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장총련 양 진영, 이룸센터 앞 ‘컨테이너 장막’으로 갈등 표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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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교통장애인협회가 21일 오전 이룸센터 정상화와 전장연 지하철 시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어 이어 두 개의 컨테이너로 전장연이 지난해 3월부터 설치한 컨테이너 농성장의 입구를 막았다. 사진은 이룸센터에서 입구를 내려다 본 21일 오후 1시 경 전경이다. /사진=제보자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교통장애인협회가 21일 오전 이룸센터 정상화와 전장연 지하철 시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어 두 개의 컨테이너로 전장연이 지난해 3월부터 설치한 컨테이너 농성장의 입구를 막았다. 사진은 이룸센터에서 입구를 내려다 본 21일 오후 1시 경 전경이다. /사진=제보자

  • 장총련·한교장협, 전장연 컨테이너 앞에 ‘맞불’
  • “이룸센터 정상화·지하철 시위 비판”
  • 점자블록 위에 설치해 시각장애인 민원 제기
  • 박경석 대표 “대꾸할 가치조차 없어… 슬프다”

[더인디고 조성민]

장애인단체 등이 입주해 있는 장애인종합복지공간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설치한 ‘컨테이너 농성장’을 둘러싸고 장애계 진영 간 갈등이 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총련)와 한국교통장애인협회(한교장협)는 21일 오전 11시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장연이 불법 무단점거한 컨테이너 철거와 출퇴근을 볼모로 장애인들의 진정한 요구를 왜곡하는 계획된 정치 행위를 즉각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단순히 컨테이너 철거만이 아닌 지하철 시위도 겨냥했다. 전장연은 오늘 오전 7시부터 인수위로부터 기대했던 답변을 받지 못하자 잠정 중단 22일 만에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재개했다.

한교장협 김락환 회장은 “전장연의 컨테이너 설치로 인해 이룸센터를 이용하는 장애인과 시민들이 오랫동안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이룸센터 정화를 위해 ‘계영배(戒盈杯·술을 가득 채우면 넘치는 잔) 하우스’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도 복지와 권리를 주장할 때 넘침을 경계해야 한다”며 “영등포구청과 경찰서가 전장연의 컨테이너들을 조속히 철거하라는 의미에서 어제(20일) 맞대응 형식의 계영배 하우스를 설치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20일 이룸센터 앞 전경. 사진 좌측 이디야 카페 앞에 장총련 등이 2개의 컨테이너를, 우측에는 전장연의 농성장이 있다. /사진=제보자
▲20일 이룸센터 앞 전경. 사진 좌측 이디야 카페 앞에 장총련 등이 2개의 컨테이너를, 우측에는 전장연의 농성장이 있다. /사진=제보자

김 회장은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해 “서민을 볼모로 하는 정치행위”라고 전제한 뒤 “이를 즉각 그만둘 것과 타 단체와 협의 없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비상식적 시위 행태는 지금까지 장애인 인권과 복지, 인식개선 등에 앞장선 모든 이들의 노력을 훼손하고 왜곡시키는 행위이자, 국민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지하철까지 갈 인도조차 편의시설 조성이 안 된 상황에서 지하철에 엘리베이터 설치와 탈시설 등을 주장하는 전장연은 장애인의 욕구에 대해 제대로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면서, “사회적 약자의 지위를 이용해 시민들의 불만을 혐오 프레임으로 씌워 진영논리로 갈라치는 매우 비열한 정치적 행태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1일 오전, 기자회견을 마친 장총련과 한교장협회는 전날 이디야 카페 앞에 설치한 컨테이너 2개를 전장연 농성장 입구를 막았다. /사진=제보자
▲21일 오전, 기자회견을 마친 장총련과 한교장협회는 전날 이디야 카페 앞에 설치한 컨테이너 2개로 전장연 농성장 입구를 막았다. /사진=제보자
▲21일 오후 이룸센터 앞 컨테이너 설치 전경 /사진=제보자
▲21일 오후 이룸센터 앞 컨테이너 설치 전경 /사진=제보자

문제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어제 맞대응으로 ‘이디야 카페’ 앞에 설치한 컨테이너를 전장연 농성장 입구에 ‘L자’ 형태로 막아놔 양 단체 간의 갈등이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한교장협은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다시 양 농성장의 간격을 벌려 재설치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 점자블록 위에 컨테이너를 설치함에 따라 입주단체인 한국시각장애인협회와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김예지 의원실로 또 다른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시각장애인협회 관계자는 더인디고와의 통화에서 “사전에 어떠한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며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동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총련과 한교장협회 측에서 설치한 컨테이너가 이룸센터 입구로 연결된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위에 설치돼 있어 이를 옮겨 달라는 민원도 제기 됐다. /사진=제보자
▲장총련과 한교장협회 측에서 설치한 컨테이너가 이룸센터 입구로 연결된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위에 설치돼 있어 이를 옮겨 달라는 민원도 제기 됐다. /사진=제보자

장총련 회원단체 한 임원은 “장총련 내부 회원단체들이 동의한 것이 아닌 같은 소속 단체인 한국교통장애인협회가 주도한 것”이라며 “상황이 악화하지 않도록 곧 내부회의를 통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10월 장총련이 입주단체 중심으로 의견수렴을 한 결과 시각장애인 등의 이동에 불편이나 부상 등의 위험이 있기에, 그 결과를 ‘이룸센터운영위원회(입주단체 대표자 회의)’에 전달한 적 있다. 이에 대해 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시설물을 철거 요구했지만, 변화가 없자 강하게 맞대응을 한 것 아니겠냐”며 “전장연 농성장을 컨테이너로 막은 것은 전장연이 철거하면 교통장애인협회도 함께 철거하겠다는 의미로 설치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이번 컨테이너 설치 사건은 단지 이룸센터 정상화에만 있겠느냐”며 “최근 지하철 시위로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와 전장연 간의 설전, 지체장애인협회의 전장연 비판 기자회견 등 장애인 운동이나 지향점이 양 진영으로 갈라진 정치권의 영향으로 묵혀둔 감정이 노골적으로 표면화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어제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정부 주도 장애인의날 기념행사 시작 2~3시간 전에 전장연이 단상을 점거하는 일이 벌어지자 행사 준비위원장인 김락환 회장이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며 해당 동영상을 보내왔다.

영상에는 전장연 활동가들이 단상에 올라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정부는 장애인권리보장법 탈시설지원법을 제정할 것을 복지부 등에 알리고자 왔다”고 했고 이에 김 회장은 “왜 남의 행사에 와서 OO을 하냐”며 “그만하고 내려오라”는 등 격한 발언을 쏟아내는 장면이 담겼다.

이에 대해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전화 통화에서 “한 마디로 대꾸할 가치가 있는지, 참 슬플 뿐”이라며 “현재 인수위 앞에서 집회 중이라 나중에 확인해 보고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있는 이룸센터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있는 이룸센터 전경/사진=더인디고

여의도에 위치한 이룸센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장애인 정책 국정과제로 채택하면서 2007년 5월, 당시 500억원의 기금을 들여 지상 10층, 지하 4층의 총 14개 층으로 건립했다. 이룸센터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14개의 주요 장애인단체가 여의도 주변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를 납부하며 입주해 있지만, 당초 취지는 장애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종합복지 공간이어서 용도에 대한 논란이 있어 왔다.

이에 전장연은 작년 3월 16일부터 장애인권리보장법과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을 목표로 이룸센터 앞에 컨테이너 2개를 위아래 설치하고 철야 농성과 집회 등을 이어 오고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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