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수영선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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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뼉 치는 모양 ⓒ언스플래쉬
▲손뼉 치는 모양 ⓒ언스플래쉬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짝짝짝! 세계선수권 수영대회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좋은 소식들이 들려온다. 메달을 따기도 하고, 전보다 나은 기록을 세우기도 하고 더 나은 등위에 오르기도 했나 보다. 신기하면서도 반가운 것은 금메달을 딴 선수가 없는데도 기사의 논조가 칭찬의 릴레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오래전 일이지만 박태환 선수가 같은 대회에 출전했을 때 금메달을 놓치면 모든 방송사가 침울한 목소리로 서둘러 중계를 마치던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황선우 선수는 금메달은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연속대회 메달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성과를 인정해 주었다. 함께 출전한 선수에게도 대한민국 최초의 결선 무대 2명 동시 진출이라는 의미를 담아 칭찬을 보냈다. 순위가 높지는 않지만, 한국 기록을 세운 선수에게도 오랫동안 꾸준한 성적으로 세계무대에서 물살을 가르는 선수에게도 각각의 의미를 담아 한국 수영의 동반성장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었다. 은메달을 획득한 선수에게마저 ‘금메달 획득 실패!’라는 헤드라인을 붙여줄 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시안게임과 다음 올림픽에서의 성장이 기대된다는 기사들이 즐비한 가운데 난 선수들을 바라보는 기자들과 우리의 시선이 건강해지고 있음에 더 큰 가능성을 느낀다. 1등을 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 없겠지만 1등만이 성공이라면 출전한 대부분의 선수는 실패자가 된다. 2등을 한 선수도 3등을 한 선수도 결선에 진출한 선수도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노력한 만큼의 값진 성과를 거두었다.

시상대 꼭대기를 목표로 했던 선수가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둘 수도 있었겠지만, 그 또한 그에겐 의미 있는 경험이 되었음이 틀림없다. 출전하기 전부터 예선 탈락이 예상된 선수도 있었겠지만, 그의 도전에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성적이 나아지면 나아진 대로 등위가 하락하면 하락한 대로 각각의 선수가 만들어 간 스토리가 제각기 의미가 있을 때 비로소 세계 수영 선수권대회가 존재한다.

1등만이 의미 있다면 애초부터 8개의 레인이 있을 필요는 없다. 서로 다른 방법으로 훈련하고 서로 다른 수영복 입은 모든 선수의 도전은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 동네 작은 풀장에서 노는 아이들의 수영도 개울가 꼬마들의 헤엄도 해수욕장 어딘가에서 튜브 탄 아이의 물장구마저도 각자의 수영에는 그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기에 그 모습 그대로를 품어낼 수영장도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각자의 장소에서 제각기 모양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삶도 그 성취와 관련 없이 충분히 의미 있다. 대단히 큰돈을 버는 사람이나 새로운 기술을 발견한 사람들의 삶도 그렇지만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시간도 그렇다.

이번 대회를 멋지게 마무리한 대한민국의 수영선수들에게 보내주었던 박수처럼 우리 각자의 다른 삶에도 그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서로 박수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도 아들딸 걱정하시며 늦은 밤까지 일하시는 우리 어머니에게 박수를 보낸다. 장애를 장애라 여기지 않을 만큼 나를 사랑해 주는 내 아내에게 박수를 보낸다. 다소 불편한 부분이 있더라도 누구보다 가치 있는 삶을 만들어 가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아주 부족하고 철없는 내 곁을 지켜주는 모든 친구에게 박수를 보낸다.

오늘을 또 살아낸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금메달이 아니더라도 1등이 아니더라도 활짝 웃을 수 있는 당신에게 박수를 보낸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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