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혐오의 시대’에 맞선 물음, 이런 말 나만 불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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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시대’에 맞선 물음, 이런 말 나만 불편해?
▲동화작가인 김효진이 장애인당사자 관점에서 '인권 문해력'을 위한 <이런 말, 나만 불편해?>를 펴냈다 ⓒ 더인디고
  • 김효진 작가, ‘장애 혐오’의 사회적 배타성 짚는 책 출간
  • 장애인당사자의 경험과 해석 ‘인권 문해력’에 도움 되길
  • 부드러운 문체 속의 단호함, ‘그럼 너도 다리를 잘라’

[더인디고=이용석편집장]

동화작가이면서 장애여성 인권운동가이기도 한 김효진 작가가 써낸 ‘장애 혐오의 말은 이제 그만- 이런 말, 나만 불편해?’는 일상생활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겪게 되는 ‘혐오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의 배타적 인간관계를 드러낸다.

김효진 작가의 어머니는 소풍날마다 매번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넌 집에 있는 게 낫지?”

▲김효진 작가 ⓒ 김효진 페이스북

어머니의 물음에 작가는 “소풍에 가고 싶었지만 다리가 불편한 자신이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짐이 될까 순순히 포기했다.”고 술회한다. 운동회도 수학여행도 포기했는데 그 이유를 자기 자신의 불편함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장애로 인해 난처한 상황에 처해 불편해 할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포기”했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작가는 어린 시절을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로 살고, 해 보고 싶은 것을 참기만 하는 것이 미덕인 줄 알고 살았”던 “착한 장애인”으로 보냈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장애해방운동의 선봉에 선다.

<이런 말, 나만 불편해?>는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작가가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장애 혐오”를 설명한다. 작가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면 무수히 겪을 수밖에 없었을, 이제는 진부하기까지 한 이야기를 특유의 부드러운 경어체(敬語體)로 눙치고는 이내 그 상황이 왜 “장애 혐오”로 해석되는 지를 쉽게 설명한다. 근엄한 표정으로 지적하는 대신에 근거를 이야기하고, 나무라지 않으며 왜 그 표현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혐오인지 친절하고 간명하게 말하고 있다. 천연덕스러운 노회한 작가의 전략은 “습니다”체를 쓰면서 스스로의 감정을 자제시키고 읽는 이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고는 ‘공감’으로 이끈다.

담긴 이야기의 무게에 비해 <이런 말, 나만 불편해?>는 168쪽으로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크기(140×197mm)도 작아 휴대성 편리하다. 서너 쪽의 짧은 분량의 조각글로 이뤄져 있어 언제 어디에서든 읽기가 가능하다. 또한 주제별로 세 개의 부(部)로 구분하고, 각 부별로 에피소드 형식으로 짧게 구성되어 가독성을 높였다.

1부에서는 작가의 경험을 녹여낸 “장애인은 불쌍해”, “몸도 불편한데 왜 돌아다녀?”와 발달장애의 특징을 노골적으로 비하했던 “동네 바보 형”을 이야기하며 “장애 혐오”가 일상화되고 내면화된 우리 사회의 감춰진 풍경을 보여준다.

특히, 2부에서는 “장애인은 더러워”, “장애인은 죽는 게 나아”, “장애인에게 성욕이라니?”를 통해 “장애 혐오”의 기원을 통해 장애에 대한 공포가 적대감과 혐오를 발현하고, 급기야 사회적 배제로 이어지는 과정을 장애인당사자의 관점에서 살피고 있다.

그리고, 3부에서는 “마음의 장애인, 예비 장애인”, “미친 존재감”, “장애를 극복한 영웅”처럼, 전혀 차별이나 혐오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표현조차 “장애 혐오”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쓰이고 있다는 점을 조근조근 부드럽게 지적하면서도, “요즘 세상 좋아져 장애인 주제에 각종 혜택 누리며 잘 산다”는 비아냥에는 조제(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_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의 말을 빌려 “그럼 너도 다리를 자르라”고 죽비를 내리친다.

“장애와 비장애를 나누고 서로 배타적으로 대하거나 차별하고 혐오하는 비장애인을 몰아붙여 등 돌리게 하는 방식”으로는 새로운 세상은 오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작가는 ‘인권’을 쉽게 이해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 즉 ‘인권 문해력’을 위한 글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해서는 다른 언어가 필요합니다. 배제와 차별의 문화 속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특징을 가진 사람을 구분하고 선 밖으로 밀어내며 추방하기 위한 그들의 언어가 익숙하고 유리하겠지만 우리는 달라야 합니다. 다른 언어로 이야기해야 하며, 다른 세상을 꿈꾸기를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소풍에 가지 말기를 권유받았던 장애를 가진 어린이 김효진은 거리의 인권운동가가 되어 세상과 맞섰다. 그리고 이제 자신이 겪었던 세상을 그리는 작가로 돌아와 우리 앞에 서서 일갈한다.

“이런 말, 나만 불편해? 장애 혐오의 말은 이제 그만!”

■ 지은이 김효진 –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했다. 출판 편집자로 일하던 중 장애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최근에는 성 인권과 혐오 표현 문제에 집중해서 인권 운동을 하고 있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장애 차별 분야 전문위원, 〈(재)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이사, 〈(사)한국발달장애가족연구소〉 이사를 맡고 있으며, 2017년 대한민국 인권상 국민 포장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특별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 《모든 몸은 평등하다》, 《오늘도 난, 외출한다》가 있고, 동화 《깡이의 꽃밭》, 《달려라, 송이》, 《착한 아이 안 할래》를 썼다.

■ 주요 책 판매처알라딘 : 예스24 : 교보문고 :

[더인디고 THEING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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