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의 차별 속으로] 혐오 증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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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사람이 밧줄에 묶여 있고 신상이 적혀있는 명찰이 목에 걸려있다. ©김소하 작가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사람이 밧줄에 묶여 있고 신상이 적혀있는 명찰이 목에 걸려있다. ©김소하 작가

[더인디고=이민호 집필위원]

이민호 집필위원
▲이민호 더인디고 집필위원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고 있었다. 발달장애인 한 분이 객차 사이 문 앞에 서서 반복적인 말과 행동을 하고 있었다.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관련 행사나 기관에서 간혹 뵈었던 분이다. 출퇴근 시에도 자주 마주쳤던 분이라 낯이 익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분들과 함께 일하고 다양한 곳에서 자주 만났기에 나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분의 말과 행동이 어느 정도 불편함을 줄 수는 있지만, 누군가를 고의로 해하기 위한 행위가 아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승객들의 행동과 시선에서 날 선 경계심이 느껴졌다. 힐끔힐끔 쳐다보았으며, 다른 칸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누군가는 혀를 끌끌 찼다. 그러한 반응의 출발점이 단순한 소음 때문인지 낯섦과 혐오 때문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지만, 그분이 이 칸에서 사라지길 바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한 경계심이 최근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흉기 난동 사건과 화학적으로 결합한다면 발달장애인을 범죄자로 특정할 위험이 커질 것이다. 최근 경찰이 강력 범죄 예방을 이유로 전국주요 도심에 특공대와 장갑차를 배치하고,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을 과잉 진압했다. 더 큰 문제는 구체적 정황 없이 의심만으로 범죄자 취급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5일 토요일 저녁 10시 “○○도 ○○시 ○○동 ○○천에서 검정 후드티 입은 남성이 칼을 들고 뛰어다닌다.”는 112신고가 접수되었고, 경찰은 즉시 인근 지구대 전 직원을 동원해 CCTV 등을 토대로 해당 남성을 추적했다. 추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천에서 검정 후드티를 입고 이어폰을 끼고 달리는 중학생 A씨를 붙잡았다. 하지만 A씨는 흉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운동을 위해 달렸을 뿐이다.

당시 A씨는 하천가 인근 공원에서 축구하는 아이들을 구경하다 다시 뛰기 위해 움직였다. 이때 이것을 수상하게 여긴 아이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사복 차림의 형사들이 A군을 갑작스레 잡으려 하자 겁이 나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A씨가 바닥에 넘어지며 머리, 등, 팔, 다리에 심한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단순히 산책하는 중학생에게 이러한 과잉 진압을 행사했다면, 특정한 행동이나 말을 반복하는 발달장애인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미 2년 전 발달장애인에 대해 과잉 진압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2021년 5월 11일 화요일 ○○도 ○○도에 사는 발달장애인 B씨가 자기 집 앞에서 혼잣말하던 중,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외출한 가족들을 기다리며 혼잣말했을 뿐인데, 길을 가던 사람이 ‘외국인 남성이 자신을 위협한다’며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신고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B씨에게 혐의사실과 인적 사항에 관해 물었으나, 언어소통이 어려워 대답하는 것에 어려움이 발생했다. 경찰은 B씨가 협조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하려 한다며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때 경찰이 B씨에게 뒷수갑을 채우고 경찰차에 짐짝처럼 밀어 넣었다고 한다. 파출소에 도착한 뒤에도 경찰이 강압적인 태도를 보여 B씨는 펄쩍 뛰고 귀를 막고 소리를 질렀지만, 뒷수갑은 여전히 풀어주지 않았다. 발달장애인을 일상에서 자주 만나고 이해의 폭이 넓었다면 이러한 일이 발생할 확률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병 이름에 지리, 문화, 사람, 동물, 음식, 문화, 인구, 산업, 직군이 들어가면 특정 대상 혐오를 조장할 수도 있어서 ㅇㅇ폐렴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 New Coronavirus, 2019-nCoV)라고 공식 명명했다.

최근 흉기 난동 사건 가해자에 대한 질환명, 치료 이력 등이 언론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그로 인해 정신장애인과 발달장애인에 대한 전방위적 편견을 조장할 것 같아서 걱정이다.

2020년 경찰통계연보에 의하면 정신장애 범죄율은 0.6%, 강력범죄율도 2%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비장애인 범죄율에 비하면 아주 미미하다. 그런데 언론에서 정신장애 등에 관한 정보를 기사에 명시해버리면 객관적 지표가 거대한 혐오와 차별이라는 파도를 막는 방파제가 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장애와 질환에 대한 명시는 숙고하고 숙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나라와 지역명이 명시된 후로 특정 국민과 민족에 대한 혐오가 증폭된 것을 목격했다.

특정 범죄 행위에 장애를 명시했을 때 같은 효과가 일어나지 않을까?

[더인디고 THE INDIGO]

대구 지역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권익옹호 팀장으로 활동하는 장애인 당사자입니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장애 인권 이슈를 ‘더인디고’를 통해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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