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아닌 실천하는 통합교육이 이뤄질때까지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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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1월 28일 이룸센터에서 ‘와이낫’의 첫 번째 대면 모임이 열렸다. 모임의 주제는 오는 2월에도 예정된 대면 모임의 주제와 같은 “말뿐인 통합교육은 거부한다”이다. 사진. ©와이낫
  • [이런 곳이 있습니다-1]
  • 말뿐인 통합교육은 거부한다는 통합교육 실천모임 ‘와이낫’
  • 대면‧비대면 모임을 지속하며 함께 목소리 내며 활동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뉴스 중 하나가 ‘서이초 사건’이다. 교사의 교권, 학생의 학습권 등 누군가는 반드시 가져야 하는 ‘~권’으로 대변되는 권리는, ‘교육’이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누구의 권리는 어디까지 보호되고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며, 또 어디까지 인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물론 그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앞으로 대한민국 교육계에서도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기에 통합교육과 관련하여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많은 구성원을 이루고 있는 모임 ‘와이낫’을 소개하고자 한다.

‘와이낫’은 영어 ‘whynot’으로, “왜 안되겠어?”, “왜 안 돼?”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으레 장애학생을 대상으로는 방법을 찾아보거나 시도를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는 말을 먼저 꺼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왜 안 된다고만 하는지 물음에서 시작된 ‘와이낫’은 처음에 4명이 모임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26명이 함께 하고 있다.

‘와이낫’을 구성하는 사람들은 전국 각지에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대면보다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카카오톡 단체방을 활용한 온라인 교류와 소통이 더 활발하다. 한 달에 한 번 줌(ZOOM)으로 모임을 하고 있고, 1년에 한 번은 강연을 곁들인 대면 모임도 진행하고 있다. 다가오는 2월에 열릴 예정인 대면 모임의 주제가 “말뿐인 통합교육은 거부한다”인데, 이 한 문장만으로 ‘와이낫’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와이낫’은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 고르게 있어서 매월 진행하는 모임은 비대면(줌)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진. ©와이낫

현재 ‘와이낫’은 임원진이 없고, 모두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26명 중 24명이 장애자녀를 둔 부모인데, 장누리 씨도 그렇다. 모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장누리 씨가 ‘와이낫’에 대해 좀 더 설명했다.

“지금도 같이 하고 싶어 하시는 학부모들이 많은데 저희가 어떤 식으로 ‘와이낫’을 운영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구성원이 너무 많으면 소통이 잘 안 될 것 같아요. 그래서 각 지역에 있는 분들끼리 연합해서 자조모임을 만들고 그 모임끼리 힘을 합치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그리고 협동조합이나 법인처럼 조직화해서 대표나 부대표, 회계 같은 걸 두지 않으려고 해요. 그런 부분에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가니까 그런 거 없이 자유롭게 편안한 모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 등 수도권 외에 강원도, 울산, 전주, 제주 등 전국 각지에 고르게 있는 ‘와이낫’ 구성원들은 통합교육이라는 공통분모에 대해 같이 힘을 모은다. SNS를 통해 캠페인을 한다거나 목소리를 높여 주변에 영향력을 끼칠 필요가 있을 때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다.

“작년 이맘때 처음으로 대면 모임을 했는데, 그땐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한두 명이 목소리 내지 말고 이렇게 같이 모여서 으쌰으쌰하면서 목소리를 내면 학교나 교육기관에서도 어떤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어요. 하지만 작년에 서이초 사건이 터지면서 교실 내 교권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때 장애학생 행동 특성에 대한 고려가 배제된 것 같아요. 또 현재의 흐름 속에서 장애학생의 학습권이 교권이나 비장애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대립 구도로 가는 것에 대한 심각한 우려도 있어요.”

‘와이낫’에 대해 소개하기 위해 인터뷰에 응한 장누리 씨가 입었던 상의 뒷면에는 ‘와이낫’의 로고가 디자인되어 있었다. 사진. ©박관찬 기자

장누리 씨가 1년 동안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게 학교의 ‘구조적’ 문제라고 한다. 아무리 특수교육대상자를 잘 이해하고 지도하는 좋은 선생님이 있어도, 결국에는 학교의 구조적인 시스템으로 인해 문제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 안 변하는 게 아니라 못 변하는 거라고 많이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서이초 사건을 통해 특수교육대상자에게는 ‘장애’나 ‘특수교육’ 때문에 ‘안 된다’는 잣대가 더 심해졌다. 그래서 ‘와이낫’의 “왜 안 되느냐”라는 물음이 더 강해져야 하는 시점일지도 모른다.

“활동지원사의 경우를 예로 들면 개인이 부담금을 내고 서비스를 받는 건데, 학교에서 활동지원사를 학교에 투입하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부모들 중에는 그런 구조적인 문제를 잘 모르는 경우 학교에서 그러라고 하는 게 맞는 줄 알고 처음엔 그랬는데, 학생의 학년이 올라가면서 이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죠. 그런 내용이 ‘와이낫’ 신문고에도 올라와서 상담하고, 학교측에 이야기해서 개인이 활동지원사를 투입하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보조인력을 증원해야 한다는 걸 요구해야 해요. 이렇게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계속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마다 받아들이는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와이낫’이라는 용어의 의미 덕분에 부정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모든 게 다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분명하다. 비장애학생과 동등하게 되어야 하는데, 장애가 있어서 안 되고 있는 게 존재한다는 것. 그래서 ‘와이낫’은 계속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왜 안 되나요?”라는 질문을 더 이상 던질 필요가 없어질 때까지.

[더 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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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hyun8099@gmail.com'
김수현
3 months ago

와이낫을 멋지게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힘을 내다가 좌절하다가 다시 또 화이팅을 외치게 되는 건 기자님 같은 분이 계신 덕분이예요^^ 학교 현장에서 차별과 배제가 사라질 때까지 부지런히 달려보겠습니다!

goopski@gmail.com'
털장갑
3 months ago

통합환경에서 특수교육대상자를 대변할 수 있는 자조모임이 많이 필요합니다

goopski@gmail.com'
털장갑
3 months ago

통합환경에서 특수교육대상자를 대변할 자조모임이 많이 필요합니다

shinpodo@naver.com'
신포도
3 months ago

좋은 모임이네요~! 통합교육.. 정말 멈춘느낌… 움직임들이 퍼져서 좋은 교육이 되길~~학생, 한 명 한 명 모두 소중하고, 모두를 위한 통합교육이 되면 좋겠네요 이런 활동들이 많아지면 좋겠네요.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freesara8203@daum.net'
사라다
3 months ago

통합교육 부모 자조모임~!! 멋지네요.
서로의 이야기를 하면서 도움받고 도움주고 통합에 대한 강의도 해주시고 멋진 자조모임이네요. 한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는 통합교육을 위한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jjangnul@naver.com'
유유맘
3 months ago

이런 곳이 있습니다-두번째 기사도 기다려집니다. 소개 감사드립니다~

90silver@naver.com'
ㅂㅂㅇ
3 months ago

자조모임을 통해 힘이 모이길 응원합니다

merci@hotmail.co.kr'
김민혜
3 months ago

응원합니다 ! 모두가 함께하는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공감하고 함께해주기를 기도하겠습니다.

nangmandevil@gmail.com'
박민정
3 months ago

우리 모두의 사회를 위해 통합교육이 건강하게 잘 이루어지길 응원합니다.

m1607@daum.net'
나홀로
3 months ago

진짜 훌륭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