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리프트, 법에 있으니 ‘정당’?…인권위, 2009년 결정 스스로 뒤집은 ‘황당한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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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리프트, 법에 있으니 ‘정당’?...인권위, 2009년 결정 스스로 뒤집은 ‘황당한 기각’
▲인권위가 최근휠체어리프트에 대한 장애차별 진정을 기각하자 2009년 휠체어리프트는 정당한 편의가 아니라던 스스로의 결정을 뒤집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 더인디고 편집
  • 휠체어리프트, 법에 있으니 ‘정당한 편의’라는 인권위
  • 2009년 ‘정당한 편의’ 아니라던 결정과 정면으로 배치돼
  • 편의시설 조사조차 현장 방문 대신 동영상만 확인해 ‘기각’
  • 인권위가 ‘법의 잣대’만로 기각, 왜?…인권위 역할 되찾아야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휠체어리프트는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로 볼 수 없다던 2009년 결정을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이하 인권위)가 ‘휠체어리프트가 정당한 편의’라며 관련 진정을 기각했다.

강원도 철원군에 위치한 평화전망대에 방문했던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진정인 A씨는 2층 전망대로 오르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 난간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할 수밖에 없자 이는 ‘정당한 편의’가 아니라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이번 진정에서 A씨는 휠체어리프트는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할 정도의 위험한 시설’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강원도 철원군 평화전망대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 인권위는 이번 진정조사에서 평화전망대 측이 제공한 동영상만으로 휠체어리프트의 안전여부를 판단했다. ⓒ 진정인 제공

하지만 인권위의 판단은 휠체어리프트가 ‘정당한 편의’라는 것. 그러면서 인권위는 그 근거로 우선 평화전망대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등편의법 상 관광휴게시설에 ‘계단 또는 승강기’는 의무가 아닌 권장사항이라며, 특히 평화전망대가 2007년 8월 9일 사용승인된 건물이어서 2009년 4월 11일 이후 신·증·개축된 시설물로 한정하고 있는 만큼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각 이유는 지난 2009년 3월 휠체어리프트는 교통수단 이용 및 시설물 접근에 있어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가 아니라던 2009년 인권위 스스로 내린 결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당시 인권위는 휠체어리프트를 ‘정당한 편의’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안전하고 편리하며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지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에 적합한지 ▲장애인 개인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수단인지 등을 꼼꼼히 따진 후 공공장소에 설치되어 다수의 장애인이 이용하는 편의시설의 종류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당시 인권위는 휠체어리프트가 장애인등편의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편의시설로 규정되어 있지만, ‘정당한 편의’의 실질적 내용에는 부합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휠체어리프트를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서 삭제할 것도 권고한 바 있다.

이번 인권위의 기각 사유 중 휠체어리프트 사용 위험성에 대한 언급도 논란이다. 인권위는 휠체어리프트의 안전 여부를 확인을 위해 설치된 장소를 방문해 확인하는 기초적 자료수집 절차 대신에 평화전망대 측이 제공한 동영상으로만 확인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승강기안전공단으로부터 매년 합격 판정을 받았고, 자체적인 검사에서도 매월 양호 결정을 받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동안 다섯 명의 장애가 있는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휠체어리프트 역시 일련의 안전 검사를 받았던 시설들이었던 만큼 그 이유가 기각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장애계는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애계의 한 관계자는 더인디고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인권위의 장애차별 진정에 대한 법적 요건만을 따지는 경향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인권이란 사람의 보편적 가치의 침해 여부를 법적 잣대로만 판단한다면 구태여 장애차별을 인권위에 진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권위에 장애차별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는 인권위에 장애가 있는 당사자 비상위원이 없기 때문이라는 점도 한 몫 했다. 시각장애가 있는 서미화 인권위원 후임으로 탈북자 출신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대표가 취임한 이후 장애차별 문제가 인권위 내에서 뒷전으로 밀려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또한 장애차별을 조사하는 장애차별조사1과 과장이 3개월 째 공석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편, 휠체어리프트는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시민들에게는 ‘살인기계’라고 불린다. 1999년 이후 수도권 지하철 휠체어리프트 관련 사고는 17건으로 장애가 있는 시민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2001년 1월), 5호선 발산역(2002년 5월), 인천 1호선 신연수역(2006년 9월), 1호선 화서역(2008년 4월), 1·5호선 신길역(2017년 10월)에서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려던 장애가 있는 시민들이 계단으로 굴러떨어져 사망한 바 있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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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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