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의 주인은 농인…한국수어의 날 앞두고 방송 환경 개선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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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2월 3일은 ‘한국수어의 날’, 수어의 주인은 농인이다”며 방송통역 등에서 농인의 수어권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더인디고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2월 3일은 ‘한국수어의 날’, 수어의 주인은 농인이다”며 방송통역 등에서 농인의 수어권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더인디고
  • 방송수어통역 화면 1/8로… 통역비율도 30%까지 상향해야
  • 농인통역사 할당제 도입 필요성 제기

[더인디고=이호정 기자] 2월 3일 제1회 한국수어의 날을 하루 앞두고 농인들이 수어와 관련된 불편한 방송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장애벽허물기)은 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2월 3일은 ‘한국수어의 날’, 수어의 주인은 농인이다”며 방송통역 등에서 농인의 수어권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벽허물기 김철환 활동가는 “한국수어의 날을 맞아 축하에 그치기보다 농인들의 방송 시청권 문제 중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중심으로 제안하고자 한다”며 “청와대에 ▲방송수어통역이 가리는 문제 해결 ▲현행 5%의 수어통역비율 상향 조정 ▲방송통역의 창 확대 ▲방송수어통역에 농인통역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당제 도입 등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의 윤정기 회원(왼쪽), 김철환 활동가(가운데), 노만호 회원(오른쪽)이 청와대에 전달할 요구서를 들고 있다./사진=더인디고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의 윤정기 회원(왼쪽), 김철환 활동가(가운데), 노만호 회원(오른쪽)이 청와대에 전달할 요구서를 들고 있다./사진=더인디고

이날 발언자로 나선 농인 노만호 씨는 “종합편성방송이나 케이블방송에서 수어통역 창 위로 광고가 나오면서 통역을 가릴 때가 있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 수어통역 화면이 너무 작아 눈이 아픈데, KBS가 수신료를 올리려 한다는 말이 들린다. 농인 시청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수신료를 올릴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동그라미 표시된 부분에 수어통역이 진행되고 있지만 광고나 화면 잘림 등으로 수어통역을 보지 못할 경우들이 있다.
동그라미 표시된 부분에 수어통역이 진행되고 있지만 광고나 화면 잘림 등으로 수어통역을 보지 못할 경우가 있다./사진=방송 화면 캡처
방송 화면이 넓어지고 있지만 수어통역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농인 시청자들이 작은 화면을 보느라 피로도가 높아지고 전체 화면을 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사진=방송 화면 캡처
방송 화면이 넓어지고 있지만 수어통역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농인 시청자들이 작은 화면을 보느라 피로도가 높아지고 전체 화면을 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사진=방송 화면 캡처

이에 대해 김철환 활동가도 “방송의 수어통역이 가리거나 잘리는 문제를 위해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장애인방송 가이드라인 개정 등 정책적 차원에서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방송통역의 크기는 전체 화면 비율의 1/16인데, 화면이 작아 피로도가 높고 수어통역이 빨리 흘러가 내용 파악도 어렵다”면서 “화면 비율을 현재 선거방송 등에 적용하는 기준인 1/8로 올려야 한다”고 전했다.

농인 윤정기 씨는 “현행 5%의 수어통역 비율은 현재 지상파방송들이 7% 내외의 수어통역방송을 하므로 이미 실효성을 상실한 지 오래다”면서 “7%는 하루에 20여 편의 프로그램이 있다고 할 때 수어통역방송이 1개밖에 안 되는 것으로 비율을 30%까지 높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수어는 농인의 언어인데, 방송에서 청인이 통역할 경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일정 부분 농인통역사들이 방송 통역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활동가는 “강원도의 경우 올해 1월부터 시와 군의 뉴스에 농인통역사가 수어통역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방송의 수어통역 중 10% 이상을 농인 수어통역사들이 통역(미러통역 등)하게 하여 농인 입장을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며 “이는 농인 눈높이의 수어통역 제공뿐만 아니라 농인 일자리 확충과 수어의 주인이 농인이라는 자긍심을 주는 일”이라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러통역은 농인과 청인이 동시에 수어통역을 진행하는 것으로 농-청인이 나란히 앉아 수어통역을 진행하는데, 농인은 맞은편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청인의 수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통역하게 된다.

장애벽허물기는 “농인통역사의 실시간 수어통역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지만 대본(텍스트)이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한 후 방송수어통역 비율 상향, 화면 창 확대, 농인통역사 참여 등의 요구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더인디고 THE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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