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찬의 기자노트]비브라토, 정박자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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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를 연주하고 있는 사진.
더 나은 연주자로 발전하기 위해 요즘 비브라토와 정박자 맞추기를 배우고 있다. 사진. ©이담사진실 이관석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지난해 생애 첫 연주회를 연 뒤, 기자도 첼로 선생님도 욕심이 생겼다. 더 잘 하고 싶은 욕심, 더 어려운 곡을 연주하고 싶은 욕심. 이건 꼭 장애를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게 되는 욕심이다. 그런데 그 욕심이란 걸 실현해낼 수 있을지 의문인 게 솔직한 심정이다.

올해 두 번째 연주회에서 가장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비브라토’와 ‘정박자 맞추기’다. 정말이지 둘 다 기자에겐 너무 부담스럽고 어려운 미션이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꼭 해내고 싶은 무언의 의지는 또 왜 이렇게 강렬한지 모르겠다. 아마도 기자의 첼로에 대한 열정과 기자가 지금의 연주자로 거듭날 수 있게 해준 첼로 선생님에 대한 믿음 덕분이 아닐까.

‘첼로의 꽃’이라고 불리는 비브라토는 사실 기자도 정말 해내고 싶은 기술이다. 첼로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꼭 비브라토를 배우고 연주에 적용하게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동안 기자는 비브라토까지는 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그냥’ 연주해도 충분히 괜찮았고, 작년에 첼로 선생님으로부터 포지션 이동을 배우면서 이것만 활용해도 멋진 연주가 되었으니 충분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동물은 욕심에 끝이 없다. 더 잘 하고 싶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비브라토에까지 이르게 되었는데, 사실 비브라토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았던 이유가 있다. 비브라토는 ‘소리’의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즉, 손가락을 움직이는 기술로 더욱 화려한 소리를 낼 수 있다는데 그 소리를 기자가 듣지 못하니 비브라토를 배운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생각했던 것이다.

비브라토에 본격적으로 입문하면서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또 다른 어려운 요소도 발견했다. 비브라토를 하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 손가락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왼손의 넷째, 다섯째 손가락 힘이 정말이지 너무 없어서 왼손을 둥글게 하며 비브라토를 하기가 쉽지 않다. 첼로 선생님도 기자의 손가락에 힘이 없어서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고 하셨다.

손가락 끝에 힘이 잘 실려야지 손가락을 동그랗게 만들어 비브라토를 할 수 있을 텐데, 그래서 첼로 선생님은 처음 비브라토를 배우는 데 몇 개월이 걸린다고 하셨다. 얼마나 연습해야 손가락 끝에 힘이 실리게 될지 의문이지만, 작년 포지션 이동을 연습했을 때처럼 그냥 연습하는 방법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또 활을 한 번 긋는 동안 비브라토를 4개, 6개, 8개 등 다양하게 넣을려면 그만큼 손목을 빠르면서도 일정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 또한 너무 미숙하다. 비브라토를 배우는 순간만큼은 왠지 첼로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느낌이다.

작년 연주회 이후, 이젠 혼자 연주하기보다 피아노 반주와 함께 연주하는 것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면서 정박자의 중요성을 첼로 선생님이 많이 강조하신다. 연주회 이전 혼자 연주할 땐 박자를 조금 틀려도 괜찮았다면, 피아노 반주가 함께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박자에 맞춰 연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습 때나 레슨 때나 늘 한쪽 발로 정박자를 맞춰주면서 해보고 있다. 하지만 박자 맞추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발로 박자를 깔아놓고 그 박자에 맞춰 연주를 하면 되는데, 발로 하는 박자는 일정해도 곡의 어느 부분에서 활이 빨라지면 발도 어느새 일정한 박자가 무너지고 활이 긋는 박자를 따라가고 있다. 바로잡고 좀 맞는다 싶으면 발과 활의 박자에 신경쓰는 나머지 이번에는 활의 각도가 무너져서 삑사리가 난다.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한 가지가 무너지면서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박자로 이루어진 곡은 그래도 어렵지 않게 연주해낼지 몰라도, 음표보다 쉼표가 먼저 나오거나 음표들이 복잡하게 구성된 마디가 나오면 박자 맞추기가 너무 어렵다. 악보상으로 어떤 박자인지 분명히 머리로는 이해했으면서도, 이를 연주에 적용하는 과정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그래서 요즘은 레슨에서 다음 곡으로 진도가 잘 넘어가지 않는다. 한 곡을 연주하더라도 그 곡의 어느 부분에 박자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첼로 선생님은 그 부분을 집중해서 레슨해 주고 계신다. 그만큼 곡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첼로 선생님의 노력이 그대로 느껴지는데, 이를 해내고자 하는 기자의 의지만큼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해 아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포지션 이동을 작년에 해냈고, 지금은 첼로 선생님이 알려주지 않아도 자유롭게 포지션 이동을 하며 연주하고 있다. 그 경험을 믿고 또 열심히 연습하고 레슨받다 보면 비브라토도, 정박자 맞추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보곤 한다.

그래서 첫 연주회에서 포지션 이동을 해냈다면 두 번째 연주회에서는 비브라토와 정박자 맞추는 걸 해냈다는 내용을 언젠가 기자노트에 기록할 날이 오길 소망한다.

[더 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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