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선의 무장애 여행] 제부도 서해랑 해상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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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이 갈라지면 생기는 섬과 육지를 잇는 길ⓒ전윤선
▲바닷길이 갈라지면 생기는 섬과 육지를 잇는 길ⓒ전윤선

[더인디고=전윤선 집필위원]

전윤선 더인디고 집필위원
전윤선 더인디고 집필위원

섬과 육지를 오갈 수 있게 허락하는 건 오직 바다의 마음이었다. 섬은 인내의 시간을 견디면, 하루 두 번 바다가 길을 열어 그제야 활기에 찬다. 자연에 순응하던 섬은 인간이 만든 하늘길로 바다의 간섭을 최소화했다. 여행자에게는 섬으로 가는 또 다른 길이 반갑기만 하다. 제부도와 전곡항을 잇는 2.12킬로 서해랑 해상 케이블카가 개통돼 아무 때나 섬으로 들락날락할 수 있게 됐다. 해상 케이블카는 밀물 때 발이 묶인 지역 주민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전곡항에서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전곡 항은 마리나 클럽 하우스와 화성 뱃놀이 축제로 유명한 곳이다. 케이블카 승강장은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로 전곡항에 새로운 랜드마크 진입했다. 승강장에 들어서면 벽면은 통유리로 주변 풍경에 감탄사가 쏟아지고 탄도항과 누에섬까지 가깝게 보인다. 예전부터 전곡항 사이를 지니지는 서해 낙조는 달빛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야간 경관이 탁월해 칭찬이 자자하다.

▲해상케이블카 ©전윤선
▲해상케이블카 ©전윤선

서해랑 해상 케이블카는 전동 휠체어 사용인에게는 더 특별한 곳이다. 그 이유는 케이블카의 기계적인 운행방식 때문이다. 케이블카는 순환형과 정지형이 있다. 순환형은 승강장에 도착해도 조금씩 움직이는 방식이고 정지형은 완전히 정차하는 방식이다.

모든 케이블카에 휠체어 사용자도 탑승 가능하지만 안전에는 전혀 다르다. 정지형 케이블카는 승강장에 완전히 정지해 탑승하는 방식이어서 휠체어 사용자 등 보행약자가 선호한다. 반면에 순환형 케이블카는 서서히 움직이는 방식이어서 타인의 도움이 필수이고 안전상의 이유로 전동휠체어 사용자는 수동휠체어로 갈아타야 탑승 가능하다. 수동휠체어로 갈아타게 되면 반대편 승강장에 내려도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도 아니면 내리지 않고 되돌아와야 한다. 그렇다 보니 반대편에 있는 여행지는 자유롭지 못해 여행을 포기하거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여행해야 한다.

반면, 서해랑 해상 케이블카는 전동휠체어 사용자도 탑승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자신의 휠체어로 자유롭게 이동하고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캐빈의 종류도 두 가지 타입이 있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크리스털과 보이지 않는 철재 캐빈이다. 휠체어 사용자는 안전을 위해 철제 캐빈을 이용해야 한다.

안전요원의 도움으로 캐빈에 승차했다. 캐빈은 의자가 양쪽으로 접혀져 공간이 충분해 휠체어 사용자도 편리하다. 승강장을 빠져나오면 아찔한 높이에 놀라고 주변 풍경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미끄러지듯 하늘을 길을 여는 캐빈 안에서 심장은 심쿵 쫄깃하다.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해랑 해상 케이블카는 무장애 여행지로 점찍어 둘 만하다. 십분 정도 바다 위를 떠가는 동안 수채화 같은 풍경에 눈 호강 제대로 한다.

금세 제부도 승강장에 도착했다. 제부도는 작은 섬이라 전동 휠체어로 한 바퀴 돌아보기에 안성맞춤이다. 기적의 섬 제부도 바닷길은 아름다운 경관과 바다가 양쪽으로 갈라지는 해할(海割 Sea Parting) 현상으로 유명하다. 하루에 두 번 갈라지는 바닷길은 지형이 해상으로 노출되면서 독특한 제부도만의 삶을 만들어 간다.

제부 등대로 발길을 이어갔다. 빨간 등대의 낭만이 있는 제부항은 생동감이 넘친다. 등대는 뱃길의 문지기 역할하고 어부들의 이정표가 되어준다. 광장을 지나 등대로 올라가려니 계단뿐이다. 저 계단 몇 개만 올라가면 빨간 등대로 이어져 데크를 따라 근사한 풍경을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경사 길을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할 수 없이 해안 산책로로 발길을 돌린다.

해안 산책로는 1킬로 남짓한 섬과 바다 사잇길로 무장애 데크가 설치돼 있다. 해안 산책로는 등대 광장에서 탑재산으로 올라가는 코스이고 산책로 끝엔 해변길과 탑재산 길이 갈린다. 산책로는 경관을 어우러지는 사진 명소도 많다.

▲해안산책로ⓒ전윤선
▲해안산책로ⓒ전윤선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작은 조형물이 단조로운 산책로에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바다 위에 작은 배는 섬처럼 흘러간다. 조금 걷다 보니 둥지처럼 아늑한 쉼터가 나온다. 잠시 숨을 고르며 열린 바다를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제부도는 물 위를 걷는 듯 ‘기적의 길’을 산책하고 갯벌을 체험할 수 있다. 바다 산책로를 걸으며 서해의 낙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시간도 풍경도 멈춘 것 같다. 데크 곳곳엔 쉬어갈 수 있는 쉼터와 서서 의자가 바다와 함께한다. 하늘과 바다는 색깔이 닮아 경계 모호하다. 제부도는 바다를 욕심껏 담아 가는 것은 덤이다.

▲해안산책로 조형물ⓒ전윤선
▲해안산책로 조형물ⓒ전윤선

하루에 두 번 바닷물이 들고나는 제부도. 물때에 따라 삶을 이어가는 어부들은 조석 현상을 자연스럽게 익혀 왔다. 물때는 태양과 지구, 달을 포함한 세상 만물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조화를 상징한다. 무엇보다 자연의 시간에 맞춰 기다리는 법을 배운 선조들의 지혜가 이어져 왔다.

산책로 어디쯤에서 왕진물 쉼터를 만난다. 왕진물 쉼터는 임금님도 감탄한 제부도의 물맛을 자랑하는 곳이다. 물도 급히 마시면 체한다고 한다. 체하지 말라고 물바가지에 나뭇잎을 띄워준 여인 이야기가 바로 왕진물 쉼터에서 유래됐다. 왕진물 쉼터는 산책로 중간에 빠져 나가 탑재산 오르는 길에 있어 휠체어 사용자는 접근할 수 없지만 유래만은 알 수 있었다.

산책로 곳곳에 쉼터와 의자가 많다. 바다를 향해 막힘없는 경관을 감상할 수 있게 투명 강화유리를 설치해 드라마틱한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다. 다만 쉼터에 설치돼 있는 고정식 조망경은 높이가 획일적이어서 휠체어 사용자는 해안 전경을 디테일하게 감상하는 데 제한적이다.

데크는 탑재산으로 이어진다. 산 정상에는 스카이워크와 연결돼 있지만 계단이어서 해변 길을 따라 매바위 쪽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해변 길은 매바위까지 이어져 있다. 해안에는 사빈과 퇴적된 해안사구가 발달해 있다. 바다와 갯벌이 만나는 곳곳에 평상도 마련돼 있어 넋 놓고 바다 멍 하기 좋다.

▲매바위ⓒ전윤선
▲매바위ⓒ전윤선

해변을 따라 조개구이 집이 즐비하고 이쁜 카페도 많다. 매바위는 제부도의 상징이기도 하다. 주변은 정비를 마쳐 깔끔하다. 새롭게 마련된 광장에는 알파벳으로 제부도 조형물이 있어 사진 찍는 명소가 됐다. 광장 뒤쪽에는 장애인 화장실과 주차장, 샤워실까지 편의시설이 다양해졌다.

▲알파벳으로 표현된 제부도 조형물ⓒ전윤선
▲알파벳으로 표현된 제부도 조형물ⓒ전윤선
▲제부도 광장 근처 화장실 ©전윤선
▲제부도 광장 근처 화장실 ©전윤선

제부도 여행의 백미는 썰물 때 열리는 길을 걷는 것이다. 모세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이 길은 제부도 여행에 특별함을 더한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갯벌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꿈틀대고 흩날리든 바람에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풍경과 마주한다.

햇빛을 품고 일렁이는 물결과 갯벌은 이곳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여행자는 행복을 경험하는 순간들이다. 그 순간을 놓치기 아까워 시간을 박제하면 하나의 풍경에서 수만 가지의 특별한 추억이 카메라 속에 저장된다. 바다는 길을 열어 갯벌을 만나게 해주고 그 길 너머 때 묻지 않는 자연 풍광은 아지랑이처럼 봄이 턱밑까지 들이닥칠 것 같다. 그렇게 여행의 욕구는 자극된다.

〇가는 길
⋅1호선 병점역에서 화성장애인 콜택시 즉시콜 이용
⋅전화 1588-0677

〇맛있는 여행
⋅등대 앞 식당
⋅안가에 조개구이집 다수

〇접근 가능한 화장실
⋅케이블카 승강장
⋅해안가 안전센터
⋅매바위 광장 뒤쪽

〇무장애 여행문의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sun67mm@k646900hanmail-net

[더인디고 THE INDIGO]

사)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무장애관광인식개선교육 강사. 무장애 여행가로 글을 쓰며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활동을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습니다. 접근 가능한 여행은 모두를 위한 평등한 여행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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