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개발원에 노조 설립… 이화섭 위원장 “소통과 공정한 개발원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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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이룸센터 앞에 근무환경개선과 소통을 요구하는 한국장애인개발원직원노동조합의 현수막들이 걸렸다. ©김소영 더인디고 집필위원
▲5일 이룸센터 앞에 근무환경개선과 소통을 요구하는 한국장애인개발원직원노동조합의 현수막들이 걸렸다. ©김소영 더인디고 집필위원
  • 2월 17일 총회… 직원 3분의 1 가입
  • “개발원, 소통 내세웠지만 불통 체감 커”
  • 비정규직, 임금차별, 갑질 등이 설립 영향

[더인디고 조성민]

한국장애인개발원 설립 31년 만에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직원노동조합(이하 “개발원노조”)은 지난 2월 17일 총회를 열고 노조설립을 의결했다. 18일에는 서울남부지청에 노조 설립신고도 마쳤다.

설립 한 달만인 지난 3월 18일 기준 95명의 직원이 개발원노조에 가입했다. 경영진 등을 제외한 노조가입 대상자는 300여 명, 직원의 3분의 1이 노조원이다. 본격적인 준비는 작년 11월부터 했다고 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소통했음에도 적지 않은 숫자가 참여했다. 향후 근무환경 개선과 노동 안정성 등에 따라 조합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4년간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정규직, 무기계약직, 일반계약직 등 고용형태. 공공기관 공시 기준에 따라, 단시간근로자는 근로시간에 비례해서 소수점으로 표시했다. 자료=개발원노조
▲최근 4년간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정규직, 무기계약직, 일반계약직 등 고용형태. 공공기관 공시 기준에 따라, 단시간근로자는 근로시간에 비례해서 소수점으로 표시했다. 자료=개발원노조

노조에 가입한 대다수는 무기계약직이다.

2021년 기준 개발원 정규직은 69명, 무기계약직은 263.5명, 기간제 계약직은 90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절반 수준인 46.2%가 무기계약직이다. 이들 대부분은 2017년까지만 해도 비정규직이었다.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선언에 따른 ‘정규직 전환’ 정책의 추진 결과다.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없애기 위해 추진된 정책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또 다른 차별이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개발원노조 설립의 한 원인이기도 하다.

▲한국장애인개발원직원노동조합이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개발원 직원을 대상으로 3월 3일부터 14일까지 11일간 설문조사 진행한 결과, 직원들 절반(48.8%)은 직장 상사의 부당한 행위가 있다고 응답했다. 자료=개발원노조
▲한국장애인개발원직원노동조합이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개발원 직원을 대상으로 3월 3일부터 14일까지 11일간 설문조사 진행한 결과, 직원들 절반(48.8%)은 직장 상사의 부당한 행위가 있다고 응답했다. 자료=개발원노조

이화섭 개발원노조 위원장은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노조설립 배경을 묻는 질문에 “정규직 전환 정책에도 수탁사업 등으로 2018년 40명이었던 기간제 계약직이 지난해 두 배 이상인 90명으로 늘었다. 또 사측에 따르면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의 급여 차이는 8~9% 이상이다. 같은 사무직 직원인데도 임금차별이 있다”면서, “특히, 본원을 비롯해 전국 16개 지역센터에서 ‘직장 내 갑질’이나 ‘직장 상사의 부당한 행위’ 등을 신고해도 직원이 느끼는 고통은 큰 데 반해 징계 수위는 솜방망이 수준이라 처리 과정에 대한 불만도 쌓였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면서 “개발원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소통’이라고 해놓고는 이러한 비정규직 양산과 급여테이블, 갑질 등에 대해 경영진과 잘 소통이 안 된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생각”이라며 “노사협의체나 익명제보시스템, 핫라인 등이 있기는 하지만 체감도는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은 상하간의 소통은 48%, 경영진과의 소통은 84.8%가 나쁘다고 응답했다. 자료=개발원노조
▲직원들은 상하간의 소통은 48%, 경영진과의 소통은 84.8%가 나쁘다고 응답했다. 자료=개발원노조

앞으로 어떻게 조합을 이끌지에 대한 질문에는 “‘소통’과 ‘공정’이라는 노조설립 배경에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대등한 관계에서 사측과 소통을 끌어내고, 공정하지 못한 임금과 업무, 근무환경 등을 개선함으로써 소통과 공정한 개발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개발원노조가 출범한 지 약 한 달 보름이다. 이제 한걸음 뗀 만큼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사측이 노조를 대등한 관계로 인식하고 테이블에 나서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노조원에 대한 선입견이나 인식 또한 과제다.

개발원장이 누구냐도 중요한 변수다. 새 원장이 선임될 때까지 두세 달 걸리더라도 당분간 협상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사측에 정례회의 일정을 구체화하자고 요구했다고 한다. 즉 구체적인 안건은 꺼내지도 않은 상태다.

다양한 성격을 가진 장애인단체와의 소통 방식도 과제다. 노조의 핵심은 조합원의 권리 수호지만, 장애계 등 시민·노동단체와의 소통과 연대 또한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의 ‘작고 효율적인 정부’ 방침에 따른 공공부문 구조조정도 예상된다. 정부·공공기관 개편과 함께 인원수 감축은 공공연한 이야기다. 개발원노조는 아직 공공노동조합 등 상급단체 가입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사측의 반응과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개발원 본원과 다양한 장애인단체가 입주한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 근무환경과 소통을 요구하는 현수막들이 걸렸다. 이화섭 위원장과 현 개발원 조직과 직원들의 고충, 그리고 노조의 행보 등을 놓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 장애계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또 하나의 이슈다.

[더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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