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25] ① 이상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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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제25차 화요집회에서 부모연대 경기지부 연천지회 이상녀 회원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2월 14일 제25차 화요집회에서 부모연대 경기지부 연천지회 이상녀 회원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저는 12살, 10살의 두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큰아이는 12살이지만 신체발육은 또래 친구들보다 빨라 키 165Cm, 몸무게 80kg입니다. 반면 지능이나 언어, 사회성숙도 등 정신적 부분의 발달은 5세~7세 정도의 수준이지요. 아직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면 목청껏 “엄마!”를 부르지요.

서른일곱 늦은 나이에 결혼하고 큰아이와 작은아이를 출산했습니다. 조금 늦되고 산만한 아이라 믿었던 큰아이는 중증의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판정받았습니다.

불행히도 제가 사는 경기도 연천에는 장애전담 어린이집이나 통합어린이집이 없었기에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동두천 장애전담 어린이집을 보내야 했습니다. 장애인복지관이나 사설 치료실도 없어 다른 지역으로 1시간 이상 이동해 치료실을 다녀야 했습니다. 꾸준한 치료와 교육을 통해 아이가 발달하여도 10세 수준을 넘어서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이 아이가 자라 사회인이 되었을 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앞날이 막막해 보였습니다. 부모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어찌어찌 아이의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겠지만 그 이후는 정말 깜깜하고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이에 더해 큰아이를 돌보는데 온 정신을 쏟다보니 작은아이는 혼자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형의 장애로 인한 부모의 관심과 애정이 형에게만 쏠리니까 작은아이는 우울과 불안, 과잉행동을 나타내며 힘들어했습니다. 심리치료와 상담을 받고 아이와 좀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기울이며 작작은 아이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

늦은 나이에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하며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떤 지원들이 필요한가를 고민하였습니다. 고민이 이어진 끝에 깨달은 것은 지역사회의 변화 없이는 우리 아이의 미래는 너무나 어렵고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모 교육을 위해 찾았던 경기북부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통해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조직화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라는 장애인단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역의 부모님들과 힘을 모아 연천지회를 만들고, 연천군, 장애인복지팀, 연천의회, 연천교육청 특수교육지원팀 등 지역사회 관련 기관을 찾아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과 필요한 정책들을 요구하고 설명회 등을 이어 갔습니다. 우리의 절실한 노력과 여러 활동으로 연천군장애인가족지원을 위한 조례가 만들어지고 연천군장애인가족지원센터가 문을 열어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에게 조금씩 희망이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들도 우리와 아이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하고 너무나 더디기만 합니다. 지난해 저는 두 번의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해야 했습니다. 입원을 위해 짐을 싸면서도 제가 없는 동안 아이들이 할머니와 잘 있을 수 있을까? 큰아이가 제가 없는 동안 견딜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잠을 이루기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수술을 잘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붙잡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유례없는 감염병의 위기를 속에서 아이들 돌봄뿐 아니라 장애아동들을 위한 머나먼 투쟁을 멈추지 않는 모습에 존경과 응원을 보낸다는 지인의 메시지에 다시 한번 힘을 내어 무거운 발걸음 신발 끈 힘껏 동여매고 동지들이 있는 투쟁의 현장으로 오늘도 나섭니다.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너무도 절실히 필요합니다. 하루빨리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가 실현되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걱정없이 살아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023년 2월 14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25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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