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이번 생의 결혼은 처음이라 준비하는 과정이 모두 새롭다. 생소하고 어렵긴 하지만 설레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즐겁기도 하다. 촉박하게 정해 놓은 일정으로 인해 대부분 간소화하여 진행하면서도 남들 하는 것은 간단하게라도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알뜰하게 일정을 채워가는 중이다.
오늘은 웨딩 촬영! 역시나 세미 촬영으로 택한 터라 다른 커플들 절반 정도의 일정밖에는 되지 않았지만 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한 감정 상태가 부담스러우면서도 기대되는 떨림인 것은 매한가지이다. 다른 이들도 그러하긴 하겠지만 보이지 않는 눈 가진 내겐 혹여나 시력 때문에 불편한 상황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또 다른 걱정이 추가된다.
혼자만의 일이라면 중도에 포기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더라도 괜찮겠지만 나로 인해 내 짝꿍까지 같은 곤란함을 겪게 된다는 것은 완벽히 다른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런 연유로 어릴 적 내가 갖고 있던 쓸데없는 걱정 중 하나는 예식 당일의 신랑‧신부 입장이기도 했다.
혼자라면 지팡이를 짚어도 되고 더듬거리며 천천히 가도 되지만 함께 하는 이에게 그것은 그다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므로 나의 머리는 예식장의 구조를 어떻게 다 외울 것인가로 이어지곤 했다.
머리를 다듬고 화장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예상과는 다르게 “거울 한 번 보세요”, “왼쪽 스타일로 할까요? 오른쪽이 나을까요?” 하는 시각적 대응을 해야 하는 질문이 거의 없기도 했지만 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소통을 전환하기가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다.
플래너 선생님의 사전 설명 덕분에 담당 디자이너 선생님은 내 상황을 대체로 알고 있었고 이동 시에 팔을 빌려주기도 했다. 예복을 입는 것도 촬영장소를 옮기는 것도 선뜻 팔 내밀어 주고 적절한 타이밍에 적합한 배려를 보내주신 스태프분들 덕분에 어렵다고 느끼지 않았다.
이 모양 저 모양으로 포즈를 잡을 때도 작가님의 자세한 설명이 있어서 나름 최선의 동작으로 지시를 따를 수 있었다. 허리를 펴는 것도 다리를 뻗거나 접는 것도 손을 내밀거나 주머니에 살짝 넣을 때도 작가님께서 원하시는 구도를 잡는 데 그리 힘들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정말 따라 하기 힘든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내 눈과 관련한 것이다. 시선을 맞추고 적당한 크기로 눈을 뜨고 눈동자의 방향을 돌리는 것은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금만 왼쪽으로 보라 하기에 그렇게 한 듯했는데 너무 많이는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고 자연스럽게 눈을 뜨라 하기에 그리했는데 그렇게 힘줘서 크게 뜰 필요는 없다고 하신다.
그래도 초반부에는 어찌어찌 따라가긴 했는데 중반을 넘어갈수록 안 쓰던 눈 주변 근육이 다 풀렸는지 더 맘대로 눈동자와 눈꺼풀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수고하시는 스태프분들에게도 미안하고 무엇보다 내 옆에 있는 친구에게 마음이 쓰였다.
눈에 신경을 쓰다 보니 표정도 망가지는 것 같고 자세도 틀어지는 것 같았다. 시각장애인은 시선이 맞지 않는 게 자연스러운 게 아니냐고 쉽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애초부터 웨딩사진이라는 것이 본래의 자연스러움을 찍어내는 과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또한 완벽히 맞는 말은 아니다.
머리도 피부도 옷도 몸매마저도 이 방법 저 방법으로 스스로를 초월한 최대치의 멋짐과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노력 속에서 모양이나마 멀쩡한 눈 가진 내가 눈동자 위치 맞추는 정도는 해야 할 것 같다는 강박이 들었다.
긴장도 풀어 보고 눈에 힘도 주어 보면서 어찌어찌 두 시간의 시간을 마무리했다. 샘플 인화의 시간! 예상대로 내 눈동자는 뒤로 갈수록 많이 흔들린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영상 기사님의 멘트는 마치 큰 수술에 실패하고 나오는 의사 선생님의 자책처럼 내 귀에 꽂혔다.
“괜찮아요. 멋진걸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어진 여자친구의 예상 밖의 말은 내 모든 걱정을 한 번에 덜어내는 작용을 했다.
난 장애를 부끄러워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의 모든 미적 기준안에서 아무 노력 없이 나만은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당함과 게으름의 산물은 구분되어야 한다. 난 내 눈동자로 무엇을 볼 수는 없지만 그것을 움직일 수 있는 약간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완벽하게 다른 이들과 같을 수는 없지만 함께 하는 이를 위해 최대한 눈을 맞추고 할 수 없는 선은 이해받으면 된다.
최선으로 노력하고 부족함은 이해받는 것 그것이 서로 다른 둘이 사진을 찍고 결혼을 준비하고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