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들 ‘장애차별’이 교육 대안?…졸업생이 ‘차별 진정’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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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들 ‘장애차별’이 교육 대안?...장애당사자 졸업생이 ‘차별 진정’ 나서
▲장추련 등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안학교들이 입학전형에 장애유형이나 장애정도를 제한하고 있는 행위는 '장애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차별진정을 했다. 이번 차별 진정은 대안학교 졸업생인 권태훈 씨의 문제 제기에서 비롯되었다. ⓒ 장추련 등 제공
  • 대안학교들, 장애유형이나 정도로 장애당사자 입학 제한해 와
  • 장추련 등, 대안학교의 재량권이 ‘장애차별’이어서는 안돼
  • 권태훈 씨, 모교 ‘중증장애 학생들 교육권 침해’ 문제 제기…비난 두렵지만 ‘해야 할 일’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지난 4일 (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1577-1330 장애인차별상담전화 평지, 사단법인 두루 등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앞에서 대안학교인 이우고등학교 등이 장애당사자 입학 특별전형을 통해 장애인 차별을 했다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장추련 등은 대한학교들의 장애인 입학전형을 모니터링 한 결과 장애유형이나 정도를 기준으로 제한하는 학교들을 확인했다면서 “장애인의 기준을 심하지 않은 장애(기존 4·5·6등급)인”으로 제한하는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대안학교들의 장애당사자의 입학전형을 장애유형이나 장애정도로 제한하는 행위는 이우고등학교를 졸업한 권태훈 씨를 통해 알려졌다.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권태훈 씨는 같은 날 자신이 왜 모교를 장애인 차별로 문제제기를 했는지 소회를 페이스북에 밝혔다. 이에 더인디고는 권태훈 씨의 동의를 받아 입장문 전문을 게재하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지난 2월, 서울대 로스쿨을 졸업한 이우고 8기 졸업생 권태훈입니다.
저는 작년 5월, 제가 졸업한 이우고등학교가 지난 4년 간 중증장애학생의 입학을 명시적으로 거부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행 입시요강대로라면 지금까지 이우고등학교를 졸업한 대부분의 장애학생은 지원조차 할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이우고등학교는 그럴 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문장을 잘못 읽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거듭 입시요강을 읽어보았습니다. 제가 잘못 읽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분들과 조사한 결과, 입시단계에서 장애학생을 차별하는 학교가 여럿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이우고등학교처럼 체험활동과 과제가 많은 학교는 장애학생이 참여하기도 힘들고 학교에서도 어려움이 많다. 입학해서 서로 고생하느니 장애학생이 다른 곳을 선택했으면 좋겠다. 문의가 올 때마다 일일이 답변하기 어려우니 입시요강에 명시해놓은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이우중학교를 다녔고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이우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으로서, 중증장애학생도 충분히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것을 단언할 수 있습니다.
학교 홈페이지에 명시된 바와 같이, 이우고등학교는 설계와 건축 단계에서부터 장애인 통합교육을 고려한 학교시설을 고민하였습니다. 장애학생의 이동을 고려하여 각 건물마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건물을 잇는 다릿길을 놓았습니다. 개교 이후에는 저를 포함한 여러 명의 장애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며 부족한 부분을 함께 채웠습니다.
이우고등학교의 교육목표는 “성·계급·인종·종교·장애 여부를 떠나 인간을 존중하고, 생명과 환경을 소중히 여기며, 21세기의 현실 속에서 나와 다른 ‘남’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상생의 지혜를 터득한 사람”을 기르는 것입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선생님의 일방적인 교육으로 성장하거나, 학생들의 젊은 문제의식만으로 성장하는 학교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발전동력이 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지금 교장선생님으로 재직 중이신 김철원 선생님께서 제가 면접 볼 당시 면접관으로 들어오셨고 이우고등학교 면접은 시간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면접장에 앉아있는 권태훈이라는 사람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바라보고 소통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입학한 고등학교에서 저는 구성원으로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막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였습니다. 친구가 학년회장에 출마하는데 당원 3명이 필요하다며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기꺼이 참여해 함께 선거를 준비하며 더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2학년 2학기에는 또 다른 친구가 찾아와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는데 학생 2명의 추천서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태훈이에게 가서 얘기하면 도와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친구의 말에 기꺼이 추천서를 써줬습니다.
학년잡지에 글을 기고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도, 학교 축제 때 다른 학교 학생들과 교류하는 합동발표회가 있는데 학교 대표로 나가달라는 축제준비위원회의 부탁을 받았을 때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잘하는 과목이든 부족한 과목이든, 좋아하는 과목이든 싫어하는 과목이든 차별 없이 최선을 다했습니다. 오히려 선생님들께서 “몸도 힘든데 너무 다 잘하려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씀하실 정도였습니다.
장애가 있어서 어려운 부분은 과제를 대체하거나 서로 도와가며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저의 학창시절은 그렇게 하면 장애학생도 대안학교에서 한 사람의 학생으로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입니다. 이는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한국현대사에는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한 역사와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가로막기 위해 노력한 역사가 있습니다. 제가 오늘 기자회견을 하는 이유는 21세기의 학교가 후자의 일부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혼란스럽습니다. 이우중학교 입시요강에는 장애인등록증만 있으면 전형에 지원할 수 있고 이우고등학교 입시요강에는 중증장애학생을 거부하는 문장이 있는 현실 앞에서 학교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중고등학교에서 고민했던 것을 바탕으로 변호사가 되어 한국 사회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이우고등학교 졸업생으로서는 더 이상 가지면 안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는 두렵습니다. “어떻게 학교를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느냐!”며 비난받을까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이우고등학교에 관심을 가진 장애학생과 그 부모님이 입시요강을 보고 상처받을 것이 두렵습니다. 그 학생이 저에게 “학교는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이냐?”고 물었을 때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두렵고 부끄럽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초등학교를 찾아 전학 가야 했던 사람으로서, 장애학생을 거부하는 고등학교 입시요강을 마주한 졸업생으로서 저는 모든 학교가 장애학생을 배제하지 않는 학교가 되길 바랍니다. 장애학생의 가능성도 다른 학생들의 가능성과 마찬가지로 존중받길 바랍니다. 오늘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으로 장애학생들이 “공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살 수 있는 시대가 가까워지길 기대합니다.

한편, 장추련 등은 “명확하게 장애차별적 내용이 (입학전형에) 있다고 판단되는 이우고등학교를 포함한 3곳의 대안학교들”과 해당지역의 교육감, 교육부장관 등을 피진정인으로 해 인권위에 진정하고, “대안학교에 부여되는 다양하고 자유로운 교육과정에 대한 재량권이 장애를 가진 누군가를 차별하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도록 교육관련 책임자들은 대안학교의 입학전형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이에 대하여 명확한 지침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기자회견을 매조졌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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