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오늘] 그들을 애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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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전쟁기념관 앞에서 ‘죽음을 강요당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추모제’를 열었다. ⓒ조미영
▲지난 5월 26일 전쟁기념관 앞에서 ‘죽음을 강요당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해 추모하는 장면 ⓒ조미영

[더인디고=조미영 집필위원]

조미영 집필위원
조미영 더인디고 집필위원

해서는 안 될 끔찍한 일을 또 부모가 하고 말았다. 6세 자녀를 안고 투신한 40대 엄마, 30대 딸을 먼저 보내고 자신도 따라가려다 아들에 의해 멈춰진 60대 엄마의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발달장애 자녀를 오롯이 가족이 부양하고 살아가는 것보다 동반 죽음이 그들에게는 더 쉬운 선택이었다.

그들을 애도하는 추모제 시작 시간보다 30여 분 일찍 도착했다. 이미 준비를 마친 활동가들의 심란한 표정과 많은 기자의 취재 열기가 주위를 맴돌았다.

어쩌다 맨 끝 앞에서 현수막을 붙잡고 있었는데 뜨거운 태양열의 공격으로 조금 힘들었다. 가끔 불어주는 바람이 고마웠다.

추모사를 하는 이들의 울먹이는 발언에 흐르는 눈물이 마스크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의 죽음에서 과거의 나를 발견했다. 어떻게 여기까지 살아냈는지 가끔은 기적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생을 달리한 어린 장애인과 그 가족을 추모하고자 새 대통령 집무실 근처 지하철역에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다. 교통공사 직원들과 경찰이 엄마들을 밀고 잡아당기며 격렬하게 몸싸움했다. 왜 그리도 강하게 저지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그럼에도 직업으로 행동하는 그들이 목숨 걸고 움직이는 엄마들을 당해내진 못했다. 어렵게 분향소가 차려졌다.

엄마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생때같은 자식을 죽인 죄인이지만 세상에 없는 존재가 되었으니 명복은 빌어주고자 했다. 제발 이런 일 재발하지 않게 하자는 우리 의지를 다져 보자는 게 사회적으로 용납 받을 수 없는 일이었을까? 같은 인간으로서 그런 저항이 야속하기만 했다.

인터뷰를 부탁하는 기자에게 손사래를 치며 싫다고 하다가 누군가는 우리의 현실에 대해 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지금은 안정된 생활을 하는 아들의 지난한 과거를 떠올리는 게 나로선 유쾌하지 않았다.

“왜, 어떻게 힘들었는지 그 때를 생각해서 말씀해 주시면 돼요.”

말을 못 하는 아들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게 가장 힘들었다. 의사 표현일 수 있는 시도 때도 없이 우는 것이 안타까웠다. 두 손으로 머리를 치는 자해를 보는 것이 가장 마음 아팠다. 집이나 식당에서 음식이 바로 나오지 않으면 수저로 식탁을 치면서 울었기 때문에 외식을 할 수 없었다. 나들이 후 집에 오면 모두의 기분이 나빠 있었다. 아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집 안까지 따라오는 불편함에 몸서리쳤다.

말을 하다 보니 모두가 지난 일이 된 사실이 다행이구나 싶었다. 기자는 인터뷰 요청하면 응하는 부모가 없다고 우리 집에서의 생활을 카메라에 담고자 부탁했다.

“지금은 제가 힘든 상황이 없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죠? 연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다행이라면서 지금 힘든 엄마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 지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엄마를 조종하면서 본인 뜻대로 사는 청년이 있다. 하기 싫은 과제나 꼭 해야 할 지시를 외면하고 떼를 부리면 교사들은 엄마에게 연락해서 데려가라고 한다는 걸 너무도 잘 아는 자폐 청년. 그 엄마에게 전화했더니 싫다고 했다. 가만히 있어도 힘들어 죽겠는데 그 힘듦을 공개하는 이중의 고통은 하고 싶지 않다고. 왜 아니겠는가. 그렇게 해서 세상이 바뀌고 아들이 달라진다면 먼저 나서서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알기에 인터뷰에 나서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사건 사고가 생기면 반짝 관심 가지고 몰아치는 언론이라고 하면서도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다 담을 순 없으니 그때그때의 중요 사안을 보도할 수밖에 없는 것도 모르진 않는다. 언론이 아니라 국가의 제도적 시스템이 아쉽다. 가족의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쉬운 사회와 국가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살펴봐야 한다. 책으로 배운 전문가들이 모여서가 아니라 현장에 있는 활동가와 부모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해야 한다.

이미 성인 된 발달장애인의 삶도 중요하지만 어려서부터의 교육이 중요하다. 온갖 단어에 치료만 붙여서 하는 수많은 치료교육보다 개개인에게 맞게 접근해야 한다. 아이를 치료하는 것보다 효율적인 부모 교육이 필요하다. 준비 없이 맞은 장애 자녀와의 동거는 정말 어렵다. 전문가에게 맡기면 좋아질 거라 믿어 아이를 밖으로만 나돌게 하면 엄마는 최선을 다한 거라고 마음을 놓는다. 내가 그랬다. 뒤늦게 내가 할 일을 찾고 배우다 보니 놀랍게도 변화가 보였다. 누군가의 지원이 아들의 삶을 행복하게 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 지원조차 받기 힘든 경우의 청년들을 위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고들 말한다. 아이는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향해 몸부림치며 힘들어 죽겠다고 표현하는 와중에 엄마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생존보다 앞선 생사가 더 급한 장애 가족, 어딘가에서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면 먼저 공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게 우리의 할 일이지 싶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더인디고 THE INDIGO]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에서 행복을 찾습니다. 그 행복을 나누면서 따뜻한 사회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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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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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na3113@gmail.com'
황숙현
1 year ago

발달장애국가잭임제가 꼭!!!!
제정되어야 할 이유입니다

잘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cooksyk@gmail.xn--com-2m7ll84fw2z'
김서영
1 year ago

참으로 가슴 아프고 안타깝습니다
누군가의 고통을 나몰라라 하지 않고
이해하고 공감하며 그들이 원하는 걸 채워줄 수 있을 때 외려 나의 기분이 좋아지고 진정 나자신의 행복을 찾는 법도 배울 수 있다는 걸 깨닽을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되길 앙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