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전용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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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전용 카드 /사진=언스플래쉬
▲회원 전용 카드 /사진=언스플래쉬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은행이나 백화점엔 VIP 전용서비스가 존재한다. 재력이나 구매력이 높은 소수의 고객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기 위한 목적이다. 그들만 구매할 수 있는 전용상품이나 그들만 진입할 수 있는 구역을 설정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일반 고객들이 누리는 기본적인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모든 서비스의 대상이면서 특별혜택의 대상도 된다는 의미다.

돈 많은 사람에게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특별대우를 해 주는 것인데, 이는 우수고객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의 모방 소비를 촉진하기 위함의 목적도 분명히 포함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쉽게 말하면 “부럽지? 그러면 너희들도 돈을 많이 써!”라고 하는 것 아닐까?

그 영향인지 사람들은 내게 주어지는 전용서비스들을 때때로 부러워하곤 한다. 장애인 콜택시를, 공공요금의 할인 혜택을, 대학이나 직장의 특례전형을 VIP 서비스쯤으로 동일시 하는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나처럼 장애인이 되고 싶어 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백화점 VIP 서비스와 내게 주어지는 전용서비스는 완벽히 다르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난 저렴한 요금으로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지만, 더 저렴한 요금으로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버스 타기가 쉽지 않다. 특례입학을 통해 남들보다 조금 낮은 점수로 대학에 입학하긴 했지만, 내가 볼 수 있었던 교재는 비장애 친구들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수도요금도 가스요금도 전기요금도 할인된 요금을 적용받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는 다수의 공공서비스는 내겐 그림의 떡이다. 전용서비스를 받지만, 일반적인 서비스는 이용하기 힘든 경우가 더 많다. 엄청난 혜택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일반적 권리에서 배제된 이들에게 주어지는 값싼 위로라고 여기는 것이 훨씬 타당하다.

내게 다른 이들과 동등한 정도의 사회서비스 접근성이 보장된다면 난 내게 주어지는 모든 전용서비스를 내려놓을 것이다. 공과금 몇 푼 할인 받는 것보다는 공공기관의 홈페이지 접근성이 보장되는 편이 낫고, 국립공원 티켓 할인보다는 혼자서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동네 시설을 보장받는 편이 훨씬 낫다. 여성전용칸이 필요한 어느 지하철도 같은 원리 아닐까? 모든 칸이 안전하다면 그래서 어느 칸에 타더라도 불쾌한 일이 예상되지 않는다면 여성들도 굳이 전용칸을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장애인 복지제도가 전무하던 오래전에 비교한다면 적지 않은 복지서비스에 감사하는 것이 맞겠지만, 그것이 일상적 차별들을 정당화하는 최종이자 최선이라고 여기는 도구여서는 안 될 일이다. 현실적 측면에선 전용 혜택을 주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수 있겠으나 궁극적으로는 일반적 권리와 서비스의 완전한 공유가 이루어져야 한다. 장애인 콜택시의 발전보다는 모든 대중교통의 접근성 보장이 궁극적 목적이어야 한다. 장애인 장학금보다는 어떤 학생이라도 어렵지 않게 공부할 수 있고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캠퍼스 환경을 목표로 해야 한다.

뉴스를 보니 금융기관에 시각장애인 전용창구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문서를 작성하고 신분을 증명하는 모든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던 나로서는 당장은 너무나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하지만 그 전용창구가 다른 창구에서의 차별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똑같은 번호표를 뽑고 조금 다른 방법으로 그 숫자들을 확인하지만, 어떤 창구에서라도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은행만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전용서비스라고 다 같은 전용서비스는 아니다. 장애인 전용서비스는 최종적이고 끝나지 않는 특별혜택이 아니다. 완전한 보편통합 서비스로 가기 위한 순간이자 잠시 머무르는 전용칸에 불과해야 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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