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 장애인 주차표지 발급, 급물살 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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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최혜영 의원과 한국장총,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4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장애인 사용 자동차 표지 발급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더인디고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최혜영 의원과 한국장총,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4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장애인 사용 자동차 표지 발급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더인디고
  • ‘차량’ 아닌 ‘당사자’ 중심 발급 “공감”
  • 51만명에 신규 18만명 추가, “주차구역·오남용 등 우려”
  • 이동권 보장 못 받는 18만명은 차별… 대책 세워야!
  • 최혜영 의원 등 국회 차원의 법개정 추진 ‘주목’

[더인디고 조성민]

‘차량’이 아닌 ‘사람’ 중심의 장애인 주차표지 도입 필요성을 두고 열띤 논의가 펼쳐졌다.

주차표지 발급 시 자동차 보유 기준을 적용하는 현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장애인 당사자에게 직접 발급함으로써 택시나 공유 차량 탑승 시에도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할 수 있도록 개선하자는 취지다.

현행 장애인 주차표지 발급은 장애인 당사자의 용이한 승하차 등을 위해 ▲보행장애가 있는 장애인 ▲그 가족이 보유한 자동차 ▲장애인복지시설·단체 등이 보유한 자동차 등에 발급된다. 문제는 장애인 당사자 소유의 차량이 아닐 경우 전용 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

반면 미국이나 유럽 일부 국가 등 해외에서는 자동차 소유와 관계없다. 장애인이 운전하거나 이동 보조가 필요할 경우 주차표지를 발급하고 있다. 더불어, 보행자 거리나 주차금지구역에도 예외적으로 제한된 시간 내에 주차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기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37개 장애인단체가 함께하는 2022대선장애인연대는 ‘사람 중심의 자동차표지 발급’을 통해 개인의 이동권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역시 지난 3월 6일 사람 중심의 주차편의제도 개선을 ‘소확행’ 공약 87번째로 내세웠다.

▲자동차 표지 발급 개선방안 토론회 참석자들의 기념촬영 장면. ©더인디고
▲자동차 표지 발급 개선방안 토론회 참석자들의 기념촬영 장면. ©더인디고

민주당 이상민, 최혜영 의원과 한국장총,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4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장애인 사용 자동차 표지 발급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람 중심 공감’, 제도 변환에 따른 우려’… 연구·조사 등 신중한 접근 주문

결론적으로 이날 발제 및 토론자들은 사람 중심 주차표지 발급의 의미와 필요성은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제도 변화에 따른 혼란과 우려가 있는 만큼 정확한 진단과 보완책 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 역시 큰 이견은 없어 보인다.

여러 장점과 의미에도 불구하고 공통으로 제기된 우려는 ▲주차표지 대상자 확대로 인한 전용 주차공간 부족 ▲주차표지 발급대상과 범위 ▲주차표지 오·남용 ▲자신의 차량을 전용주차구역에 두고, 다른 차를 이용 또는 주차할 경우 두 차량 모두 인정 여부 ▲복지시설 등의 발급 형태와 전반적인 관리체계 ▲핸드컨트롤 등 차량구조 개선 없는 공유 차량이나 렌터카 이용 한계 등이 대표적이다.

2018년 말 기준 전체 등록장애인 중 보호자 포함 약 20%인 51만7000명이 주차 가능 표지를 발급받았다.
문제는 보행상 장애가 있음에도 운전을 할 수 없거나 경제적 여건 등으로 인해 차량을 보유할 수 없는 장애인 수가 18만 명에 이른다. 이들 모두에게 주차표지가 발급될 경우 자칫 현재 전체 주차 면수의 3.62%(2018년 기준)를 차지하는 전용주차구역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정책위원장은 “실태조사나 욕구조사 등을 통한 충분한 검토 및 사전 연구”를, 한국장애인개발원 이혜경 연구개발팀장은 “‘장애인등편의증진법 시행령’ 제7조의3 제2호 개정 등 현행 제도에서의 개선점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차량을 보유하지 않은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의견조사나 관계부처, 임차 및 공유 차량업체 등 다양한 관계기관들과 대안 모색 필요성” 등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주차구역·오남용은 공통적인 존재해외사례 등 문제 대비한 제도 전환 병행

▲사진 왼쪽부터 김종배 교수, 이문희 관장, 이용석 정책위원장 ©더인디고
▲사진 왼쪽부터 김종배 교수, 이문희 관장, 이용석 정책위원 ©더인디고

반면 연세대학교 김종배 작업치료학과 교수는 미국의 플로리다주와 텍사스주를, 전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이문희 관장은 독일의 사례를 통해 사람 중심의 주차표지 발급 필요성을 뒷받침했다.

또 국내 도입 시 우려되는 문제 해결 방안으로 김 교수는 “주차표지 악용이나 불법주차는 물론 심지어 신고의무를 회피한 사람에게도 벌금을 부과하는 미국처럼, 강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이 관장은 독일 사례를 들며 “주차카드에 유효기간과 운전자 사진 삽입을 통한 예방책과 더불어 부족한 주차구역을 감안, 주차표지 발급 대상자를 보행상 장애인 중심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장애인 주차표지. 차량에 걸 수 있는 플래카드 형식으로 장애인 운전자에게 발급됐다. /사진=토론 자료집
▲미국 플로리다주 장애인 주차표지. 차량에 걸 수 있는 플래카드 형식으로 장애인 운전자에게 발급됐다. /사진=토론 자료집

제시한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결국 전용주차구역 부족과 주차표지 오남용 등은 표지 발급 대상을 떠나 어느 나라든지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이용석 정책위원은 차량을 운행하는 장애인 당사자 10명을 대상으로 한 자체 설문조사한 결과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정책위원은 “응답자 중 6명은 ‘다른 차를 이용할 때도 전용구역에 주차할 수 있다’는 찬성을, 3명은 ‘불법주차가 더 늘 것 같다’고 반대해 사실상 제도 변화에 대한 기대가 더 높게 나타났다”며,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응답자 중 일부는 ‘제도 변경에 따른 혼란’ 혹은 ‘발급대상이 어떻든 내가 원할 때 주차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답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4조제8항’에 규정한 전용 주차공간의 설치 비율을 개정, 물리적 확대 및 오용 문제를 고려한 제도 전환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특히, 대상과 서비스 등으로 제한하는 국내 복지제도의 특성상 누군가 탈락하지 않는, 세심한 개선 노력”을 주문했다.

장애 혹은 경제적 이유로 차량 없는 18만명, 이동권 보장 염두에 둬야!

한편 이날 토론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박종균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은 “사람 중심 발급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오남용 방지를 위한 단속 강화나 시민의식의 필요성” 등 원론 수준에 그치자, 토론을 주최한 한국장총 김동호 정책위원장은 “이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18만명은 차별당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이 문제까지 포괄적인 접근은 결국 사람 중심의 전환인 만큼 과감한 추진”을 역설했다.

김 위원장은 “18만명에게 주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더라도 모두가 일시에 주차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며 “주차 면수 또한 지역이나 업종 등에 따라 적은 곳도 있지만, 그렇다고 막연하게 모자란다고 하는 것 또한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토론을 마무리했다.

토론을 공동주최한 최혜영 의원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 사람 중심의 주차표지 발급 등 전반적인 주차문제 개선을 위한 법안 준비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최 의원은 불법주차 개선책으로 현행 과태료 20만원 이하를 1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 등으로 ‘장애인등편의증진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특히 기존 주차문제뿐 아니라 2019년부터 보행상 장애가 아니더라도 이동지원 권리를 확대·보장하기 위해 이동지원 서비스 종합조사가 도입된 만큼 세부적인 제도개선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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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x123484@gmail.com'
banana
1 year ago

장애인주차공간에 장애인을 동반하여 주차를하는것은 좋지만 장애인이 탑승하지 않았을경우 아니면 장애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장애인을 위한 주차공간에 가짜 스티커를 부착하여 주차하는 것에 조금더 관심을 기울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ancd@nate.com'
narssisus
1 year ago

현재 90% 이상이 장애인주차표지를 악용하는 실정인데 사람 중심으로 바뀐다라…. 진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필요한 나머지 10%의 장애인들을 위하는 제도가 될까요??? 고민을 많이 해봐야 될 문제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