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피해가 불륜으로 둔갑…2차 피해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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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입구
사진=더인디고
  • 인권위,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 발간
  • 적극적 반대의사 표시 없어도 성희롱 될 수 있어
  • 노출복장 요구도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어

[더인디고=이호정 기자]

성희롱 피해가 불륜으로 둔갑하여 피해자가 2차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018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시정권고한 성희롱 사례 34건을 모은 아홉 번째 발간하는 사례집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제9집)을 발간했다고 20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최근 성희롱 진정사건들은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부당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2차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또 성인지 감수성의 측면에서 성희롱이라고 인식하는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인권위는 성희롱의 규제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인격권뿐만 아니라 노동권 및 생존권 보장에 있음을 감안할 때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하여 2차 피해를 예방하는 데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주요 사례로는 신문사 팀장인 상사로부터 카카오톡 등으로 수차례에 걸쳐 성적 농담이 담긴 메시지를 받았고, 성적 발언 등으로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고 진정한 사건이다. 피진정인은 진정인의 호응이 있었고 적극적 반대의사 표시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인권위는 적극적 반대의사 표시가 없어도 성희롱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성희롱 피해가 불륜으로 둔갑하여 ‘가십’거리로 취급되었고, 직원들은 이러한 행위가 또 다른 가해행위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소문 유포에 조금씩 일조한 사건이 있었다. 진정인이 회식 후 차 안에서 대리기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피진정인이 승차한 후 껴안고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하였다. 이후 진정인은 다른 직원들로부터 “서로 좋아하는 관계였는데 이제 와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한다”, “진정인이 바람나서 남편이 힘들어 한다더라” 등의 소문을 듣는 등 2차 피해에 시달렸다.

인권위는 “피해자 보호는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거나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 인사 조치에 머무르지 않고, 조직 내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소문 등으로 또 다른 피해, 즉 2차 피해를 방지하는 데까지 이르러야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진정인은 어학원 소속 강사로, 학원장이 수강생에게 성적 매력을 어필해야 한다며 미니스커트, 킬힐, 커피색 스타킹, 진한 화장 등을 요구했다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진정인에게 미니스커트를 입고 강의실 내의 높은 ‘바 의자’에 앉는 자세까지 봐준 점을 고려할 때, 노출복장 요구도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다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한편, 진정사건 접수 사례에 따르면 성희롱 행위자의 경우 대표자, 고위관리자, 중간관리자가 78.6%이고, 피해자는 평직원이 77%로 가장 많았다. 신체접촉이 포함된 성희롱이 절반이 넘는 52.7%이고 언어적 성희롱은 42%로 신체접촉을 수반한 성희롱이 더 많았다.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 제9집은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humanrights.go.kr) 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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