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길게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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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산이 보인다. ⓒ픽사베이
▲멀리 산이 보인다. ⓒ픽사베이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어느 피트니스 센터를 등록할 때 한 달 이용권은 20만 원이고 석 달 이용권은 50만 원, 6개월 이용권은 90만 원, 1년 이용권은 120만 원이라면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어떤 이는 한 달 정도 이용해 보고 다음 결재를 고민할 것이고 또 다른 사람은 평균 가격이 가장 저렴한 1년 권을 택할 것이다.

석 달권을 구매하는 사람도 6개월을 택하는 이도 각자의 의지와 상황에 맞게 최선의 선택을 고민하겠지만 만약 1년 동안 꾸준하게 이용할 것이라는 보장만 있다면 그 선택은 논란의 여지 없이 가장 긴 기간을 택하게 될 것이다.

오래전 어떤 선생님께 억울하게 꾸지람을 당한 적이 있다. 친구의 실수로 발생한 불편한 상황을 나의 의도된 잘못으로 오해한 선생님께서는 꽤 엄한 태도로 나를 혼내셨다. 듣기 불편할 정도로 좋지 않은 표현을 하시며 훈계하시는 선생님께 항변하고 싶기도 했지만 이를 악물고 꾹 참았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던 건 오해를 만든 그 친구에 대한 의리 때문이었다. “제가 그런 게 아닙니다.”라고 말하면 큰 어려움 없이 상황을 모면할 수는 있었겠지만 내 친구는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 될 것이 뻔했다. 함께 있으면서도 아무 소리 안 하는 친구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타이르고 또 타일렀다. 친구를 지키는 것과 불편한 상황을 벗어나는 것 중에 내게 더 중요한 것을 고르라고 하면 내겐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덕분에 난 조금 더 혼났지만, 친구는 지킬 수 있었다.

사는 동안 긴 시간 함께 해야 할 친구를 위해 그 정도 잠깐의 힘듦 정도는 감수해야만 했다. 내가 멋진 옷을 갖는 것보다 건강한 음식과 힘든 운동을 좋아하는 것도 어쩌면 그런 의미일지 모르겠다. 유행이 지나거나 낡게 되면 아무 쓸모 없는 것이 옷이지만 건강한 몸은 내가 살아있는 한 그 자체로 나이기 때문이다.

‘학교 상사에게 잘 보일 것인가? 같은 사무실 동료에게 마음을 쓸 것인가’의 선택에서도, ‘돈을 아낄 것인가? 사람의 마음을 살 것인가’의 갈림길에서도, ‘멈출 것인가? 더 걸어갈 것인가’의 고민 속에서도 난 길게 보았을 때 어떤 것이 좋은가에 대한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이성과 행동이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어서 나의 판단도 근시안을 따르는 경우가 적지 아니 있지만 적어도 내가 목표하는 삶은 길게 보는 것이다.

친구와 오늘이 마지막인 듯 죽도록 술 먹고 취해야 하는 상황도 물론 있겠지만 웬만하면 적당히 마시고 또 만나고 오래 보는 것이 좋다. 한 번에 과격하게 운동하는 것보다는 적당하게 꾸준히 운동하는 편이 낫다. 당장 보이는 학벌이나 장애 유무로 직원을 뽑는 것보다는 능력과 진실성을 보아야 한다. 순식간에 변해 버릴 외모보다는 쉽게 변하지 않는 본성을 보아야 한다. 눈에 보이는 돈이나 명예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훨씬 낫다.

큰 결정의 갈림길에 서 있다면 길게 보자. 그것이 제대로 보는 것이다. 지나가 버릴 짧은 고통이나 당장의 달콤함으로 긴 시간 함께 할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말자. 삶은 연간회원권보다도 훨씬 길다. 무조건 긴 것으로 결정하자!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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