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비스듬한 풍경, ‘기울어진 스크린’에 숨은 ‘장애’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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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비스듬한 풍경, ‘기울어진 스크린’에 숨은 ‘장애’ 찾기
▲차미경 작가가 미디어 매체에서 표현되는 '장애' 문제를 짚는 에세이집인 '기울어진 스크린'을 펴냈다. ⓒ 차미경 작가 페이스북
  • 차미경 작가 첫 책, 삐딱한 시선으로 ‘현상의 본질’ 헤집는 글쓰기 작업 결실
  • 휠체어에 앉아 차미경 작가가 글로 찾아낸 ‘숨은 장애’
  • 과장이나 폄훼 없는 장애당사자의 ‘정체성’ 찾기는 계속되어야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나에게는 화장실에 대한 유별난 트라우마가 있다. …<중략>… 초중고 12년 동안 내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견뎌야 했던 건 입시도 성적도 아니라 오로지 ‘화장실을 가지 않고 참는 것’이었다.”
– <모멸감에 대하여> 중에서 p101~p102

짙은 개나리색을 배경으로 다리가 어긋난 안경이 그려져 있는 표지가 이색적인 ‘기울어진 스크린’에서 작가 차미경은 장애를 가진 몸으로 살아오면서 유별난 트라우마를 남긴 경험이 ‘화장실을 가지 않고 참는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술회한다. 배설은 생명의 존재 과정의 필수적인 행위이며 사람의 존엄성을 설명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실제 의사조력을 결정한 많은 사람들이 죽은 후의 배설 문제를 존엄한 죽음의 조건으로 고민한다고 하니 케이트 엥겔하트는 <죽음의 격>에서 이를 인간의 ‘존엄성’으로 해석할 정도다.

▲차미경 작가

이처럼 ‘기울어진 스크린’은 ‘장애라는 정체성이 갖는 한계를 드러냄과 동시에 가능성을 미디어 매체에 등장하는 장애인 캐릭터 관찰을 통해 샅샅이 드러낸다. 1장 장애를 비추는 거울(12편), 2장 거울 깨뜨리기(17편), 3장 아름다운 소통을 위하여(19편) 등 모두 세 개의 장으로 구분된 ‘기울어진 스크린’은 각 장의 제목-주제이기도 하다-을 직조하는 장편(掌篇)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48편의 짧은 이야기들은 각 편마다 개성을 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이 글들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촘촘하게 짜인 한 벌의 옷을 완성한다. 그러면서도 낱개의 이야기들은 독립적 읽기가 가능하도록 배치되어 있다. 마디로 구분되었지만, 그물처럼 얽힌 하나의 굵직한 이야기… 노회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그 교묘한 얼개 속에서 작가는 미디어에서 표현된 장애 혹은 장애인을 찾아 지난한 여행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미디어 콘텐츠 67편, 기타 소설이나 동화 등 텍스트 문학 4편 등 71편의 이야기 속 장애 혹은 장애인을 만나는 여정은 그리 녹록치 않았을 법도 한데 작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친 걸음을 걷는다.

작가의 눈은 미디어 속에서 대상화된 장애 혹은 장애인을 향해 있다. 소위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미디어 속에 배치되고 해석되는 장애가 여전히 ‘극복’이나, ‘연민’의 소재로 쓰이거나 물화된 존재로만 ‘쓸모’가 인정되는 방식으로 공식화되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작가는 “백인이 흑인으로 분장해 흑인을 연기하는 것이 어색하고 당연하지 않다고 여기면서, 왜 아직도 장애인 역을 비장애인이 하는 ‘크리핑업’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되묻는다.

“Life feels good.”

그러면서 작가는 폴란드 영화 <라이프 필스 굿>의 주인공인 마테우스-그는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다-의 존재 증명을 통해 장애를 가진 사람의 삶을 그 누구도 “Life is good”이라 말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이 영화의 미덕은…<중략>…장애를 가진 주인공의 삶을 우월한 비장애인의 시선으로 비하하거나 혹은 대단한 것처럼 과대포장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써 자신이 거기 ‘있음’을 증명해 낸 한 인간의 저항기를 담담하고 유머 있게 보여 주었다는 것”
– <한 남자의 치열한 존재 증명기> 중에서 p141

비스듬하고 삐딱한 자신의 시선과 말들은 “서 있는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는 나만의 풍경이 분명 있기 때문”이라는 작가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기대는 연대”를 통해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겐 공감을, 장애가 없는 사람들에겐 변화를 이끄는 작은 바람이 되면 좋겠다”는 여린 마음 한 끝을 내비치기도 했다.

두 번을 내쳐 읽고서야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기울어진 스크린’은 에세이 모음집이라기 보다는 미디어 속에서 ‘장애 정체성을 톺아가는 보고서’라는 것을. 작가는 격해질 법도 한데 그 뾰족한 감정을 배제한 채 단정하고 올곧은 문장의 호흡을 유지하면서 책의 마침표를 찍었다. 과장되거나 폄훼되어 대상화된 장애가 아닌 휠체어 앉은 높이에서 날 것으로 드러낸 ‘장애 정체성’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차미경 작가 – 대중문화를 매개로 하여 세상에 말을 거는 사람. KBS 라디오의 장애인 프로그램 <내일은 푸른하늘>의 리포터이자 방송작가로 일했으며, 현재는 장애인 전문 매체인 <에이블뉴스>, <더인디고> 등에 칼럼을 쓰고 있다. 영화, 드라마, 무용, 도서,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대중문화를 장애당사자의 입장에서 분석하고 그 생각을 나누고 있다. <기울어진 스크린_작가소개>

■ 주요 책 판매처 – 알라딘 예스24 : 교보문고 :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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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만
1 year ago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서 사는 사람입니다 저도 수급비가 적어 아직까지 모은 수급비 50만원 밖에 없어서 아이예 모으지 못해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너무나 🇰🇷(대한민국) 정부들이 똑바로 수급비가 적게 줘 완전 그것 밖에 모으지도 못했어요.~~~^^ 얼른 수급비 많이 주는지 유엔 ♿️(장애인)위원회에게 알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