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자의 색연필] 로켓배송, 샛별배송 이용해 보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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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것을 배달 받는 장면
ⓒPixabay

[더인디고=김민석・dia] 

김민석
김민석 더인디고 집필위원

지난 8월 5일, 현대백화점은 반찬 브랜드와 손잡고 ‘가정식 반찬 정기 배송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압구정본점 등 경인지역에서 ‘현대식품관 반찬 정기배송 서비스’를 론칭하기로 했는데, 집에서 요리하기 어려운 1~2인 가구나 맞벌이 부부의 수요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하였다.

이 서비스 가입자는 백화점보다 10~30% 저렴한 가격으로 매주 한 번씩 다른 반찬을 받을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올해 초 도입한 빵 구독 서비스를 전국 주요 점포로 확대한다고 한다. 특히 이번에는 베이커리뿐만 아니라 일부 카페 브랜드 음료도 구독 서비스에 포함시켰는데, 베이커리 정액권을 결제한 고객은 각 빵집 브랜드의 인기 제품 중 1개를 직접 방문해 매일 가져갈 수 있다.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등장

이처럼 최근에는 정기배송, 구독 서비스 등의 이름으로 전통적인 판매와 소비 형태가 아닌 새로운 판매-구매 형태의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정기, 구독 서비스는 위에 언급한 반찬, 베이커리도 있지만, 과거부터 있었고 현재에도 존재하는 신문 구독은 대표적 구독 서비스다. 이른 새벽, 신문배달원이 자전거를 타고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며 신문을 넣어주는 모습이 생각난다. 이제 정기적으로 음악, 도서, 장난감 등을 공급해 주는 서비스도 생겼고, 필자의 경우 작년 말부터 구독 서비스를 통해 매월 우리나라의 술, 즉 전통주를 받아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전통주는 주세법상 전통주를 의미한다.)

술을 구독하는 술펀 홈페이지 화면
ⓒ술펀 홈페이지(https://sulfun.com/) 화면 캡처

평소에 술을 즐기지 않지만, 전통주를 구독하기 시작한 이유는 단순하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와인 관련 모임도 참석하게 되고(그래서 사비를 들여 몇 주간 와인 관련 교육을 받기도 했다), 대부분 회식의 경우 소주와 맥주를 곁들이기도 하는데, 의외로 전통주는 접할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카베르네 쇼비뇽, 피노누아 등 낯선 단어의 와인도 좋고, 라거, 에일 맥주도 좋은데 우리나라 지방 곳곳에서 장인들이 만드는 전통주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무지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전통주 구독 서비스 덕분에 겨울소주, 블루베리 탁주, 미인술 등 스토리가 있는 전통주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몇 년 전부터는 면도기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면도날을 따로 교체할 수 있는 면도기 회사의 경우, 대부분 ‘면도기-면도날’ 전략을 활용한 ‘본체-교체용 부품’ 사업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필자가 이용하는 면도기 구독의 경우, 면도날 교체 주기를 입력하면 그 이후로는 면도날이 떨어질 때가 되면 알아서 면도날이 배송된다. 그리고 혹시 면도날이 필요 없으면 간단한 클릭 몇 번으로 배송 시기를 바꿀 수 있다. 또한 면도기가 지루해져서 다른 면도기를 검색해볼 때쯤이 되면 신상 면도기를 무상으로 보내주기도 한다(이것은 정말 신의 한 수인 듯하다). 이럴 경우, 추가로 일 년 정도는 더 면도날을 구독하게 된다.

면기도기와 면도날을 구독하는 와이즐리 홈페이지
ⓒ와이즐리 홈페이지(https://www.wiselyshave.com/) 화면 캡처

이러한 ‘면도기-면도날’ 전략은 면도기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를 참고한 다른 분야의 기업들도 그들의 제품에 ‘본체-교체용 부품’ 전략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 전략은 내구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가격의 본체를 제공하고, 상대적으로 마진이 높은 교체용 부품을 제공하는 특징이 있다. 즉석카메라와 함께 수익성이 높은 즉석필름을 판매하는 회사, 저렴하게 프린터를 판매하면서 토너와 잉크 카트리지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가 좋은 예다. 이처럼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벤치마킹하면, 다른 사업 분야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즈니스 모델, 회사를 흥하게 또는 망하게 하는 요소

‘면도기-면도날’과 같은 전략을 다른 말로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 BM)’이라고 부른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은 해당 기업에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 주며 기업을 존속 가능케 한다.

미시건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앨런 아푸아(Allan Afuah)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 (Business model innovation)’ 이라는 책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회사가 가치를 어떻게, 누구를 위해 창출하고, 가치를 어떻게, 누구로부터 확보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비즈니스 모델이란 기업이 어떻게 가치를 창조하고 전파하며, 어떻게 수익으로 변환하는지를 체계적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제품·서비스 및 정보의 흐름에 대한 청사진 역할을 하고, 둘째, 다양한 비즈니스 주체들에 대한 잠재적 효익을 설명해 주며, 셋째, 수익의 출처를 정의해 주고, 넷째, 고객과의 관계가 어떠한지 알려주고, 마지막으로는 자금 등 주요 자원의 흐름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본질은 제품·서비스와 함께 고객과 시장을 중심으로 기업의 비즈니스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경쟁력 요소’와 ‘지속성 요소’가 있다. 경쟁력 요소에는 명확한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이 있어야 한다. 가치 제안은 고객의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제공하며 고객 입장에서 차별화 요소를 강화한다.
지속성 요소에는 선순환 구조와 모방 불가능성이 포함되어 있다. 선순환 구조는 기업의 내부 가치사슬 활동과 외부 기업을 포함하는 가치 네트워크의 효과적인 설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즉 기업이 망하지 않기 위해 제품구매-생산-판매, 이 모든 것을 튼튼하게 잘 갖춤으로써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방 불가능성이란 비즈니스 모델 설계 후 특허, 인수합병 등으로 외부의 견제를 방어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휴일에도 샛별배송은 휴무 없이 계속됩니다!

이번 8월 14일은 택배 없는 날이었다. 전국 택배사들이 회원사인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위원회가 무리한 노동에 시달리는 택배기사를 위해 8월 14일을 ‘택배인 리프레시 데이’로 정해 휴무키로 한 것이다. 이는 강제 사항이 아니어서 모든 택배사가 다 쉬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 점유율 80% 정도를 차지하는 CJ대한통운, 롯데택배, 한진 등 대형 택배사들이 휴무를 한 터라 상당한 영향은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택배 망을 이용하지 않고 자체 배송 서비스를 하는 쿠팡의 로켓배송이나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은 평소와 같이 이루어졌다.

쿠팡과 마켓컬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일까? 온라인 유통을 기본으로, 빠른 배송이 로켓배송과 샛별배송의 핵심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또 많은 소비자들은 필요한 제품을 빨리 받기 위해 쿠팡의 로켓배송이나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을 이용한다.

공휴일에도 샛별배송하는 마켓컬리 홈페이지
ⓒ마켓컬리 홈페이지(https://www.kurly.com/) 화면 캡처

얼마 전 필자는 마켓컬리로 물건을 주문하려고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공휴일에도 샛별배송은 휴무 없이 계속됩니다!”라는 팝업창을 본 적이 있다. 순간 마우스를 쥔 손이 멈칫했다. 그리고 마음도 멈칫했다. 일찍 갖다 주지 않아도 되는데, 빨리 필요한 것도 아닌데, 몇 번의 클릭만으로 누군가는 공휴일에도, 새벽부터, 휴무 없이 일을 해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회사의 차별화된 경쟁력과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일자리를 생각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위 문장을 보는 내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마켓컬리 입장에서도 신선식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핵심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강조하고자 위와 같은 팝업창을 띄웠겠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필 ‘택배 없는 날’에 봐서 그런 것일까?

마치 사랑해라는 말이 너무 쉽게 쓰이듯

“요즘엔 혁신이라는 말이 너무 쉽게 쓰이고 있다. 마치 사랑해라는 말이 너무 쉽게 쓰이듯 말이다. 혁신은 과격함을 포함한다. 원하는 것 그 이상을 주어야 한다” 서울대학교 로스쿨 김화진 교수의 혁신이라는 단어에 대한 생각이다. 앞서 앨런 아푸아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라는 책의 제목에도 혁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혁신은 쉬운 단어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혁신을 쉽게 말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사회적 가치창출을 위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혁신하자고 하고, 살아남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한다. 쿠팡의 로켓배송과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일까? 만약 그렇다면 이 혁신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고객? 회사? 노동자? 또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조금은 어려울 수 있는 노동경제학, 즉 고용과 실업, 인적자원의 배분과 노동력 공급, 임금과 근로조건, 노사관계, 소득분배와 사회보장 등의 이야기도 해야 한다. 그렇지만 다음 번 글에서 조금 더 간단한 방법으로 좋은 비즈니스 모델의 조건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적어도 로켓배송과 샛별배송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없어질 때까지는 ‘몸은 조금 불편해도 내 마음 편한 소비’를 해보기로 다짐했다.

필명 dia (공동집필)
공적마스크 실시간 재고확인 서비스인 ‘모두의 마스크 (modoomask) 프로젝트’ 참여 등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혁신’을 고민하고 실천하며, 이화여자대학교 사회적경제통합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다.

[앙자의 색연필]은 7월 10일부터 김민석 교수의 지도와 감수를 거친 학생들의 글, 총 10편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더인디고 The Indigo]

앙자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경영학 박사), 대학에서 환경을, 대학원에서 마케팅과 CSR, 지속가능경영을 공부하고, 삼성에버랜드, 삼성전자, LG전자에서 일했다. 현재는 연구소와 대학교에서 ‘나은 삶을 함께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준법진흥원 원장으로 윤리경영, 준법, 컴플라이언스 등 ISO 인증 및 교육을 하고 있다. e-mail: lab.sustain@gmail.com / kazak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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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2c2247c827e@exam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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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niu@naver.com'
장채린
3 years ago

좋은글 감사합니다~ 로켓이나새벽배송이 택배일을 하시는 분들께 과중한 업무가된다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 본적은 있습니다~ 그러나 익숙해지는 편리함으로인해 마법의 주문과 같이 이용을 끈기도 쉽지 않습니다. 급하게 당장 필요한 물건들을 다음날이면 받을 수 있는것 우리나라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해외에서도 택배배송은 있지만 로켓이나 새벽배송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든요~~해외에 계신 분들이 부러워하는 요소중 한가지 입니다. 저의 생각은 소비자의 다양한 소비형태와 요구들이 늘어난 현시 점에서 일 하시는 분들의 근무 조건이 향상되어지고 대우와 혜택 늘어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새벽 배송을 받는 소비자들도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이 크거든요~ 애쓰시는 분들이 좋은 환경에서 근무를 하신다면 더 만족하면서 제품을 이용할것 같고…만약 이렇게 된다면 택배일을 하시는 분들 또한 받는 고객들의 마음을헤아리며 본업에 더 기쁘게… 더보기 »

Last edited 3 years ago by 장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