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케어] 지역사회통합돌봄과 장애인 자립생활

▲김동호 장애주류화정책포럼 대표 겸 더인디고 자문위원
▲김동호 장애주류화정책포럼 대표 겸 더인디고 자문위원

[김동호 = 장애주류화정책포럼 대표]

커뮤니티 케어, 즉 지역사회통합돌봄(이하 통합돌봄)이 최근 사회복지계의 화두다. 문재인정부가 사회복지 개혁의 상표로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통합돌봄은, 그러나 장애계는 아직 거리감이 있는 것 같다. 일단 잘 모른다. 통합돌봄이 어떤 것이고, 장애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장애인의 복지서비스 체계는 어떻게 바뀐다는 것인지, 설명이 쉽지 않다. 장애등급제 폐지와 탈시설의 목소리는 높으나, 그것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는 통합돌봄에 대해서는 아직 장애계의 논의가 깊이 있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

이제 선도사업을 하는 정도고 아직 구체적인 그림이 제시되지 않았으니 본격적인 논의를 할 단계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으나, 이미 통합돌봄을 향한 중요한 초석들은 놓이고 있다. 초석이 잘못 놓이면 올바른 건물을 올릴 수 없다.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이 통합돌봄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이라는데,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통합돌봄이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초석을 다지는 이 시점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20년 11월에 더불어민주당의 정춘숙 의원은 ‘지역사회통합돌봄법안’(이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아주 중요한 기초가 다져지게 됐다. 법은 통합돌봄의 상징이자 기반이 되고 실행력의 원천이 된다. 2019년 6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지역사회통합돌봄(이하 ‘통합돌봄’) 선도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추진된 법 제정은, 보건복지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따라서 법안을 통해 정부의 기본 구상을 읽을 수 있다.

법안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필요한 통합 돌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하고 인간다운 생활의 유지 및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고 명시한다. 또한, 기본원칙(제4조)에서는 가정과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적인 서비스 제공, 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의 존중을 천명한다. 이러한 목적과 기본원칙은 매우 고무적이고, 장애인 자립생활의 철학 및 원칙과도 일맥상통한다.

통합돌봄이 사회복지서비스 대상자의 지역사회 기반의 자립생활과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서비스 이용 당사자의 자기결정을 존중하며, 이를 위한 포괄적인 서비스를 통합체계를 통해 효율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라면, 이는 장애인들이 자립생활의 실현을 위해 궁극적으로 희망하는 서비스이자 제도이기도 하다. 또 통합돌봄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사회모델을 지향하는 장애등급제 폐지와 그에 따른 전달체계의 개편, 그리고 탈시설과도 잘 부합한다. 통합돌봄은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통합이 실현될 수 있는 효과적인 지원체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을 지향한다는 통합돌봄이 실제로 과연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잘 담아낼 수 있을까? 법안은 이것이 가능하도록 잘 설계되고 적합한 조문을 포함하고 있는가? 혹시, ‘자립생활’을 너무 쉽게, 레토릭으로만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미국의 ILRU 연구소는 자립생활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자립생활은 의사결정 또는 일상생활에 있어서 타인에의 의존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하여, 스스로 납득되는 선택에 의하여 자신의 생활을 관리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신변처리, 지역에서의 일상생활에의 참가, 사회적 역할의 수행, 자기결정, 신체적 및 심리적인 타인에의 의존을 최소한으로 할 것이 포함된다. 여기서 말하는 자립이란, 한 사람 한 사람 개별적으로 정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대적 개념이다.”

미국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드 로버츠는 다음과 같은 장애인 자립생활의 5대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첫째, 당사자주도(consumer-controlled)와 권한강화(empowerment)
둘째, 장애영역의 포괄(cross disability)와 협력
셋째, 서비스와 권익옹호(advocacy)의 동시추구
넷째, 자조(self-help)에 의한 동료지원(peer support)
다섯째, 지역사회중심(community based)의 운동

법안이 원칙으로 천명하고 있는 자기결정의 존중은 당사자주도와 권한강화의 바탕이다. 그런데 이 원칙을 천명한다고 당사자주도와 권한강화가 실현될 수 있을까? 이를 가능하게 하는 지원전략과 지원체계에 대한 기본사항이 법안에 담겨야 하지 않는가? 자기결정도 레토릭으로만 그치는 것은 아닌가?

활동보조 등의 서비스는 제공되겠지만, 권익옹호는 어떻게 지원되고 누가 담당하는가? 관련 사회복지 기관들과의 협력체계 구축은 법안에 담겨 있지만, 그것은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의 협력에 그칠 것이기 때문에, 권익옹호는 소홀하게 다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장애인 자립생활에 있어 동료지원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것은 원칙으로 강조되어야 하고 또한 전략이 제시되어야 한다.

당사자주도, 권한강화, 권익옹호, 동료지원을 현재의 통합돌봄 계획과 법안에 담아내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통합돌봄을 어디까지나 ‘돌봄’ 중심의 관념에서 바라본 데서 비롯된다. ‘노인’ 중심의 인식체계에서 바라본 결과다.

통합돌봄은, 2026년에 도래하는 초고령사회(전 인구의 20%가 노인인구)에는 기존의 시설중심의 돌봄체계로는 폭발적인 돌봄욕구를 감당할 수 없어, 보다 효과적인 사회적 돌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렇다 보니, 통합돌봄은 다분히 노인 중심이고, 비록 지역사회 중심이라고는 하나 요양과 보호 중심으로 설계가 되고 있다. 법안의 통합돌봄의 정의(제2조)나 시책의 범주(제7조)에서 건강관리 및 재활치료서비스, 장기요양ㆍ일상생활 지원서비스, 주거지원서비스, 보조기기 지원, 입원ㆍ입소자의 지역사회 복귀 지원 및 부양가족 등을 위한 시책 등이 주로 언급되고 있어서, 요양과 보호에 보다 중심이 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과 한계는 통합돌봄에 있어 정부의 장애에 대한 인식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국회에서도 국감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장애인분야 선도사업이 질적・양적인 면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된 바 있다(더불어민주당의 최혜영 의원은 통합돌봄 선도사업의 문제점을 국정감사에서 실랄하게 비판했다. 2020년 10월 7일 본보 “문제 투성이 통합돌봄과 탈시설… 로드맵은?_http://theindigo.co.kr/archives/10596 참조).

법안에는 ‘자립적인 생활 영위를 지원하기 위한 고용·교육·문화 등 관련 서비스(제7조)’가 명시되어 있지만, 이 조항 하나로 자립생활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체계와 서비스가 잘 구축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노인에게는 안정적인 요양과 보호가 주목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에게는 요양과 보호, 재활, 활동보조, 자립생활지원, 사회참여라는 경계가 불분명한 연속적이고 혼합적인 욕구가 있고, 최중증 장애인이라도 궁극적으로는 평등한 사회참여와 적극적인 사회활동, 자립생활을 추구하는데, 통합돌봄은 아직 이 지점에 대응되는 내용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한편, 통합돌봄에서 기존 제도와 시책들이 어떻게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대표적인 통합돌봄서비스로 장애인활동보조와 노인장기요양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 아마도 이를 통합한 단일한 서비스제도를 만들기보다, 각각의 제도 특성을 감안해 독립적으로 운용하되 통합적인 관리체계(대상자 욕구 및 서비스이용 조사, 개인별지원계획 수립 및 사례관리를 위한 체계)를 보강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각 제도가 지역사회중심 자립생활이라는 통합돌봄의 원칙에 충실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나, 이에 대한 계획은 아직은 불분명하다. 다시 말해, 현재 시설서비스 비중이 큰 노인장기요양제도를 어떻게 그리고 언제 지역사회 자립생활 중심체계로 바꿀 것인지, 장애인의 탈시설을 받아 낼 지원체계는 어떻게 구축할 것이고, 기존 서비스제공기관의 역할을 어떻게 조정, 재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제시되고 있지 않다. 법안의 원칙에서 언급되고 있는 자립생활과 지역사회중심, 자기결정은 한낱 허울 좋은 수사로만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닌지 자못 우려가 된다.

통합돌봄의 구상은 우리나라 사회보장과 광범위한 사회서비스를 포괄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사회복지제도가 분절적으로 발전되어 왔고 제도 간 정합성과 연계성의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는 점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사회복지제도 구축을 위한 통합돌봄은 획기적일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제도를 어떻게 조화롭게 통합해 낼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예상하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통합돌봄의 뼈대라 할 수 있는 통합적인 관리체계에 장애분야가 포함되는 것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장애계에 존재한다. 일부 장애인단체와 전문가는 장애 특성상 통합돌봄체계는 적합치 않고 별도의 서비스전달체계(서비스 신청과 평가, 제공까지 아우르는 장애인종합지원센터나 장애인공단 등)가 더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통합돌봄체계가 장애감수성과 전문성을 잘 확보할 수 있을지, 장애인이 소홀하게 다루어지지 않을지를 우려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통합돌봄이 충족해 주지 못한다면, 장애분야는 별도의 관리체계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보다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통합돌봄이 아니더라도, 현재 우리의 장애정책은 대전환기에 있다. 등급제 폐지와 함께 장애인 개별욕구에 충실하고 사회적 환경을 고려한 새로운 인정체계가 도입될 것이고, 이에 대응하는 서비스 내용과 지원체계가 새롭게 구축될 것이다. 복지부의 의지와 함께 탈시설은 국회에서 법안도 발의(최혜영 의원 대표발의)되면서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고, 이렇게 장애인의 지역사회중심 자립생활이 실현되어 나갈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

아마 이러한 장애정책의 대전환의 결과는 통합돌봄의 원칙에 가장 충실한 성과가 될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해,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생활 실현이 통합돌봄의 가장 적확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의 법안과 정부의 계획으로는 통합돌봄의 원칙에 충실한 과제를 풀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통합돌봄의 원칙은 그렇지 않은데, 통합돌봄이 장애인에게는 요양보호 정도만 감당해주는 제도가 된다면, 이는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이다.

이상의 의문과 우려에 지금으로선 정부가 구체적인 그림을 제시할 수 있는 단계에 있지 못한 것 같다. 이제 막 법안이 마련된 상태인데, 앞서 우려와 비판은 시기상조이고 과할 수 있다. 그렇지만 법이 제대로 되어 있지 못하면 하위법령이든 추진계획이든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없다. 기초를 올바르게 세우고 가야 한다. 법안이 논의되는 이 시점에서 다소 이른 비판이라 할지라도 장애인의 지역사회중심 자립생활을 강조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2021년은 통합돌봄 정책에 있어 불분명한 부분, 특히 장애분야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장애계와 국회와 정부의 활발한 논의를 새해 벽두에 서서 기대한다.

김동호 대표는 장애현장과 보건복지부, UNESCAP 등 중앙부처와 국제기구 등을 두루 거친 정책 전문가이다. 현재는 2023세계농아인연맹총회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더인디고 THEINDIGO]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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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dmember@naver.com'
송대경
1 month ago

법안에 담긴 돌봄과 자립, 잘 어울리는 단어일까? 지원과 자립이 더 어울리는 단어가 아닐러지.

조 성민
1 month ago
Reply to  송대경

네 돌봄이라는 단어에 불편함을 내비치는 분들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