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TV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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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진 TV모니터 화면 사진
시‧청각장애인용 맞춤형 TV뿐만 아니라 시청각장애인용 맞춤형 TV도 필요하다. ©박관찬 기자
  • 방통위의 시‧청각장애인용 맞춤형 TV 보급 사업
  • 시청각장애인도 정보접근권‧알 권리 필요
  • 시청각장애의 특성에 맞는 기능 개발 필요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지난 15일(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정보접근에 어려움이 있는 시‧청각장애인에게 맞춤형 TV를 32,000대 보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12,000대 증가한 수량이며, 저소득층을 포함한 전체 시‧청각장애인들에게 보급할 예정이다.

‘시‧청각장애인용 맞춤형 TV 보급 사업’은 2000년에 자막방송 수신기, 화면해설방송 수신기로 시작하여 2013년부터는 TV 형태의 통합수신기로 발전하였고, 지속적인 기능 개선도 이뤄져 지난해까지 총 260,378대가 보급된 바 있다.

해당 사업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맞춤형 TV를 보급하여 왔으나 2022년부터는 전체 시‧청각장애인으로 보급 대상을 확대하여 좀 더 많은 시‧청각장애인들이 방송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방통위는 증가한 물량을 효율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1차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4월 15일부터 5월 10일까지, 2차로 그 외 대상자를 대상으로 6월 3일부터 6월 21일까지 나누어 접수를 받아 시‧청각장애인이 보다 편리하게 맞춤형 TV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보급될 시‧청각장애인용 맞춤형 TV는 40형 고화질(풀HD) 스마트 TV이다. 이는 조작메뉴가 음성으로 안내되고, 시청중인 프로그램의 장애인방송(폐쇄자막‧화면해설‧한국 수어) 유형이 표시되며, 폐쇄자막과 수어화면을 분리할 수 있고 크기도 조절할 수 있는 등의 편의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특히 올해는 색각 이상자를 위해 방송화면에 흑백 또는 적‧녹‧청색 필터를 적용하여 인식이 어려운 색상을 보정할 수 있는 기능을 새로 탑재했다.

맞춤형 TV는 주민등록지 관할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하여 신청하거나, 시청자미디어재단 시‧청각장애인용 TV 보급 전용 누리집(tv.kcmf.or.kr)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으며, 문의는 대표전화(1688-4596)와 신청 누리집을 통해 할 수 있다.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TV는 없는 걸까?

‘일본의 헬렌 켈러’라고 불리는 후쿠시마 사토시 도쿄대 교수는 시청각장애인을 ‘’꺼진 TV’에 비유한 적이 있다. 시각과 청각에 모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시청각장애인은 꺼져 있는 TV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앞서 소개한 시‧청각장애인용 맞춤형 TV를 시청각장애인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각장애인용에 맞춘 리모컨이 음성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시청각장애인은 청각장애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들을 수 없다. TV에 나온 화면이 어떤 내용인지 해설해준다고 해도 역시 들을 수 없다. 청각장애인용 맞춤형 기능인 자막이나 수어의 경우, 시각장애도 있는 시청각장애인에게는 역시 무용지물이다.

시청각장애인은 두 가지 감각에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흔히 달팽이에 비유하곤 한다. 무엇이든 달팽이처럼 ‘느리게’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시청각장애가 지닌 특성을 모두 고려한 ‘느린’ 기능을 활용한 ‘시청각장애인용 맞춤형 TV’는 개발이 어려운 걸까?

기본적으로 TV는 화면에 나오는 시각적 이미지와 화면에서 나오는 청각적인 전달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미각이나 후각, 촉각 등 잔존감각을 극대화하여 활용하는 시청각장애인에게 TV는 접근하기 어려운 벽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드시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기능이 아니더라도 리모컨의 조작기능에 촉각적인 요소를 활용한다거나, 화면에서 나오는 시각 또는 청각적 정보를 음성이나 자막‧수어가 아닌 제3의 방법, 즉 시청각장애인이 인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공하는 커리큘럼을 개발할 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 않고 개발되더라도 ‘느리게’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시청각장애인도 지역사회의 당연한 구성원으로서 본 사업의 취지처럼 정보에 접근할 권리와 알 권리를 천부적인 권리로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각장애인은 대한민국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15가지의 장애유형에 포함되지 않아 여전히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시청각장애인에게 맞춤형 TV는 고사하고 정보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정보에 접근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 사토시 교수가 비유했던 것처럼, 시청각장애인이 언제까지나 꺼진 TV일 수는 없다. 시청각장애인에게도 ‘켜진 TV’가 반드시 보급될 수 있도록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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