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희의 창문너머] 주차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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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장애인주차증 ⓒ이문희 더인디고 편집위원
▲독일 장애인주차증 ⓒ이문희 더인디고 편집위원
이문희 더인디고 편집위원

[더인디고=이문희 편집위원] 무려 30년 가까이 된 유물이 발굴(?)되었다. 1991년부터 독일에서 사용하던 중증장애인 주차증을 책장 구석에서 찾아낸 것이다.

독일은 보행기능이 감소된 사람에게 이 주차증을 발급해 준다. 주차증 크기도 적당하고 플라스틱으로 단단하게 제작되어 두께도 얇지 않아 소지하고 다니기에 편리한 장점이 참 많다. 덕분에 친구들의 차량을 탈 때 이 주차증을 이용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을 받았다.

특히 이 주차증만 있으면 유럽 전역에서 장애인주차구역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캠핑카를 대여해서 여행을 할 때면 편리한 장소에 무료로 주차할 수 있었으니 미소가 절로 나오곤 했다. 그리고 먼 거리를 걷지 않아도 되었으니 근육통 면제는 덤으로 받은 상쾌한 기분~

우리나라는 장애인에게 주차증이 발급되지 않고 차량에 장애인주차증이 발급되고 있어 적지 않은 부작용이 생기곤 한다. 갑작스런 차 고장으로 자녀차를 이용한 사례가 있다. 그동안 사용해왔던 장애인주차증으로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를 했다고 한다. 결국 한 달 월급과 비슷한 2백만 원의 벌금을 두드려 맞았다는(?) 한숨 섞인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특히 사고 등으로 자동차보험사에서 제공하는 차량에 장애인주차증을 사용했다가는 2백만 원의 벌금을 각오해야 한다.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따로 있다. 현재 장애인당사자가 운행하는 차량에 발급되는 주차증 수보다 비슷한 수의 주차증이 가족 등에게 발급되었다는 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장애인주차구역에서 소위 멀쩡한 사람들이 주차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물론 그 사람이 주차한 차에는 장애인주차증이 버젓이 부착되어 있으니 그 누구도 따지지 못하는 우스운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독일에서와 같이 개인에게 장애인주차증이 발급된다면 쉽게 오용될 수 있고 지금보다 더 큰 혼란을 발생시킬 것이라는 추측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복지부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장애인의 주차증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따뜻하고 깊은 통찰을 통해 장애인 인권을 위한 다양한 정책활동과 자문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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