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함께 겪어야 비로소 보이는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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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겪으면 비로소 보이는 별난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소소한 소통의 백정연 대표가 겪은 일상의 풍경을 그린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을 발간했다. ⓒ 소소한 소통 제공
  • 일상에서 겪는 ‘차별’의 정체는 편견과 불통
  • 백정연 대표,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허들’은 ‘소소한 소통’으로 넘을 수 있어

[더인디고=이용석편집장]

발달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정보(easy read)를 만드는 소소한 소통의 백정연 대표가 흥미로운 책인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을 세상에 내놨다.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은 백 대표 스스로가 겪은 일상의 풍경을 간결한 문어체로 짧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꾸몄다. 이야기 마디가 많지만, 무심결에 책을 펼쳐 읽어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 핸드북이다.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정보를 제작하는 사회적기업 소소한 소통의 백정연 대표 ⓒ 소소한 소통 제공

178쪽의 얇은 핸드북 형태로 제작된 이 책의 구성은 두 갈래다. Ⅰ부인 ‘동료로, 친구로 조금 더 편안하게’에서는 백 대표 자신이 장애인 복지를 일로써 시작해 현재 쉬운 정보를 제작하는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기까지의 과정과 쉬운 정보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경험을 독자와 공유한다. 이러한 공유는 단순히 책의 내용을 교감하는 수준을 벗어나 ‘다양한 몸 사이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단단한 준비를 요구해 독자를 당혹케 한다. 사회복지사(전문가)의 관점에서 고착화된 ‘장애인에 대해 안다는 착각’이 오히려 다양한 장애의 몰이해로 이어지고, ‘지나친 배려는 불편한 간섭으로’ 확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경험하면서 백 대표는 ‘장애’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Ⅰ부에서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적 전문가로서의 ‘장애’를 이야기했다면 Ⅱ부에서는 장애를 가진 사람과의 결혼생활을 통해 보고 듣고 함께 경험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조근조근 이야기한다. 그래서 백 대표의 진술은 그 스펙트럼이 넓을 수밖에 없다. 장애를 가진 사람과 결혼해 준(?) ‘천사 같은 색시’라는 주변의 시선을 떨쳐낼 때쯤 남편이 ‘장애인이라서 겪는 불편’은 결국 비장애인 가족이 함께 견뎌내야 하는 일상적 불편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물리적인 접근성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사의 까다로움에서 휠체어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길 혹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생략된 서비스의 셀프화,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장애인콜택시 문제와 탈 수 없는 버스시스템을 간접 경험하면서 함께 불편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 가족의 초조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모든 집마다 장애인이 있으면 좋겠어.”

백 대표가 남편에게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그 말의 속내는 진지하다. ‘집집마다 장애인이 있다면 우리 사회의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가 바르게 변하리라는 생각’은 어쩌면 장애인 가족이 되어 마주한 사회와 사회복지사로 경험했던 사회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장애인에게 차별투성이라는 현실 인식에서 나온 푸념일 터다.

결혼 초 사소한 문제로 남편과 꽤나 다퉜다는 백 대표는 특히 남편의 손에 닿지 않은 곳에 물건을 두기도 했다면서 ‘내가 대신 하고 내가 건네주면 되지’ 하고 편한 대로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편안하게 쉬어야 할 공간에조차 ‘허들’ 만드는 것이었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남편에게는 온전히 이용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고 고백한다.

“집과 직장, 그 외 개인적 공간에서 장애인이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우리나라의 장애인 정책의 문제점과 요즘 주요 이슈로 확장된 이동권은 물론 장애를 이해하는 방식 등 매우 다양한 장애 혹은 장애인의 일상에서의 ‘허들’을 하나하나 뛰어넘고 있다. 그 ‘허들’의 높이만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소소한 소통’이라는 점도 잊지 않고 짚고 있다.

백정연 – 장애인 가족과 함께 살고 장애인 동료와 함께 일하는 사회적 기업가. 어린 시절 우연히 사회복지사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사회복지사를 꿈꾸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발달장애 관련 기관에서 일하다가, 세상의 모든 정보를 쉽게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사회적 기업 ‘소소한 소통’을 설립했다. 척수장애인 남편과 함께 살며 비장애인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보이지 않는 차별을 거의 매일 겪는다. 장애인과 결혼하고 장애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이유만으로 착하다, 대단하다, 멋지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 칭찬의 이면에 자리잡은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에 대해 더 자주, 더 널리 이야기하고 싶다.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외에 <쉬운 정보(easy read)에 대한 여덟 가지 질문>을 펴냈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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