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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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색의 돌
다양한 색의 돌/ⓒPixabay

[더인디고=박세진 집필위원]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박세진 집필위원
더인디고 박세진 집필위원

6살 된 큰딸이 요즘 자주 부르는 국악 동요인데 무심히 듣다 보니 가사가 참 마음에 든다.

‘모든 인간은 존중받아야 하는가?, 모든 인간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가?, 모든 인간은 근로의 권리가 있는가?, 그렇다면 장애인에게도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가 있는가?, 국가는 이러한 국민의 권리에 어떤 책임이 있는가?’ 굳이 헌법 조문 등을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설사 법에 명시가 되어 있지 않다고 해도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아니’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본질은 여기 있다.

어릴 때는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저 어려운 개념이지만 나름대로 고귀하고 좋은 느낌을 주는 단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그리고도 한참이 지나도록 뜬구름 잡는 소리로만 생각되었다. 바로 ‘인권’. 지금도 많은 사람은 인권이라는 단어를 철학자들이나, 종교인 혹은 윤리 선생님들이나 다룰 법한 그러한 주제로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는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거나 일을 하는 전문가들에게도 이 단어는 배부른 자들의 주제로 여겨지기도 한다. 나의 경우에는 재활을 전공하고 장애인을 위해(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내가 먹고살기 위해) 수년간 일을 하고 또 공부하고 나서야 이제야 조금씩, ‘바로 이거구나’라고 최근에 느끼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도 어려운 개념이긴 하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이상적이거나 혹은 뜬구름 잡는 생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권이고 모든 서비스 제공의 방법은 인권 차원의 접근이라고, 이제야 나에게는 확신이 서기 시작했다. 당사자들이 그렇게 외치던 이동권이라던가 탈시설, 장애인차별금지법, 발달장애인법, 장애인권리협약(CRPD) 등 장애계 주요 이슈들은 결국 ‘인권’이었다.

하지만 장애에 대해서 늘 진보적이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나조차 겨우 감이 오는데,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서 항상 효율성을 추구하도록 맞추어진 법과 제도, 인식을 보유하는 우리 사회 대부분 구성원이 그 중요성을 어떻게 느낄까? 자신들도 모르게 거부감을 가지고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은 놓친 채 가시적인 일들을 하는 데 여념이 없다. 장애와 관련된 전문가나 기관 역시 마찬가지인 듯하다.

예컨대, 내가 몸담은 장애인 고용 현장만을 살펴보더라도, 장애인 고용과 직업 유지가 정체성인 장애인 근로사업장이나 표준사업장에서 본질은 잊은 채 영업이익이 조직의 가장 큰 목표가 되고 있고, 비장애인 동료 근로자들은 정당한 편의제공, 장애인에 대한 배려 등에 대해 역차별을 느끼기 십상이다. 장애인고용공단은 장애인 고용률이나 고용 인원만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고 자연스럽게 직장 내 장애인 인권, 고용의 질, 중증장애인의 노동권과 같이 더 중요한 부분은 점점 뒤처지게 된다.

그나마, 최근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발달장애인법 등을 통해 이러한 인권에 대한 접근이 조금 더 실체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사회복지나 재활 분야 종사자를 포함해 아직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고 모르기에 지속해서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지만, 관련 법률 등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권 보장을 이렇게 법적인 차별이나 학대에 대한 처벌 등 소극적인 권리보장에 그치거나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법적 사항은 인권 의식을 가진 시민들이 만들어나가는 인권 국가가 되기 위한 브릿지 역할을 해 줄 수 있지만, 또 거기에 그쳐야 할 것이다. 물론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 그 결과까지는 힘든 과정이 있겠지만 그런 방향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어디에서 피었든, 어떻게 생겼든, 꽃으로 피었으면 모두 다 꽃이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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