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첫 길에서 만난 김예지 의원… ‘장애’는 나의 정치적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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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름의 첫길에서 만난 김예지 의원... ‘장애’는 나의 정치적 정체성
▲지난 6월 23일 더인디고는 국민의힘 김예지 국회의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제 남은 임기 11개월... 지난 3년간의 의정활동에 대한 소회와 장애당사자로서 장애인정책을 개선해왔던 지난한 여정의 속내를 들어봤다. ⓒ 더인디고
  •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의정활동 3년, 장애이슈 견인해와
  • 나에게 쏠린 세간의 관심들, 장애 이슈 확장으로 이어져
  • UNCRPD 선택의정서 비준에 결정적 역할… 개인진정 사례 만들자
  • 의정활동 후회 안 해… 남은 1년도 약속 지킬 것

[더인디고 = 정리 이용석 편집장]

국회로 가는 길은 언제나 멀고 지루했다. 늘 장애 관련 정책 입법을 부탁하거나 불합리한 장애차별 관행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안을 짊어진 어깨가 무거웠기 때문이다. 김예지 국회의원을 만나러 가는 6월의 길은 가뿐했다. 함께했던 수다가 늘 즐겁고 유쾌했던 기억 때문인데, 국회 의원 회관 601호실 문턱을 넘어서자 익숙한 그의 경쾌한 목소리와 느릿한 걸음새의 조이가 먼저 반겼다. (이하, 모든 인터뷰 내용은 독자들의 가독성을 위해 존칭을 생략했다.)

더인디고 : 진작부터 하기로 했던 인터뷰를 게으른 탓에 이제야 왔다. 송구스럽다.

김 의원 : 괜찮다. 601호실은 늘 열려 있으니 언제든 환영이다.

나에게 쏠린 언론의 관심, ‘장애이슈의 확장’ 계기로 이어졌다

더인디고 : 지난 6월 14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코이 이야기’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김 의원 : 어리둥절했다. 동료의원들이 기립박수를 쳤다는 건 현장에서 볼 수 없기에 언론을 통해 뒤늦게 알았다. 왜지, 싶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쨌든 그날의 일이 동료 국회의원들의 장애인식 개선에 선의의 영향을 미쳤기를 바랄 뿐이다.

더인디고 : 그날 한덕수 국무총리를 상대로 장애인정책 예산증액과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의 실효성, 국립장애인도서관 설립 등의 정부 관심을 촉구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는 장애인학대 예방과 가해자 처벌 강화를 위한 ‘장애인학대특례법’ 제정 약속을 받아냈으나 이를 비중 있게 다룬 언론은 거의 없었다. 아쉬움은 없었나?

▚ 김 의원 : 장애이슈에 대한 언론들의 이해 부족 때문인 듯하다. 더인디고나 에이블뉴스 등 장애계 언론의 즉각적 반응과 달리 다른 언론들은 장애이슈에 한계를 보이곤 한다. 하지만 주류 언론들의 기사 제목에 언급된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었다. 3년 내내 장애인정책을 다뤄왔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정부 질의가 주목받았고, 이례적인 상황이지만 장애이슈들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언론에서 관심을 가져야 정치권도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더인디고 : 동감이다.

▚ 김 의원 : 특히 한동훈 장관은 장애인학대범죄 심각성에 공감했고 관련법 제정을 약속했다. 검토해보겠다는 의례적인 답변이 아니어서 장애인학대특례법 제정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은 것이다. 상임위에 상정되면 직접 제안 설명을 할 생각이다. 의외였던 점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박광온 원내대표께서 공감했다는 가사들을 접하고 놀랐다. 박 원내대표께서 장애인정책에 대해 초당적 입장에서 적극 나서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약품들 점자표기와 장애예술인 작품 우선구매제도, 의무고용률 등 기억에 남아

더인디고 : 국회의원 활동을 시작한 지 3년 동안 대표발의한 법안은 얼마나 되나?

▚ 김 의원 : 제·개정안 151건에 결의안이 1건이다.

더인디고 :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법안들이 있다면?

▚ 김 의원 : 모두 소중하다. 특히, 약사법 개정을 통해 시각장애를 가진 분들이 점자표기로 약품들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가끔 약국에 들러 확인하는데 바뀌고 있다. 앞으로 식품 등의 광고 표시에서 점자표기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공직선거법에서의 장애인 접근성 개선과 무엇보다 장애예술인 작품 우선구매제도 등이 기억에 남는다.

더인디고 : 장애예술인 작품 우선구매제도에 대해 설명해 달라.

▚ 김 의원 : 지난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시행령이 만들어지기까지 관련 공무원들과 서로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이 많았다. 진통 끝에 장애예술인들의 열악한 소득과 예술활동 기반 마련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장애예술인 창작물 3% 우선구매 제도’를 의무화했다. 그리고 현재는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을 통해 공연 전시장 이용의 일정 비율을 장애예술인 작품을 공연하거나 전시하는 쿼터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안 통과 과정에서 법사위에 소속되어 있는 우리(국민의힘)당 의원이 반대해서 찾아가 설득하는 등 지난한 과정을 겪었다. 아무래도 문체위는 복지위와 달리 장애문제를 다루는데 온도 차가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동료의원들은 물론이고 부처 장관과 공무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스포츠 강좌 이용권도 이용 대상의 한정을 풀었고, 키오스크 접근성도 논의 중이다.

더인디고 : 장애인 의무고용률 상향에도 큰 역할을 했는데?

▚ 김 의원 :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반대가 심했다. 더구나 당시 나는 야당 의원이었고 직접 발의한 법안도 아니었다. 무작정 법사위 우리 당 간사님을 찾아가 통 사정했다. 그러자 자신은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법사위원장님을 찾아가 설득한 끝에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낼 수 있었다.
장애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안이라고 판단되면 발로 일일이 뛰며 챙겨야 한다. 이런 활동이 내 몫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하나의 법안이 발의되고 통과될 때까지 온갖 우여곡절을 겪지만, 일상에서 개선된 제도를 근거로 마련된 점자표기라도 접하면 감동과 함께 보람을 느낀다.

▲인터뷰가 진행된 한 시간 남짓, 김예지 의원은 한 순간도 머뭇거림 없이 지난 의정활동을 이야기했다. 인터뷰어 입장에서 명확하게 소신을 밝히는 인터뷰이를 만나면 더없이 반갑지만, 편집을 위한 공백도 필요한데 김예지 의원은 이조차도 허락하지 않아 난감하기도 했다. ⓒ 더인디고

문체위 활동, 후회는 없어장애당사자 의원들, 다양한 상임위에서 활동해야 부처 칸막이극복할 수 있어

디인디고 : 상임위를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로 정한 것은 후회 없나?

▚ 김 의원 : 후회 없다. 문체위에서도 개선해야 할 장애 관련 법안들이 많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관람 접근성, 문화재청의 장애인식제고, 관광 접근성도 있고… 물론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 활동도 하고 싶었다. 근데 복지위에는 이종성, 최혜영 의원 등이 활동하니까 불모인 문체위에서 활동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22대에서는 장애당사자 의원님들도 복지위뿐만 아니라 환경노동위원회 같이 장애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곳에서 활동해야 한다. 그래야 ‘부처 칸막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부처 칸막이’를 없애야 장애인예산의 총량도 늘릴 수 있지 않겠는가? 보건복지부의 장애정책예산에 얽매이는 순간 제도는 실효성을 잃는다. 예로 개인예산제에 활용할 예산은 결국 장애인활동지원예산이다. 장애인예산의 총량은 그대로 둔 채 기왕의 예산을 나누는 방식이다. 그래서 국무총리에게 장애인정책의 거버넌스를 언급했던 것이다. 대통령이 아니면 ‘부처 칸막이’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 국회가 새롭게 구성되면 장애계를 대변하는 장애당사자 의원들이 각 당에서 한 명씩이라도 배출되고, 활동도 각 상임위 별로 다양하게 활동했으면 좋겠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개인진정 사례 적극 발굴해야

더인디고 :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이다. 의원님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 김 의원 :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 촉구 결의안은 왜 그토록 중요한 사안이었는데 14년 동안 왜 아무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에서 비롯되었다. 국제적으로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고, 그 결과가 협약이지만 보장받지 못하는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이런 깨달음이 비준 촉구 결의안을 통해 실현되었고 비준까지 이어졌다. 이제 개인진정에 대한 사례를 발굴해 제도의 장애당사자 접근성을 높이는 과제가 남았다.

더인디고 : 대법원 판결까지 받아야 하는 절차상의 한계는 헌법소원 등을 통해서 개인진정 사례를 발굴할 수도 있을 듯하다.

김 의원 : 맞다. 사례를 발굴하고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를 이끌어내는 활동이 필요한데, 그 역할은 장애인단체들이 해야 한다. 한국장총, 장총련, 한국DPI 등 소위 우산조직들이 힘을 합쳐 나서야 한다. 요즘 보조금 얘기 많이들 하는데 이런 일에 보조금이 쓰여야 한다. 그래야만 개인진정제도나 방문조사제도 등이 우리나라에 장애인 권리구제제도로 안착되고 우리나라 법제도 개선도 이끌어낼 수 있다.

의정 활동 저평가? 조이와 김예지에 대한 주목이 장애이슈로 이어졌다

더인디고 : 의원님의 의정 활동 결과나 이슈들이 저평가되고 외형적인 면만 부각되는 듯하다.

▚ 김 의원 : 아니다. 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 투쟁 현장에서 무릎을 꿇었던 상황이 주류 언론들의 장애인정책에 대한 심층 취재로 이어졌다. ‘코이 이야기’나 ‘조이’로 인해 장애이슈가 묻힌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를 통해 김예지라는 한 사람의 국회의원 활동도 부각되고 당연히 김예지가 주장하는 장애이슈 또한 세간에 관심을 끌게 되는 효과는 분명하다. 재고(再考)라는 말을 좋아한다. 이미 있었던 내용의 문제점을 환기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통해 고쳐나가는 방식. 그러니까 무릎 꿇은 모습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그 진정성이 모멘텀으로 작용해 이슈의 방향성을 완전히 틀어버렸다고 생각한다.

디인디고 : 당시 의원님의 등장이 한동안 지하철 이동권 투쟁 현장의 안전판 역할을 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의원님의 활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는데 요즘은 어떤가?

▚ 김 의원 : 국회 부의장이신 정진석 의원께서는 페이스북에 “김 의원은 단연 오늘 대정부질문의 주인공이자 최고였다”며 “장애인 복지의 향상을 위해 더욱 분발하겠다”는 말씀을 남기셨다. 사적으로 만나 제가 국민의힘 지지율을 5% 올렸다고 격려해 주셨다. 그동안 장애이슈를 위해서도,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이미지 쇄신을 위한 역할을 해왔다. 그렇게라도 해서 장애이슈가 부각되고 우리 사회의 관심도를 높일 수만 있다면 욕을 먹어도 감사하다는 생각이다.

3년의 의정활동후회없지만 교육·고용 등 상임위 한계로 다루지 못한 분야 아쉬워

더인디고 : 지난 3년의 의정 활동을 돌이켜보신다면?

▚ 김 의원 : 후회 없다. 문체위 활동도 누구보다 예술 관련 현장을 잘 알고 있었기에 확신을 가지고 활동을 해왔다. 장애이슈뿐만 아니라 예술이나 체육 등 관련 분야도 함께 살펴왔다는 자부심도 있다. 의정활동 대부분이 문체위 활동이었을 만큼 3년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그런 만큼 후회는 없다. 다만, 소속된 상임위 활동의 한계로 인해 접근이 어려웠던 장애인 교육이나 고용 등 중요한 정책들은 꼭 다루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쉽다.

더인디고 : 이제 임기가 1년 남았다. 정치를 계속할 생각인가?

▚ 김 의원 : 임기는 11개월 정도 남았다. 남은 시간 동안 할 일도 태산이다. 발의해 통과된 법안들의 시행령 등 세부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시행령 만드는 과정에서 법안 발의 목적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 담길 수도 있어 꼼꼼히 들여다볼 작정이다. 또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장애인의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모법이 될 수 있는 장애인 관련 법안도 고민 중이다. 장애인권리보장법들이 발의됐지만 이를 보완하고 뒷받침할 만한 하위 법들의 개정 작업들도 해볼 계획이다. 그리고 지난 대정부 질문을 통해서 약속받았던 장애인학대특례법의 경우 법무부 소관 법안인 만큼 부처에서 관심을 가질 때 제정에 힘을 쏟아야 한다. 또한 장애인복지법상의 학대피해 장애인에 대한 사후 조치들과 지원 등을 담은 개정을 통해 장애인학대의 예방·처벌·지원으로 이어지는 법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더인디고 : 임기를 마친 후 향후 계획은?

▚ 김 의원 : 그냥 보통 사람, 피아노 연주자 김예지로 되돌아갈 작정이다. 물론 국회활동 경험이 도움이 된다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활동할 것이다. 또한 국제인권법이나 협약 관련한 공부를 좀 더 하고 싶다.

더인디고 : 장애 편향 매체를 표방하는 더인디고에 대한 독자평을 한다면?

▚ 김 의원 : 더인디고는 독특한 정체성이 있다. 일방적 비판만을 고집하거나 보도자료 중심으로 기사량을 채우지 않는다. 특히 칼럼이 좋다. 장애인 부모를 포함해 당사자분들이 일상에서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로 엮어내는 이야기들은 읽는 맛과 잔잔한 감동도 준다. 특히 안승준 선생님 칼럼은 장애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힘을 통해 장애인식개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잔잔하면서도 결코 잔잔할 수 없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것은 더인디고만의 역량이자 개성이다. 현재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언론으로 항상 곁에 있기를 바란다.

단 한 시간의 인터뷰 시간은 짧았다. 하지만 국회의원 김예지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모자람이 없다. 그 이유는 지난 3년 동안 국회 안에서 겪었던 수많은 이야기가 예의 그 빠르고 또박또박한 어투로 쉼없이 쏟아내는, 눌변이면서도 달변인 그의 말솜씨 때문이다. 내년 이맘때쯤 국회의원회관 601호실에는 김예지 의원도 조이도 없다. 하지만 그가 남긴 법안들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삶을 지탱하는 큰 힘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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