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희의 창문너머] 똑같은 등록금 내고 다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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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이문희 더인디고 편집위원

[더인디고 = 이문희 편집위원] 예년 같으면 요즘 가장 생기 있게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을 꼽으라면 대학에 갓 입학한 학생들일 것이다.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고등학교 때와는 확연히 변화된 삶을 산다. 자기선택권으로 학업계획을 세울 수 있고, 동아리활동 등 자유로운 대학생활을 통해 자기성취감을 만끽한다는 건 분명히 신나는 일이다. 이런 기대감은 장애대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가 신입대학생들의 올해의 봄을 금지시킨 덕에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무미건조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이런 대학생활의 기대감이 무너져버리고 무미건조하게 된다면? 생각하기도 싫지만 그런 일이 오래전부터 발생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높은 교육열과 장애인 당사자의 교육 욕구 증가, 그리고 장애인 특별전형 실시 대학 증가 추세에 비례하여 장애대학생 수는 날로 증가해 2018년 기준 총 9,345명에 이르렀다. 그런데 불만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똑같은 대학 등록금 내고 다니는 데 왜 우리 장애학생들만 더 어렵고 힘들게 공부해야 하냐”는 것이다. 그래서 인지 수치상으로 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대학진학률은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5년간 교육부 특수교육통계 조사에 의하면 대학진학률은 15~16% 사이에서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고 이는 비장애대학생의 69.8%에 비하면 4분의 1수준에 불과한 상태이다.

왜 그럴까? 대학 진학이 장애인 당사자에게 별다른 이점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 장애대학생들은 대학생활 중 대인관계 형성이라든가, 새로운 경험에 대한 만족감, 전문직 취업에 관련한 기대 등을 품고 있으나 현실은 이 같은 바람을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특히 대학 졸업 후 취업도 문제이다. 취업이 되더라도 대부분 단기 취업 후 실직상태로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장애대학생들의 학업환경 개선도 너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장애대학생의 55.4%가 대학의 편의시설이나 지원 서비스에 대해 ‘보여주기 위한 행정이라는 느낌이 들어 차별적’이라고 응답했다. 53.4%는 학습기자재, 교재의 미비, 수화통역, 대필 등의 지원을 받지 못해 학점을 낮게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고, 3분이 1 이상의 학생이 물리적 편의시설이 없어 강의실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시간이 걸려 수업이나 시험에 지장을 받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교육부가 전국 435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실태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158개 대학이 최하등급인 ‘개선 요망’ 등급을 받았다. 그 중 최우수 등급은 8%인 33곳에 불과하다. 개선요망의 평가를 받은 대학 수가 최우수대학 수의 4.8배를 넘는 다. 15년이 지났는데도 개선은 아직 요원한 상태이다. 예나 지금이나 장애대학생들은 대학 생활을 하는데 있어 여전히 고충을 겪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도 국립특수교육원에서는 이를 ‘긍정적인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똑같은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장애대학생들이 불만을 나타내는 것은 정당한 일이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약발’이 별로 없다. 장애학생 지원센터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선 전문인력 배치가 중요한데, 현실은 역부족이다. 대학교 내 장애 학생이 10인 이상일 경우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되는데, 운용 인력의 수나 자격 등에 관한 상세한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또한 지원센터에 전문인력이 배치되어야 하나 전문도우미는 전체 도우미 중 5%에 불과하며, 비전공 장애센터·부서 담당자들이 돌아가면서 근무하거나, 겸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원인 중의 하나이다.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접근성이다. 대부분 대학시설이 오래되고 낡아서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 많기 때문에 강의실이나 부대시설 접근이 안 된다는 것이다. 장애학생 중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중증 장애를 가진 경우, 교내 어디에 장애인용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는지, 어느 길로 가면 휠체어 이동이 편리한지에 대한 정보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가 막힌 일은 장애인화장실 표식이 있는 화장실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면 문이 닫히지 않아 문을 열어놓고 볼 일을 봐야 하는 대학도 있다.

입학 시 학교에서 장애인 편의시설 및 이동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안내서(지도)를 제공해야 하는데 아예 없거나 있어도 부실한 경우가 많다. 2014년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평가 결과, 368개의 대학 중 시설 설비 영역에서 우수 이상의 평가를 받은 대학은 17.6%인 65개에 불과한 상태이다. 2017년 평가에는 이 항목은 발표에서 아예 사라져버렸다. 왜 그럴까? 몹시 궁금해진다.

청각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 등 감각장애인들이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대학 강의를 이해하는데 장애학생도우미제도는 매우 유용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도우미 인력을 대학이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도우미 지원을 받는 장애대학생의 비율은 여전히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요즘 무인화 추세에 걸맞게 학교 도서관이나 구내식당 등 학내 곳곳에 무인단말기(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학생이 이용하기에는 너무 높아 주변 도움을 받지 않고는 이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시각장애를 가진 경우, 물리적 키패드나 음성안내 없이 터치스크린으로만 되어있는 키오스크를 혼자 이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젠 좀 적극적으로 바꾸자. 장애대학생들이 안전하고 적정한 수준의 학업을 유지할 수 있으려면 다양하고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는 점을 원칙으로 삼고 추진하자. 우선 장애학생지원센터에 관한 조직체계도, 운용인력의 수나 자격에 관한 규정 등의 상세규정들을 마련하여야 한다. 또한 대학은 장애인편의시설 기준을 준수하여 교내 시설들을 신축 및 개보수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장애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수어통역사, 속기사, 점역사 등과 같은 전문 인력 도우미를 공급해야 한다. 학업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입학생 및 재학생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되는 방법을 구축하고, 장애를 가진 신입생들은 입학 전에 대학에 상세한 내용을 사전에 문의하여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따뜻하고 깊은 통찰을 통해 장애인 인권을 위한 다양한 정책활동과 자문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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