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천향교역, ‘장애인 에스컬레이터 추락사’ 책임은 ‘지하철 9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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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9호선ⓒ서울시
▲지하철 9호선ⓒ서울시

[김훈배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

정치권의 퍼포먼스에서 끝나버린 이동권 문제, 이번에도 개선의 움직임은 없었다.

▲김훈배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
▲김훈배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

장애계의 이동권 투쟁이 연일 화젯거리다. 문제는 화제가 되더라도 정작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 안타깝고, 반대로 타인들의 조롱 혹은 비난 소재로 여겨지는 현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우리가 일상에서 이용하는 지하철의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의 편의시설이 많아질 수 있었던 계기에는 보이지 않게 투쟁을 이어간 당사자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계산하기도 어려운 긴 시간이 흐르도록 말이다.

그러나 개탄스럽게도 문제를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치권의 생각은 다르다. 한쪽에선 투쟁을 비하하면서 시위에 참여한 장애인들을 마치 이기적인 집단으로 규정하지를 않나, 다른 한쪽에선 실제 어려움을 체험해보겠다고 직접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지하철로 출근하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그나마 어려움을 체험하겠단 취지에서 국회의원들이 몸소 체험한 장면은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을 보여주는 데는 일부 성공했다. 아니 성공했다고 치자.

아무리 그래도 이번 정치권의 퍼포먼스에 대해 공감할 수 없었다. 이전부터 오랜 기간의 투쟁이 이어졌음에도 달라진 게 없는 상황에서 일회성 퍼포먼스에 대해 진심을 알아줄 사람이 누가 있을 것이며, 긴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되묻는다. 사실상 정치권 모두 이동권 문제 해결에 노력하지 않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진심으로 뭘 했는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 7일 낮 12시 50분 또 한 번의 안타까운 사고가 9호선 양천향교역에서 발생하고야 말았다. 전동휠체어를 탄 50대 남성 승객이 개화 방향 승강장에 하차 후 엘리베이터가 아닌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다 뒤로 떨어진 사고였다.

정말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나셨는데, 서울시와 9호선 양천향교역을 담당하는 ‘서울시메트로9호선 주식회사’는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차단봉을 설치하겠다고 대책을 내놓았다. 이미 사고가 발생한 상태서 설치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며 그럼 이 전에는 설치를 왜 못했을까. 한 마디로 여전히 이동권 문제를 모두의 문제가 아닌, 오로지 장애인들만의 문제로 바라보고 이동권 문제에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고 원인은 양천향교역에 이미 존재했다.

아울러, 사고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왜 에스컬레이터를 탔지?”, “자기가 에스컬레이터 위험한 줄 알고 탔으면서 왜 책임을 서울시가 져야 해?”라는 식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장애인 단체와 당사자들은 돌아가신 분께서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미안해서 어려울 것을 알면서도 에스컬레이터를 탔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그런 의견들 모두 추측일 뿐 정확한 사실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에스컬레이터를 어쩔 수 없이 탔다는 것은 곧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지난 4월 9일 토요일 밤 무작정 9호선 양천향교역에 갔다. 현장에 가면 문제 원인에 대한 답이 나올 것으로 생각해서였다. 비록 너무 늦은 시간대라 양방향 승강장을 모두 돌아보진 못했고, 중앙보훈병원 방향만 확인했다. 먼저 양천향교역 중앙보훈병원역 방향 승강장엔 에스컬레이터 3대와 엘리베이터 1대가 있었고 그 중 엘리베이터는 진행 방향 4-3, 4-4 플랫폼 사이에 설치되었다. 그런데 입구를 보는 순간부터 당황했다. 하필 밤에 갔을 땐 줄자가 없어서 정확한 폭을 알 수는 없었지만, 눈으로 보더라도 전동휠체어를 타는 당사자들이 탈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좁았기 때문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엘리베이터가 있음에도 이용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했고, 실제 엘리베이터 입구가 굉장히 좁았기에 돌아가신 분께서 에스컬레이터를 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구조가 가능할까.

지하철 역사 승강기와 관련한 법령은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도시철도 정거장 및 환승‧편의시설 설계 지침’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중 「3.6 교통약자시설」 부분의 11번 엘리베이터 설치기준 8항에선 “엘리베이터 전면에는 휠체어 사용자의 승강을 위해서 1.5m×1.5m 이상의 유효공간을 확보한다.”라고 규정한다. 문제는 해당 행정규칙이 2008년도부터 도입되었고, 9호선 양천향교역은 2009년 개통 약 5년 전부터 설계되었으므로 규칙과 관계없는 상태로 설치되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실제로 일주일 후 양천향교역을 다시 찾아서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폭을 직접 측정한 결과 에스컬레이터가 넓고, 엘리베이터가 좁았는데 입구 폭이 1.031m(약 104cm), 승강구 가까이 접근해서 측정하면 0.891m(약 90cm)로 행정규칙에서 정한 1.5m(150cm) 기준보다 50~60cm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양천향교역 엘리베이터는 겉으로 보기에도 실제 전동휠체어를 타는 당사자들이 이용하기에 매우 좁았다./사진=김훈배 정책위원
▲양천향교역 엘리베이터는 겉으로 보기에도 실제 전동휠체어를 타는 당사자들이 이용하기에 매우 좁았다./사진=김훈배 정책위원

추가로 에스컬레이터의 경우 한 계단당 폭이 100cm였음을 고려하면, 고인 역시 전동휠체어의 폭과 승강구의 폭이 맞지 않아 타려야 탈 수가 없었으며, 리프트도 없는 상태서 어쩔 수 없이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려고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행정규칙에서 제시한 기준보다 훨씬 미달하는 전철역 및 엘리베이터가 많다는 것인데, 결국 이번 사고는 9호선을 처음 건설했을 때부터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진행된 것이므로 서울시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 사건을 보도한 언론에서도 역과 관련 행정규칙을 조금만 살펴보면 보이지 않은 문제가 숨어있음을 알 수 있었음에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다.

▲양천향교역 에스컬레이터는 계단의 폭이 100cm로 엘리베이터 입구보다 훨씬 넓었다./사진=김훈배 정책위원
▲양천향교역 에스컬레이터는 계단의 폭이 100cm로 엘리베이터 입구보다 훨씬 넓었다./사진=김훈배 정책위원

지하철 9호선의 운영방식은 곧 이용자 안전의 위험으로 이어졌다.

9호선은 개통부터 지금까지 여러 가지로 말도 많고 문제가 많은 노선 중 하나다. 가장 대표적으로 같은 9호선임에도 구간별로 관리기관 자체가 다르다. 구간별로 나눠 1, 2, 3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개화~신논현 1단계 구간은 민자 운영으로 ‘서울시메트로9호선 주식회사’가 담당하며, 나머지 언주~종합운동장~중앙보훈병원 구간은 2, 3단계로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가 담당한다. 결과적으로 한 노선에 두 개의 운영사가 존재하는 문제점이 장애인 이동권 문제로 드러난 셈이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으면 개선할 수 있었음에도 그런 노력조차 없이 사고로 이어진 만큼 황당하면서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지구상에서, 전 세계적으로 서울지하철은 시설 면이나 이용면에서 서비스가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공공교통 수단이자 우리의 일상에 없어선 안 될 생활공간이다. 하지만 장애인 또는 교통약자들의 문제를 외면하는 현실에서 우리나라 지하철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을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한다. 무엇보다 지하철에서 일어나선 안 될 사고가 계속 발생함에도 아무런 책임과 반성이 없는 자세를 취하는 것에 슬프고 화가 난다. 도대체 얼마의 시간이 흘러야, 당사자들의 투쟁이 언제까지 이어져야 불행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을 것인가.

따라서 필자는 지하철 이용자의 한 사람으로서 제안한다. 서울시와 여러 지하철 운영기관은 현 승강기 시설을 점검하여 만에 하나 발생할 위험을 없애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현행 규칙에 맞게 지속적인 시설 개량이 이뤄져야 모두가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정말로 다시는 이런 인재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버스와 이동권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고자 합니다. 현장 속에 정답이 있는 만큼 이용자, 종사자가 함께 공존하는 순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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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lph162@naver.com'
박소연
7 months ago

진정한 기자다

jinkang99@naver.com'
jinkang99@naver.com
7 months ago

훌륭하네요.진실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cyj63712@gmail.com'
ㅊㅇㅈ
7 months ago

훌륭한 기자님이십니다. 덕분에 몰랐던 사실을 알아갑니다

zhsrns@naver.com'
김영찬
7 months ago

기고에 감사드립니다

mhch04@naver.com'
신미화
7 months ago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셨어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yuyuna15@naver.com'
이유나
7 months ago

심지어 고인께서 타시던건
전동휠체어 보다 더 큰 전동스쿠터 입니다.
전동휠체어도 저기 엘리베이터 못타는데
전동스쿠터는 오죽할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