 중 ‘천연기념물 지킴이’ 프로그램은 맑고 깨끗한 자연유산을 지키기 위해 2008년 5월부터 문화재청과 협약을 맺고 국내 최초로 멸종위기에 놓인 천연기념물을 보호하는 활동이다. 수달(제330호), 두루미(제202호), 어름치(제259호), 장수하늘소(제218호)를 보호종으로 선정하여 강원도 화천과 철원, 전북 무주 지역에서 서식지 보존, 모이주기, 치어방류, 치료약품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각각의 천연기념물 보호종을 만화같이 친숙한 캐릭터로 제작하여, 천연기념물과 시민과의 거리감을 좁혔고, 제작된 캐릭터는 천연기념물 보호를 위한 신문, TV, 회사 사보, 주유소 매거진 등 다양한 홍보매체에 사용하여 자연스럽게 천연기념물을 알리는 홍보효과를 얻고 있다. 또한 대학생 천연기념물 지킴이단을 선발하여 보호활동과 연구를 지원하는 한편, 전문단체 연구 지원, 어린이 천연기념물 교실과 생태캠프, 임직원 가족 자원봉사활동을 전개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환경보존과 천연기념물 보호의 필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기업을 바라보는 의심의 시선, 그린워시

2000년대 중반 에쓰오일은 ‘에쓰오일을 넣으면 자연도 반가워합니다’, ‘에쓰오일은 자연을 사랑합니다’라는 카피를 통해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 철학을 알렸다. 하지만 이러한 문구를 접한 일부는 석유업체가 환경오염을 많이 시키는데 어떻게 자연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느냐며 해당기업이 그린워시를 하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그린워시(greenwash)는 green과 whitewash의 혼성어로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환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늘고, 친환경 제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환경친화적인 이미지를 상품 제작에서부터 광고, 판매 등 전 과정에 걸쳐 적용·홍보하는 그린 마케팅(green marketing)이 기업의 필수 마케팅 전략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기업 이미지를 좋게 포장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린워시의 사례도 증가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업들의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고발하기 위해 미국의 다국적기업 감시단체인 코프워치(Corpwatch)는 매년 4월 22일 지구의 날에 ‘그린워시 기업’을 선정하여 발표하기도 했다.

ⓒ 유튜브화면캡처

그린워시의 역사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대에는 메디슨 애비뉴 광고회사(Madison Avenue advertising)의 임원인 제리 맨더(Jerry Mander)가, 1969년 환경오염을 위한 활동비용보다 8배나 많은 비용을 광고에 사용하는 것을 지적하며 에코포르노그래피(ecopornography)라는 단어로 그린워시와 유사한 개념을 사용하였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환경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미국내 가정용 상품을 만드는 기업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기업이 재활용할 수 있는(recyclable), 생분해되는(biodegradable), 오존을 파괴하지 않는(ozone friendly), 퇴비화되는(compostable) 등의 단어를 사용하여 광고하였다. 그리고 퍼블릭 아이 어워드의 왕중왕 상을 받은 쉐브론도 적대적인 입장을 보이는 이해관계자와 사회적인 평판을 고려하여 ‘people do’라는 광고를 선보였다. 물론 쉐브론은 이 광고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어필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광고를 한 기업들이 실제로는 환경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결과가 밝혀지면서 이들 또한 그린워시라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 환경은 기업의 매우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었다. 그리고 그린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더 늘어났다.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중 한 곳인 BP는, 가장 큰 친환경 태양에너지 기업인 솔라렉스(Solarex)를 인수하는 데 4,500만 불을 사용한다는 대대적인 선전을 했으나, 알래스카에서 화석연료인 석유탐사에만 5년간 50억 불(태양에너지에 쏟는 비용보다 100배 이상)을 사용하면서 이 기업의 솔라렉스 인수 홍보는 그린워시라는 불명예를 안고 빛이 바랬다. 또다른 거대 석유회사인 쉘(shell)은 ‘이익 또는 원칙(Profit or principle)’ 이라는 광고시리즈에서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에 대해 지지하며,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사진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쉘은 재생에너지에 단 0.6%만 투자하여 쉘의 말과 행동이 불일치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진퇴양난,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기업 입장에서는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의 특성상 비즈니스를 하려면 자연을 훼손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해당 기업은 비즈니스를 중단해야 할까?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는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현재 우리 일상생활에 석유가 없다고 가정해보자. 당장 원자력을 대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도 어렵고,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분류되는 풍력이나 수력, 태양광으로 전체 필요한 에너지원을 대체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업이 비즈니스를 하면 자연을 오염시킨다고 하고, 환경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면 그린워시라고 치부 당한다. 그러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기업 입장에서 시도해 볼 만한 것이 있다. 가장 먼저는 진정성을 갖고, 실제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사회공헌 차원의 자연보호 활동도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상에 있는 공정을 친환경적 관점에서 디자인해야 한다.
원재료 채굴 과정, 공급망에서의 과정, 생산과 유통 과정 그리고 폐기 후 재사용 과정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물론 완벽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기업은 이러한 노력을 하면서 동시에 환경과 관련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환경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광고를 한다면 언젠가 소비자도, 기업의 그린워시를 감시하는 NGOs도 해당 기업의 진정성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기업은 그린워시라는 오해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앙자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경영학 박사), 대학에서 환경을, 대학원에서 마케팅과 CSR, 지속가능경영을 공부하고, 삼성에버랜드, 삼성전자, LG전자에서 일했다. 현재는 연구소와 대학교에서 ‘나은 삶을 함께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준법진흥원 원장으로 윤리경영, 준법, 컴플라이언스 등 ISO 인증 및 교육을 하고 있다. e-mail: lab.sustain@gmail.com / kazak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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