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졸업하면 활동지원시간 더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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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학교를 다니면 활동지원시간이 10시간 추가되지만, 학교를 졸업하면 그 10시간이 사라진다.
장애인이 학교를 다니면 활동지원시간이 10시간 추가되지만, 학교를 졸업하면 그 10시간이 사라진다. ©박관찬 기자
  • 학교 다닐 땐 10시간 주지만, 졸업하면 시간 소멸
  • 학위 발판으로 활발한 활동하려면 지원시간 더 필요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A 씨는 지난해까지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원 학업도 병행했다. 그런데 올해 2월 졸업 후 한 달에 이용할 수 있는 활동지원시간이 줄어들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활동지원 10시간이 추가되었던 게 졸업하면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장애 정도가 심한 A 씨에게는 1시간의 활동지원도 절실한 상황에서 10시간이나 줄어들게 된 것이다.

A 씨는 “장애등급제 폐지 후 활동지원시간을 계산하는 게 애매해진 부분이 없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독거 20시간, 직장 40시간, 학교 10시간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 같다”면서 “그런데 학교 졸업했다고 10시간이 없어지니까 이제 활동지원사로부터 서비스 받는 일정을 전부 조정해야 하는 판이라 걱정이다”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A 씨가 언급한 독거와 직장, 학교에 해당하는 시간은 장애인에게 매월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활동지원시간에서 시간을 더 추가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즉 혼자 살고 있는 장애인은 독거이므로 기본 활동지원시간에 20시간을 추가로 제공하고, 장애인이 학교를 다닐 경우에는 10시간을 추가로 제공하며, 직장을 다니면 40시간을 더 추가할 수 있다. 얼핏 보면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A 씨는 “왜 독거와 학교, 직장의 추가되는 시간이 다른지 그 기준은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학교 다닐 때 10시간을 추가로 주다가 졸업하고 취업해서 40시간을 더 준다는 의미 같다”라는 의견을 전하며, “그런데 직장을 다니면서 학업을 병행하는 경우도 충분히 많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A 씨의 경우처럼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다가 학교를 졸업하면 활동지원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B 씨도 A 씨처럼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B 씨는 “저는 학교 10시간과 직장 40시간 외에 다른 기준이 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학교를 졸업하면 취업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더 다양한 무언가를 하고 싶을 텐데, 직장 40시간 외에 학교 졸업으로 추가되는 시간이 없으면 중증장애인은 자립생활을 영위하기 힘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B 씨는 “활동지원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니까 시에서 추가로 주는 시간이라도 신청해서 받고 싶은데, 시에서 주는 시간은 와상장애인이나 전신마비인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많은 장애인들이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애매모호한 산정 기준에 본인의 장애유형과 특성에 맞는 활동지원시간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감안한다면, 다른 경로를 통해서라도 활동지원시간을 더 받을 수 있어야 되는데, 오히려 본인부담금만 높아지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 씨와 B 씨는 ‘학교 10시간’ 외에 ‘학교 졸업 00시간’이 새로 생기면 좋겠단다. 대한민국이 학력주의와 경력주의가 극치인 사회니까 장애인도 학력에 따라서 그만큼 대우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학위가 높아질수록 사회에서 대우를 받으면 그만큼 활동의 영역도 넓어질 텐데, 그럼 장애인 입장에서 꼭 필요한 게 바로 활동지원시간의 추가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학교를 졸업하면 오히려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A 씨는 “장애인이 자립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가 활동지원서비스인데, 시간이 부족해서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면 제도적인 의미가 뭐가 있겠냐”고 반문하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그런 것보다 정말 필요로 하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만큼의 시간을 충분히 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B 씨도 “장애인에게 가장 민감하면서도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활동지원시간”이라고 강조하며, “지원받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서 자립생활을 위해 하고 싶은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면 과연 그게 활동지원제도의 실효성이 있는 건지 깊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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