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 ‘식당 내쫓김 사건’, 인권위 기각결정에 행정심판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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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휠체어 ‘식당 내쫓김 사건’, 인권위 기각결정에 행정심판 청구
▲한 식당에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위해 방문했다가 거부당했던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시민이 인권위에 차별진정을 했으나 기각되자 행정심판청구에 나섰다. ⓒ 더인디고 편집
  • 청구인, 인권위 차별기각은 식당 측 의견만 반영한 결과
  • 인권위 조사관, 차별 현장 방문도 없이 사진으로만 판단 ‘주장’
  • 인권위, 양측 의견 청취…인적 서비스는 ‘정당한 편의제공’ 아냐
  • 장애계, ‘내쫓김’ 등 ‘일상 차별’…인권위 판단 ‘자의적’ 지적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식당에서 내쫓겨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차별진정을 제기했지만 기각당했던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가 있는 시민(이하 청구인)이 인권위 행정심판위원회에 기각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나섰다.

더인디고가 입수한 행정심판 청구서에 따르면, 청구인은 지난 3월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한 샤브전문점에 식사를 위해 가족들과 방문했다가 “휠체어를 타고 있어서 들어갈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출입을 거부당했다. 이에 청구인은 식당 통로가 전동휠체어로 인해 카트 통행이 불가능할 만큼 좁지 않음에도 식당 측이 출입을 거부한 것은 장애로 인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했으나 인권위는 9월 식당 측 입장만을 편파적으로 반영해 기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구인은 인권위가 제시한 기각 사유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카트를 이용하는 식당에는 전동휠체어는 이용할 수 없는가 하는 문제다. 인권위는 기각 사유로 신속·안전한 서빙을 위해 전국지점이 카트를 이용하는 만큼 공간이 협소해 전동휠체어가 통로 쪽에 있으면 카트 사용이 어려진다는 식당 측 의견을 반영했다. 이에 진정인은 카트를 이용하는 식당은 휠체어를 거부해도 무방하다는 뜻인지 납득할 수 없고, 당시 식당이 속해 있는 프렌차이즈 다른 가맹점을 방문했지만 카트를 이용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도 짚었다. 결국 인권위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가 있는 고객을 내쫓은 식당의 정확하지도 않는 입장만을 되려 합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공간이 협소해 전동휠체어가 통로 쪽에 있으면 카트 이동이 어려워진다는 인권위의 판단에 진정인은 현장 확인 대신에 식당 측이 제공한 사진 자료만으로 협소 여부를 판단했다고 반박하고, 이는 인권위 조사관의 중대한 직무태만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자신과 식당 측의 주장이 다르다면 인권위는 대면 확인 등 납득할 만한 소명절차를 다시 밟았어야 했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과거 인권위는 과도한 비용이 들지 않는 한 물리적 시설개선이나 인적 서비스 제공을 전제로 차별 여부를 결정해 왔던 전례와 이번 기각결정이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시민을 내쫓았던 식당의 내부 통로 사진. 인권위는 식당 통로가 비좁아 카트 사용을 할 수 없다는 식당의 의견을 반영해 차별진정을 기각했다. ⓒ 행정심판 청구인 제공

특히, ‘카트 대신 직접 음식 운반을 강요하는 것은 일방적인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는 인권위의 기각 사유에 대해 청구인은 인적 서비스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한 ‘정당한 편의제공’은 단순히 편의시설 설치뿐만 아니라 제반 조치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청구인은 장애로 인해 내쫓김을 당한 식당보다 이를 차별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권위에 더 큰 차별과 가해를 받는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지난 11월 20일 인권위는 ‘청구 취지에 대한 답변’을 통해 청구인과 식당 측이 전동휠체어로 인해 카트가 걸린다며 2차례 자리 이동을 요청한 사실을 양측이 동의해 전동휠체어가 통로 쪽에 위치할 경우 카트 이동이 제한이 생긴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인권위는 식당의 테이블 구조가 2인석에서 3인이 식사할 수 없는 구조여서 청구인 일행 모두가 같이 앉을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카트 대신에 모든 음식을 직접 들고 운반하지 않는 것이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한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인권위는 청구인이 주장했던 실제 조사관이 식당을 방문해 전동휠체가 통로 쪽에 자리했을 때 카트의 이동 가능 여부를 확인했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또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 정의한 정당한 편의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한 편의시설·설비·도구·서비스 등 인적·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를 의미한다는 게 장애계의 해석인 만큼 인권위의 해석이 지나치게 협소하고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식당 내쫓김 사건’에 대한 인권위의 차별진정 기각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던 장애계 한 관계자는 “이번 행정심판 청구는 행정심판위원회가 ‘정당한 편의제공’의 범위를 어디까지 해석하느냐에 달려있다”면서 “향후 인권위가 장애로 인한 차별진정에 대한 감수성과 그 진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권위 행정심판위원회는 스타벅스 DT(드라이브 스루) 이용에서의 청각 및 시각장애가 있는 시민들에 대한 차별진정 기각 건을 2년 6개월여 만에 취소 결정한 바 있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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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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