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희의 창문너머] 새로운 길을 찾으려면 만두를 들여다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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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인디고
  • 군내를 빼야 맛난 만두

[더인디고 = 이문희 편집위원] 6·25 전쟁 통에 함경도 단천에서 내려오신 어머니께서는 겨울만 되면 꼭 만들어주신 음식이 ‘만두’이다. 주먹만한 만두를 만들면서 어머니의 가슴 속은 고향에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이미 오래되었건만 어머니의 겨울은 오늘도 나의 가슴에 깊게 새겨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처럼 쌀쌀한 날씨에도 퇴근을 할 때면 은근슬쩍 기대하는 것이 바로 만두다. 아내의 만두는 내 가슴속의 어머니의 겨울을 그리움과 따스함으로 넘쳐나게 한다.

이문희 더인디고 편집위원

유학시절에 뜬금없이 찾아오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달래는 방법으로 만두를 만들어 먹다보니 나의 우악스러운 손으로도 만두를 제법 잘 빚는다. 그런데 만두를 만들다보면 실패와 좌절을 딛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나 새로운 결단을 할 때 나에게 필요한 교훈을 깨닫게 된다.

맛있는 만두를 만들려면 김치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우선 커다란 포기김치나 김치조각을 잘게 썰어 군내를 짜내야 한다. 큰 김치조각을 그대로 사용했다간 만두를 제대로 만들 수도 없고 맛을 잘 낼 수가 없다. 잘게 썬 김치라야 군내가 잘 빠진다. 그런데 이게 간단하지 않다. 내 아내처럼 연약한 손목으로는 아무리 힘을 주어도 군내 나는 김칫국물을 잘 빼낼 수 없다. 그럴 땐 나와 같은 돌쇠 수준의 우악한 힘을 쓰거나 무거운 돌로 눌러놓고 군내 나는 김칫국물을 빼내버려야 한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도 군내 나는 부분을 빼내야 실패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타성에 젖은 일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좋지 않은 습관도 버려야 한다. 스스로 더럽히는 일들, 비윤리적인 행태도 이제 그만해야 한다. 특히 실패가 또 다른 실패로 이어지지 않고 소위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되려면 ‘학습된 무능력’을 내 생활 행태에서 완전히 빼내버리겠다는 결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거대한 목표라도 조그만 목표로 나누어서 하나씩 실현시켜 나가다 보면 ‘학습된 능력’을 되찾을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발걸음을 지속할 수 있다.

이것은 개인적인 삶의 변화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SWAT분석을 비롯해 가치사슬 모형, 5force 모델, PEST 분석 등을 활용하여 지금까지 자신이 유지해왔던 각종 전략, 환경 분석 등을 분석하여 대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치, 경제, 교육, 종교 분야에서의 타성에 젖은 관행, 특권의식, 제도의 사각지대를 악용하면서 마치 정의로운 삶을 살아 온 것처럼 행세하는 우리 사회의 군내를 제거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매연이 가득한 오염사회의 모습들이 제거될 것이다.

두 번째로 군내 빠진 김치를 그냥 사용하는 것보다는 이것저것 맛난 양념을 넣어야 제 맛이 난다. 두부도 넣고 당면 삶은 것도 잘게 썰어 넣고, 돼지고기도 넣고 특히 자신만의 비법으로 만든 양념재료까지 넣어서 조물조물 버무린다면 금상첨화이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위협받는 내 개인적인 삶,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일 가운데 무엇을 넣어야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은 흰 도화지에 어떤 그림을 어떻게 그릴지 고민하는 것과 같다.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군내로 절어 있는 지금까지의 내 관점과 방법을 지속한다면 이러한 고민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 뻔하다. 긴장과 갈등 속에서 다중성의 확대, 상식과 지식의 확장, 차이에 대한 이해와 포용, 변화에 대한 개방적 자세, 윤리적 지향성 등 현대사회의 흐름을 새로 접목해야 새로운 방향이 나타나고, 새로운 결과물이 탄생하게 된다. 더 많이 바라보면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 파도만 보지 말고 바람도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세 번째로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은 것처럼 예쁜 만두가 맛나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상품성으로 따져도 예쁘고 먹기 좋아 보이는 만두가 팔릴 확률이 매우 높다. 예쁜 만두에 만드는 사람의 세심한 열정이 들어가 있을 것이라 사람들은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쁜 만두가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스토리나 표정이 담겨 있다면 감동의 깊이는 달라질 수 있다.

현재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외모 관리만 하라는 것은 아니다. 나의 내면의 모습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내가 하는 일도 나를 둘러싼 환경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외부에 표현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람들은 그 표현된 모습 속에 그만의 정체성이 담겨져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모습은 좋은 평가를 받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공감 가는 모습이라고 해서 좋은 평가를 못 받을 수도 있고, 그 반대로 공감이 가지 않더라도 좋은 모습일 수 있다.

끝으로 예쁘고 먹음직스럽게 만들어진 만두는 끓는 물의 뜨거운 김으로 잘 쪄내야 한다. 특히 조심조심 꺼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만두피가 찢어지거나 손에 화상까지 입기 십상이다. 찢겨져 나간 만두, 화상 입은 피부는 회복되기 힘든 공통적인 특징을 갖는다. 찬물을 미리 준비하는 등의 노하우를 총동원해서 미리 예방하는 것이 상책이다.

개인이나 우리 사회는 새롭게 되기 위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새로운 시도 속에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되지만 예상 가능한 실수는 반복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특히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늘 깨어 있어야 한다. 그것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조심해야 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실패와 좌절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는 것이 이 때문일 것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따뜻하고 깊은 통찰을 통해 장애인 인권을 위한 다양한 정책활동과 자문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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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706@gmail.com'
서동운
4 years ago

만두를 들여다 보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라…. 잘 알겠습니다.

이문희
4 years ago
Reply to  서동운

잘 지내시죠? 요즘은 도통 얼굴도 못뵙네요. 이룸오면 연락 주세요^^

gukmo72@gmail.com'
프레니
4 years ago

시어머니께서는 김치만두를 참 잘 빚으셨는데 어쩌면 만두를 만들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문희
4 years ago
Reply to  프레니

그러시군요^^ 만두를 빚는다는 것은 가족을 많이 사랑한다는 의미인 것 같군요. 오늘 점심은 만두로 해결할까 합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leechurch@hanmail.net'
이계윤
4 years ago
Reply to  이문희

나는 만두 킬러다 지금도 중대병원을 나오다보면 습관처럼 모락모락 연기나는 만두집을 들러서 야채만두 고기만두 왕만두에 찐빵을 더해 집으로 오곤한다. 애들이 어렸을 때 밥을 잘 안먹으면 만두 두개로 영양보충하듯이 먹곤했지 “밥보다 만두!” 그때가 그립다. 겨울철 대나무 소쿠리에 잔뜩빚어놓은 만두. 보고싶다.

yskang10004@gmail.com'
강용순
4 years ago

마음에 담습니다 ~^♡^~

liebegabe@hanmail.net'
남용현
4 years ago

글이 좋아 휴대폰에 저장합니다~
글을 읽으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했는데, 특히 재작년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납니다.
저도 만두를 꽤나 좋아하는데, 어머니께서도 저 때문에 많은 만두를느라 고생 많이 하셨답니다.
나중에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목사님과 전국을 대상으로 만두투어 함께 할까요?ㅎㅎ
늘 건강하시고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young768779@nate.com'
이영정
4 years ago

만두의 재발견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