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의 닮은 다름] 무임승차 폐지하고 교통약자수당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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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처택시와 장애인버스 확대 등을 요구하는 피켓을 달고 장애인들이 시청으로 이동하고 있다.
▲바우처택시와 장애인버스 확대 등을 요구하는 피켓을 달고 장애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더인디고
  • 서울시 장애인지하철 무임승차제도와 장애인 버스비 지원정책을 보며

[더인디고 = 김주현 집필위원]

▲김주현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
▲김주현 더인디고 집필위원

“무임승차 하는 거지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행동에 대한 어느 시민의 이런 혐오 발언을 듣고, 한 선배 활동가는 너무 속상해서 ‘점심과 저녁을 굶더라도 나는 지하철 요금을 내고 타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오래 갈 것 같다면서 말이다. 소위 장판(장애운동판)에서 수십 년 뼈가 굵은 선배 활동가임에도 이 말 한마디가 그렇게 극심한 상처로 남는 이유가 뭘까?

무임승차는 돈을 내고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함에도,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탑승하는 행위를 말한다. 원칙적으로 무임승차는 불법행위다. 다만, 65세 이상 노인과 보호자를 동반한 6세 이하의 어린이, 장애등급을 받은 장애인 또는 국가유공자는 예외다. 그리고 이 ‘합법적’ 무임승차의 비용은 보통 국가나 지자체에서 지원된다. 즉 시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무임승차에 따르는 비용을 충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매년 1조에 달하는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며 그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이 무임수송비용을 들고 있다. 고령화 등으로 인해 무임수송비용이 증가하고 있어 지자체만의 부담으로 감당하기 어려우니 국비 보전이 필요하다 한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의 무임수송비용 국비 보전 요구는 당연하다. 하지만, 언론이 적자의 원인으로 무임승차를 지목하면서 이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인 생각이 강화되었다. ‘내가 뼈 빠지게 일해서 낸 세금이 할 일 없이 쏘다니는 장애인이나 노인들 무임승차로 새 나간다’는 생각이 “무임승차 하는 거지들!”이라는 혐오에 담겨있는 것이다.

장애인과 노인, 아동들은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내가 낸 세금을 축내는, 시민의 의무를 행하지 않으면서 권리를 이야기하는 진상들로 낙인되어버리는 것이다. 지하철은 물론, 버스, 택시 등 모든 교통 요금이 인상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인식은 더 강화될 것이라 여겨진다.

언론의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장애인 등의 교통약자 지원에 관한 접근방식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무임승차는 권리를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의무를 유예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반 시민과 유예 대상이 되는 시민 사이의 갈등이 유발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4월 버스요금 인상을 예고하는 반면 하반기부터는 장애인의 버스요금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된 장애인복지카드로 버스를 이용하면 현행 장애인 바우처 택시 방식처럼 서울시가 카드사나 버스회사에 요금을 대신 지급해 이용자에게 요금이 청구되지 않도록 하거나, 지급된 버스요금을 이용자에게 환급해주는 방식이 될 것 같다.

이러한 서울시의 버스요금 지원정책에 대해, 저상버스 도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장애인들에게 버스요금을 지원하게 되면 중증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고, 경증장애인들에게는 지하철 무임승차자와 같은 세금 도둑 낙인이 찍힐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가 있다. 하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대중교통 이용에 경제적 부담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각지대의 경증장애인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지하철 무임승차와 같이 요금지불을 유예하는 방식이 아니라 동일한 요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사후에 지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낙인에 대한 우려는 훨씬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상버스 도입은 그것대로 촉구하되,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정책에 대해서는 수용하고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서울시는 차제에 교통복지정책의 일관성 제고를 위해 지하철 무임승차제도를 폐지하고 버스요금, 특별교통수단 요금 등을 통합해 교통약자 수당 등의 사전 혹은 사후 교통요금 지원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세금을 더 거두어들이더라도 모든 시민이 동등하게 이용하는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은 무상화되는 것이 맞다. 다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어렵다면 경제적 교통약자에 대한 지원은 의무를 유예하는 방식이 아니라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권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사단법인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정책국장. 말장난을 좋아하는 언어장애인이며, 투쟁보다 투덜대기 좋아하는 활동가다. 끊임없이 존재의 이면을 탐구하고 실천하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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