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19] ① 박서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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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 오전 11시 여의도 이룸센터 앞 19차 화요집회에서 박서연 부모연대 서울지부 동대문지회 회원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12월 27일 오전 11시 여의도 이룸센터 앞 19차 화요집회에서 박서연 부모연대 서울지부 동대문지회 회원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차별 없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더인디고] 지적장애가 있는 아들은 현재 20대 청년으로 피플퍼스트 서울센터에서 동료지원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직장에 다닌 지 올해 3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집회현장에 가서 소리도 지르고, 기자회견장에 가서 팻말을 들기도 합니다. 심적으로 힘들어하는 당사자 대상으로 동료상담도 합니다. 또한 교육 진행을 위하여 파워포인트도 만듭니다. 기사 스크랩을 하면서 장애인 정책이나 이슈화된 문제들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집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들입니다. 그저 누워서 뒹굴뒹굴하거나, 유튜브를 보면서 웃거나, 컴퓨터를 쓰거나,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철부지 막내일 뿐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들의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사 스크랩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은 꼭 지키고, 근무시간 동안 의자에 꼬박 앉아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대견하고, 얼마나 믿음직스럽던지,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많이 컸구나.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동안 직장에서 일만 배운 것은 아닙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의도치 않은 말실수로 서로 상처가 되었을 때 대처하는 법, 생각을 말로 잘 표현해야 한다는 것, 본인이 가끔은 ‘이기적인 사람인 것 같다’라고 느끼는 것, 하기 싫어도 책임지고 해야 할 본인의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것, 직장 내 공간에서 서로 지켜야 하는 행동 등등. 그동안 배워왔고, 또 배울 수 있는 수많은 상황이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힘들다고 울기도 하고, 또 즐겁다고 웃기도 하면서 여리기만 했던 마음도 조금씩 단단해졌을 것입니다. 비장애인도 사람 관계에 있어서 어려움을 느낍니다. 모든 것이 더 예민한 아들이 펑펑 울 때는 저도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최근 번아웃이 온 것 같다며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을 하더군요.

하지만 힘들다고, 하기 싫다고 쉽게 그만둔다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세상 살기 쉽지만은 않으니까요. 더구나 장애인이 살아가기에는 아직은 더 많이 힘드니까요. 연말이 되면 내년에도 재계약을 해서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아들이 멋진 직장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었으니, 독립이라는 꿈을 향해 열심히 살아갈 수 있도록 일자리가 안정되기를 바랍니다.

아들이 항상 말하는 것이 있습니다. “차별 없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오늘은 제가 외쳐봅니다. “누구나 차별 받지 않고,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2022년 12월 27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19차 중에서 –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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