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팔이’로 시작된 카타르 월드컵, ‘피의 월드컵’ 오명 벗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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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팔이’로 시작된 카타르 월드컵, ‘피의 월드컵’ 오명 벗을 수 있을까?
▲지난 20일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역대 총비용이 역대 가장 많이 들였다는 이번 월드컵은 사상 처음 겨울월드컵이다. ⓒ 가디언 갈무리
  • 지난 20일, 최초의 겨울 월드컵…화려한 개막
  • ‘모건 프리먼’과 ‘가님 알 무파’, 장애 노골적 드러내며 ‘다양성’ 강조
  • 월드컵 준비 위해 이주노동자 6700여명 사망…‘피의 월드컵’ 비판 여전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드디어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의 막이 올랐다. 우리나라 시각으로 20일 밤 11시 40분부터 시작된 개막식은 기존의 월드컵에서 볼 수 없었던 화려한 개막공연이 펼쳐졌다.

카타르 지역의 베두인 텐트를 본떠 건설된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약 30분간 펼쳐진 이번 개막식에서는 총 일곱 파트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지난 2008년 교통사고로 왼팔에 장애를 갖게 된 미국의 배우 모건 프리먼과 꼬리퇴행증후군이라는 장애를 가진 카타르 인플루언서 가님 알 무파가 무대에 올라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또한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정국과 카타르의 인기가수 파하드 알쿠바이시가 FIFA 월드컵 공식 사운드트랙에 포함된 싱글 ‘드리머스’를 열창했다.

▲개막공연에 앞서 미국 배우인 모건 프리먼(왼쪽)과 카타르 인플루언서인 가님 알 무파(오른쪽)가 무대 한 가운데 등장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장애를 가진 두 사람의 등장은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인색했던 카타르 정부가 이번 월드컵의 ‘다양성 포괄 ‘이라는 주제를 위한 연출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 가디언 화면 갈무리

공연을 마친 후 카타르의 군주(에미르)인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가 대회 개막을 선포했다. 알사니 군주는 “우리는 인종·국적·종교·성향이 모두 다르지만 여기 카타르에서, 전 세계 곳곳 스크린에서 이 순간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모두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겨울에 열리는 이번 대회는 역대 가장 비싼 월드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로 지은 7개의 첨단 축구장 등 외신들은 이번 대회 총비용이 2천억달러(약 267조원)를 넘을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화려한 만큼 그 뒤에 드리워진 그늘도 깊고 짙다. 영국 <가디언>은 2010년부터 10여년간 월드컵 경기장 등을 짓는 데 투입됐던 인도·네팔 등 5개국 이주노동자 6700여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하고 ‘피의 월드컵’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의 살릴 셰티 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선수와 팬들에게 카타르월드컵 경기장이 꿈의 장소지만, 이주노동자에게는 지옥 같은 곳이 될 수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또한 카타르 정부의 성소수자 탄압이 논란이 되자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 회장은 월드컵 본선 출전국에 보낸 편지에서 “제발, 지금은 축구에만 집중하자. 축구가 이념적, 정치적 싸움에 끌려가게 두지 말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판티노 회장은 개막식을 1시간 정도 앞둔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동성애자, 장애인, 이주 노동자처럼 느껴진다고 말해 또 한 번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가님 알 무파는 굳이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고 바닥을 기면서까지 장애를 드러냈고, 왼손에만 장갑을 낀 채 등장했던 모건 프리먼은 장갑을 벗고 마비된 손을 들어보이는 등 노골적인 ‘장애팔이’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는지 의아하다는 평가다. 그동안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인색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던 카타르가 ‘장애팔이’를 통해 소수자들에 대한 포괄성과 모든 사람들의 평화를 강조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이 추후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한편 개막식 이후에 치러진 개막전에서 카타르는 에콰도르에게 0 대 2로 완패했다. 역대 월드컵에서 주최국이 개막경기에 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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