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68] ➀한에스더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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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 연천지회 한에스더(사진 왼쪽) 회원과 동료들이 1월 30일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 연천지회 한에스더(사진 왼쪽) 회원과 동료들이 1월 30일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아름다운 재인폭포에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옛날에 줄을 잘 타던 재인광대가 있었습니다. 이 광대는 자신이 양쪽 절벽에 외줄을 묶어 그 위를 지나갈 수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고 내기를 합니다. 재인이 줄 잘 타자 내기에서 질까 두려운 사람들이어떻게 했을까요?

안녕하세요. 우리는 세계최초로 유네스코 인증지역을 설명하는 발달장애인입니다. 지난 2년간 총 60차례가 넘는 이론과 현장교육을 이수했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연천 재인폭포에서 해설사분들과 어울려 관광객에게 한 시간가량 연천과 재인폭포를 설명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우리들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계속 훈련하면 아주 잘한다고요. 하지만 우리는 조립하고 포장하는 일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가기 싫다고 화내고, 울고, 아프다고, 온갖 핑계를 늘어놓으며 엄마와 싸우는 게 하루일과였습니다. 그리고 십만 원 조금 넘는 너무 적은 월급이었습니다.

우리는 단순한 글과 쉬운 말로 이루어진 시나리오를 긴 시간 반복적으로 교육받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해설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덥고, 춥고, 비바람을 맞으면서 해야 하지만 나는 내 직업이 마음에 듭니다. 집에 가서 싸우지 않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말을 합니다. 동 시간대 누군가는 지루하고 답답한 일상을 보내지만, 우리는 같은 시간을 그 누구보다 보람있고 재밌게 보내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일을 하지만 어려움도 있습니다. 새로 생겨서 좋아했던 1호선은 내가 일하는 곳에 가지 않고 다른 대중교통도 없습니다. 저는 혼자서는 장애인 콜을 이용할 수 없어 한참을 걸어 다녀야 합니다.

우리는 놀고먹을 테니 나라가 나를 먹여 살리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주시고. 세상과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의 차이를 국가가 관심을 갖고 여러 정책으로 채워달라는 것입니다. 24시간 지원체계는 부모가 나를 국가에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갈 그 틈을 국가가 여러 정책으로 메워달라는 것입니다. 관광지에서 장애인을 위한 정책은 고작 관광하기 쉬운 길을 만드는 것뿐이었습니다.

내가 말을 잘하지만, 누구 앞에서 말하는 일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해하기 쉽게 풀어 만들어진 교재가 만들어지면서 가능했습니다. 세상이 조금 더 나에게 관심갖고 관대해진다면, 비장애인들에게는 쉬운 평범한 일상이 우리에게 쉽게 풀어진다면 저도 스스로 잘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눈으로만 보는 것이 다가 아니니, 우리를 나쁜 눈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우리가 떳떳하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동반자가 국가가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상 이음메이트 한에스더입니다.

-2024년 1월 30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68회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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