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앓다”고 한 언론중재위원장… 인식 한계에 언론의 차별표현도 “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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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열린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국정감사에서 김예지 위원(사진 왼쪽)이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오른쪽)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13일 열린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국정감사에서 김예지 위원(사진 왼쪽)이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오른쪽)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 언중위, 5년간 단 17건 모니터링… 관련 논의도 안 해
  • 언론재단. 언론인 연수하며 개선한다지만… 효과성 미비
  • 김예지 의원 “한국언론, 단순 중계 보도로 저널리즘 외면”
  • 홍익표 위원장, 김 의원 지적 거들며 언론인 인식개선 교육 강조

[더인디고 조성민]

제가 시각장애가 있을까요? 아니면 시각장애를 앓는 것일까요. 어떤 표현이 맞는다고 보세요?”

“앓는 게 맞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의 장애 표현 질문에 언론중재위원회 이석형 위원장은 잠시 머뭇거리며 “앓는다”라고 말해, 언론분쟁 및 시정권고 등을 책임지는 기관장의 장애 인식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 빈축을 사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예지 의원은 13일 언론중재위원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등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 국정감사에서 장애 차별적 표현을 남발하는 언론과 이를 제대로 개선하지 않고 있는 양 기관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 냈다.

김 의원은 언론은 여전히 깜깜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무시 또는 비판할 목적으로 장애가 있음을 장애를 앓다로 표현한다. 이외에도 눈먼 돈’, ‘절름발이 행정’, ‘정신분열적 행태와 같은 차별적 표현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며 국감장의 관심을 끌었다.

‘깜깜이’란 어떤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하는 행위 또는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시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다. 지난 2020년 8월 정례 브리핑에서 중앙방역대책본부도 ‘깜깜이 감염’ 등의 표현에 대해 시각장애인들이 차별적 표현임을 지적하자 ‘감염경로 불명’ 등의 용어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 의원은 “(깜깜이 등) 이런 말 못 쓰면 무슨 말을 쓰고 사냐고 하는 분이 계시는데 동료 의원들을 비롯해 언중위 이석형 위원장님과 언론재단 표완수 이사장님도 차별 표현 대신 자신의 이름을 넣어 써보면, 예를 들어 표완수 같은 환자’, ‘이석형 같은 행정으로 바꿔보면 느낌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러한 장애인 차별 표현 등이 언론 등에서 남발되는 데다 사회적으로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시행한 ‘온라인혐오 표현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이 오프라인 실생활에서 혐오표현을 경험한 장소 1위가 방송매체다. 56.4%로 절반이 넘는다. 혐오표현 발생·심화원인을 살펴보면, ‘언론의 보도 태도’ 때문이라는 비율이 2019년 72.3%에서 2021년 79.2%로 상승했고, 49.6%인 과반이 ‘언론이 혐오 표현을 확대․조장하는 역할을 한다’고 답했다. 또한 국민들이 생각하는 혐오차별 대응 정책 중 1위의 방안이 바로 ‘정치인, 언론이 혐오를 부추길 수 있는 표현이나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로 90.3%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를 시정하고 개선해야 할 공공기관의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

언론중재위, 5년간 장애차별 표현 시정권고 “0”.. ?

현행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에 따르면 언중위에 시정권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시정권고 심의기준 제10조의2에서는 장애 등을 이유로 편견적 또는 경멸적 표현을 삼가야 하며 보도과정에서 차별이나 편견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김예지 의원이 언중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시정권고소위원회 결과에서 장애 차별적 표현으로 시정 권고받은 사안은 한 건도 없다. 또한 시정권고소위에 상정되기 전에 심의원의 모니터링과 실무진 회의를 거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장애 차별적 표현을 모니터링한 건수는 전체 1만4068건의 0.1%인 17건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시정권고소위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언중위 심의원 모니터링 안건 중 차별 표현은 전체 안건의 0.1%에 불과했다. /자료=김예지의원실. 국회방송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언중위 심의원 모니터링 안건 중 차별 표현은 전체 안건의 0.1%에 불과했다. /자료=김예지의원실. 국회방송

이에 김의원은 “언론중재위원회는 모니터링 또는 심의 세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심의원들의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시정권고소위 역시 사회적 법익을 침해당한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인 등에 장애 보도 등과 관련해 별도 교육하지만 효과성은 글쎄

한편 2021년도에 언론재단에서 진행한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이용자 4명 중 1명이 소셜미디어에서 혐오 표현을 자주 접한다고 답변했고, 혐오 표현 접촉 여부로만 따지면 70%가 넘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2020년도 감염증 보도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안 연구에서 ‘깜깜이 환자’라는 용어가 차별적 혐오표현임을 인정한 바 있다. 앞서 2019년도에는 예비 언론인이나 신입기자 등에게 교육을 통해 혐오 및 차별적 표현과 대체표현을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혐오보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연구’도 진행했다.

▲13일 열린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국정감사에서 김예지 위원(사진 왼쪽)이 표완수 언론진흥재단 이사장(오른쪽)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13일 열린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국정감사에서 김예지 위원(사진 왼쪽)이 표완수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오른쪽)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하지만 김 의원은 “연구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언론재단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다”며 “국민 세금으로 17억원 이상을 투입해 국내외 언론인 연수를 진행하면서도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9월 UN 장애인권리위원회가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발표한 최종견해를 소개하며 “사회와 언론에서 장애인의 존엄성, 능력, 권리에 대한 인식제고 캠페인이 부족하고 정치권과 소셜미디어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태도, 부정적인 고정관념, 편견, 반복적인 증오 및 비하 표현이 지속되고 있음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김의원의 지적에 문체위 홍익표 위원장도 “언중위는 언론중재 심의를 엄격하게 해서 바로 잡는 노력을 해주셔야 하겠고, 언론재단은 언론 기자 등을 대상으로 1년에 한 차례씩 장애인식 교육 등을 의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지 언론 기관들과 협의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김 의원은 “언론은 장애 차별적 표현을 의식 없이 보도하는 데다, 주요 정치인들이 그러한 언어를 사용할 때 비판보다는 오히려 단순 중계식 보도로 저널리즘 가치를 외면한 채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고 전제한 뒤, “국내외적으로 약속한 장애인의 인권 보장을 위해, 언론의 저널리즘 신뢰 강화를 위해, 언론중재위원회와 언론진흥재단은 무분별한 장애 차별적 표현의 남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언중위 위원장과 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을 향해 “종합감사 때 입장을 밝혀줄 것”을 주문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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