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다양성의 가치창조에 기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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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람들 ⓒ픽사베이
▲다양한 사람들 ⓒ픽사베이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오늘 먹은 자장면이 맛있는 이유는 어제 먹은 쌀밥이 있기 때문이다. 매일 같은 음식만 먹어도 매번 맛있고 행복한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이라 하더라도 또 다른 맛난 음식이 있는 것에 비해서는 그 만족이 덜 할 것이 분명하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날엔 어묵탕 한 그릇을 먹을 수 있고 타는 듯 더운 여름엔 시원한 냉면을 먹을 수 있어서 사계절은 더 매력적이다. 바닷가엔 신선한 회가 있고 깊은 산장엔 향기로운 나물이 있어 여행은 더욱 즐거워진다.

같은 닭고기라도 때에 따라 튀겨 먹고, 볶아 먹고 삶아 먹고 구워 먹을 수 있어서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시간 더욱 풍요로운 식사를 할 수 있다. 삼겹살을 먹을 때 소주 한 잔 곁들이는 것도 햄버거에 콜라가 세트인 것도 하나일 때보다는 공존하는 어울림이 존재할 때 음식의 풍미를 높일 수 있다는 보이지 않는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다양성의 가치이다.

옷장에 담겨 있는 옷도 나와 맺어진 관계들도 그 다양함의 크기는 삶의 궤적과 풍요로움의 가치를 넓혀준다. 수영복이나 구명조끼가 있다면 육지 아닌 물속도 들어갈 수 있고 방탄조끼나 낙하산이 있다면 좀 더 많은 상황에서 안전함을 보장받을 수 있다. 우리의 관계 속에 과학자도 있고 의사도 있고 아이돌 가수도 있기에 삶은 좀 더 편안하고 안전하고 즐거운 쪽으로 방향성을 갖는다.

새로운 음식, 새로운 패션, 새로운 직종들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것은 인간의 발전은 다양성의 추구에 있고 다양성의 확대는 인간 삶을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그간의 역사가 증명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앉을 때나 설 때나 누울 때나 편안하기를 원하고 더울 때나 추울 때나 높은 곳에서든 낮은 곳에서든 쾌적하길 원한다. 깨어 있을 때나 잠이 들었을 때나 건강하길 바라고 어디에 있더라도 즐겁기를 바란다.그것은 나와 다른 다양한 다름의 존재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동물들의 움직임에서 체조를 만들고 무기를 개발하기도 하지만 매일 만나는 수많은 사람의 모습에서 내가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찾기도 한다.

난 세상의 다양성에 기여하고 싶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 살아가는 내 삶은 대다수의 다른 이와는 다른 독특함이라는 면에서 이미 다양성 가치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 난 눈을 뜨지 않아도 주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어두운 곳에서 책을 읽는 여러 가지 방법을 알고 있다. 눈을 사용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놀이를 만들 수 있고 시력 없이 전문성을 기르는 방법도 알고 있다.

많은 이들은 내게 눈이 불편한 장애인이라 부르지만, 난 인간이 더욱 다양한 상황에서 삶을 살아낼 수 있도록 다양성 연구에 참여하는 중이다. 내가 행복해진다는 것은 사람들이 더욱 다양한 상태에서 행복해질 가능성을 찾는 것이고 내가 편안해지는 것은 다른 이들의 불편함의 가능성을 줄이는 일이다.

“자장면은 쌀밥보다는 좋은 음식이 아니야”라는 말처럼 어리석은 말은 없다. “양복은 운동복에 비하면 아주 좋은 옷이지”도 그렇다. 내 삶은 특별히 다른 이의 삶에 비해 훌륭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의미 없지도 않다. 난 내가 가진 조금 다른 상황으로 인간에게 더욱 많은 다양성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데 기여하고 싶다.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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