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석 “장애인의 시민권이 실현되도록 꼭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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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행동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어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제공. ©박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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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유명해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로 인해 비장애인도 ‘전장연’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줄임말이고, 이곳의 상임공동대표가 박경석이라는 사실쯤은 안다.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시작한 지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전장연과 박경석 대표의 움직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들이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요구하고자 하는 건 무엇인지 박경석 대표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1. 노벨평화상 추천

공교롭게도 박경석 대표를 인터뷰하기 위해 만났던 지난 2월 14일은 의미있는 날이었다. 바로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행동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박경석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바로 인터뷰에 응했다. 축하할 일이기에 먼저 어떤 계기로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었는지 물어봤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시절 저희를 ‘비문명’이라 하며 갈라쳤죠. 그리고 최근에는 하태경 의원이 폭력조장 단체로 1위 민노총에 이어 2위로 전장연을 딱 짚어 지목했어요. 저희가 2001년부터 지금까지 장애인의 이동권과 교육권, 시설이 아닌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를 외쳤던 것을 시민의 발목을 잡는 불법과 폭력으로 몰아가며 상당히 갈라쳤습니다. 하지만 전장연의 활동은 목력을 조장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운동입니다. 그래서 장혜영 녹색정의당 국회의원 등의 추천으로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박 대표는 노벨평화상 이야기를 하며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언급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반대했던 인물로, 백인 주류사회에서 흑인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 운동이 노벨평화상으로 인정되었다. 박 대표는 이와 마찬가지로 장애인도 비장애인 주류사회에서 차별과 불평등에 맞선 전장연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된 것이라고 했다. 최종 선정 여부를 떠나 후보로 추천된 것만으로도 굉장히 의미있는 성과다.

2024년 2월 14일 기준 T4 철폐 농성은 1,066일, 지하철 행동은 532일차를 맞이했다. 사진 제공. ©박경석

“장애인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인권의 문제처럼 무게감 있게 받아들이지 않고 여전히 동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여성의 문제도 남성 주류사회에 맞서 참정권 등을 요구하며 싸워 왔잖아요. 그래서 장애인도 동정의 대상이 아닌 인권이 중점인 사회에서 지하철 행동이 아닌 노벨평화상 추천 방식으로 시민사회에 알리게 되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 탈시설장애인당

박 대표를 인터뷰한 곳은 국회의사당역 내부에 있는 농성장이다. 이곳에서 410 총선을 앞두고 ‘탈시설장애인당’을 통해 시민들에게 장애인의 권리를 알리고 있다. 그런데 탈시설장애인당은 ‘가짜 정당’이다. 선거법상 등록한 진짜 당이 아니라 장애인권리캠패인을 위한 정당(政黨)이 아닌 정당(正當), 즉 가짜 정당이다.

“탈시설장애인당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장애인의 권리에 기준을 두는데 아직은 실현되지 않는, 탈시설이라는 이름조차도 윤석열 정부에서 삭제한 상황에서 인권의 기준을 내세우고 장애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탈시설이라는 용어를 썼습니다.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도 장애인의 권리에 투료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이 내는 정책 공약에서 장애인정책 공약을 잘 살펴봐달라고 당부한다. 단순히 동정의 차이가 아니라 정확하게 ‘탈시설’에 대한 정책이 구체적으로 있는지 확인해달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장애당사자들이 정치적 공간에서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후보’도 낸다. 물론 선거법상에 근거한 후보는 아니다. 진짜 출마하는 정치인들과 투표를 하는 시민들에게 장애인의 권리를 호소할 수 있는 장애당사자 후보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이 일상적으로 누리는 이동권도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교육과 노동에서도 배제받아 시설로 갈 수밖에 없는 게 한국사회입니다. 시민으로 당연히 누려야 되는 권리가 불평등하게 계속 구조화되는 문제들을 좀 더 이동시켜서 ‘장애인의 시민권이 실현되는 시대로 가자’라는 구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탈시설장애인당은 세 가지 의제를 내고 있다. 이동의 문제는 자기만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 권리를 가지고 노동을 알리는 권리 중심의 노동, 지역 사회와 함께 살아가는 탈시설 시대가 그것이다. 이 의제를 시민들에게 최대한 많이 알려서 공감과 지지를 얻고 정치권에서 책임져야 할 것은 책임지게 하는 탈시설장애인당이 되도록 활동하고 있다고 박 대표는 강조하며, 더인디고 독자들에게도 이번 기회에 ‘시민으로서 이동하는 시대’를 만드는 주인이 되길 호소했다.

장애인의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보장과 탈시설을 통한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의 권리에 투표해달라고 호소하는 박경석 대표. 사진 제공. ©박경석

#3. 장애인의 주권적인 영토를 꿈꾼다

박 대표와 탈시설장애인당은 총선이 끝나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총선 후 10일 뒤인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진정한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움직이려 하고, 더 나아가 곧 다가올 대통령 선거에서도 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해 움직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궁극적으로,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결과는 무엇일까. 더불어 박 대표가 바라면서 꿈꾸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마지막 질문으로 던졌다.

“장애인 주권이 살아있는 영토, 장애인의 주권이 권리로서 대한민국 헌법이 제시하고 있는 가치이자 기준으로서 실현되는 영토가 하나씩 하나씩 각 지역에 만들어서 연결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 영토는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중증장애인을 무능력하다는 이유로 최저임금도 못받게 하거나 감옥같은 시설에 넣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장애인이 불평등하고 차별받는 존재가 아닌, 모두가 동등한 대한민국이 되면 좋겠습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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