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예술극장’, 접근성 실현한 모두의 ‘문화 향유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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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예술극장’, 접근성 실현한 모두의 ‘문화 향유 공간’
▲서울 충정로 구세군빌딩 2층에 마련된 국내 첫 장애예술 표준 공연장 '모두예술극장' 전경 ⓒ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 장애예술의 새로운 터, ‘모두예술공간’…접근성 완비
  • 장여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가 누리는 문화 향유 공간
  • 공연 예술에 대한 장애시민들의 거리감 한층 가까워져
  • ‘음성해설’ 등 열린 공간으로의 발전적 고민도 엿보여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29일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사장 김형희, 이하 장문원)이 개최한 ‘모두예술극장 개관 기념 장애예술인·단체 초청행사’에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가 있는 시민들의 방문으로 꽤 북적였다. 이는 ‘모두예술극장’이 국내 첫 장애예술 표준 공연장을 표방하고 장애예술은 물론 장애가 있는 관람객들의 이동편의를 강조해 재설계한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2층에 위치한 공연장 내부. 1층과 2층 합쳐 250석 규모이며 맨 앞쪽이 휠체어를 사용하는 관람객들의 자리다. ⓒ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지난 10월 24일 정식 개관한 ‘모두예술극장(이하 극장)’은 장애예술인은 물론 장애가 있는 관람객들의 이동편의를 강조했다. 공연장은 무대와 관람석의 위치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블랙박스형인 만큼 공연 규모에 따라 무대와 관람석의 비율을 분배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충정로의 구세군빌딩 아트홀을 개조한 극장은 250석 규모의 공연장과 두 개의 연습실은 휠체어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문턱을 없앴고 계단 대신에 얕은 경사통로로 어어져 있었다. 높이가 낮은 매표소, 안내데스크, 장애인화장실이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이동 동선에 따라 설치되어 있었으며, 특히 눈에 띄는 편의시설은 벽면 곳곳에 설치된 핸드레일이 극장 전체 약 300m에 달한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장문원의 전 직원들이 무대에 올라 향후 장애예술 발전을 위한 노력할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 더인디고
▲김형희 장문원 이사장 ⓒ 더인디고

장문원의 김형희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모두예술극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의미가 있다”며, 향후 장애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그에 적합한 장문원의 역할 및 과제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어 장문원은 모든 직원들이 무대에 올라 앞으로도 장애예술의 가능성과 발전을 위한 노력을 정진해 나갈 것임을 다짐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국민의힘 김예지 국회의원은 국회 활동을 통해 장애예술 발전과 장애예술인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던 지난했던 여정을 돌이키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모두예술극장’의 개관이 정치인이 아닌 장애가 있는 공연 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회가 남달랐던 듯했다.

▲국민의힘 김예지과 안내견 조이. 조이는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무대음향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국회의원 ⓒ 더인디고

이후 펼쳐진 축하공연은 장애예술인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이제야 예술적 끼와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장소에서 펼쳐진 장엄한 환대였다. 시각장애가 있는 마림비스트 전경호의 소리는 새벽이슬처럼 영롱했고, 청각장애가 있는 와이즈발레단의 춤은 무대 바닥의 울림을 따라 펼쳐지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몸짓이었다.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모인 9인의 성악가들로 이뤄진 성펠리체앙상블이 빚어내는 하모니로 공연장이 가득 찬 순간은 ‘모두예술극장’의 존재 의미를 새삼 일깨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고민은 있어 보인다. 극장 내부 벽면에 부착된 공연장 시설 위치 안내판에는 꼼꼼하게 압인된 점자들은 인상적이었으나 촉지도가 아니어서 시각장애가 있는 관람객들은 시설 이름만 확인이 가능했고, 안내판의 위치를 알리는 점자블록도 설치되지 않았다. 또한 공연장 내 계단형으로 이뤄진 관람석 맨 앞줄에 배정된 휠체어석은 다른 관람객들과 분리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또한 휠체어를 사용하는 관람객이 비장애인 관람객과 동반할 경우 공연을 함께 즐기에는 쉽지 않아보였고, 휠체어가 아닌 목발 등 다른 이동보조기기를 사용하는 관람객은 단차가 높은 관람석 계단을 버겁게 올라야 하는 위험성도 엿보였다.

무엇보다, 몸짓 예술인 무용이나 발달 등의 공연을 시각장애가 있는 관람객들은 아예 즐길 수 없다는 점이다. 음성해설(시각적 이미지를 언어적 표현으로 제공하는 편의)을 통해 무대의 형태나 조명의 색깔, 예술가들의 표정과 제스처를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점 등 문화향유자로서의 장애가 있는 관람객들의 접근성 개선은 향후 ‘모두예술극장’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연 내내 김 의원의 안내견 조이가 큰 무대음향으로 고통을 겪었는데 공연시간 동안 안내견을 맡길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할 듯하다. ‘모두’라는 극장의 이름에 ‘ㅁ’이 그동안 장애예술인들이 사각지대에서 힘들게 예술활동을 해왔다는 닫힌 구조를 의미하고, ‘ㄷ’은 이들이 열린 공간에서 활동하게 됐다는 뜻이라면 그 열린 공간 안에는 문화를 즐기는 향유의 권리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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