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 달라” 장애인부모들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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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에 대해 보건복지부 규탄 및 지원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더인디고
  • 장애인부모연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국가책임제 이행 촉구
  • “코로나19 등 최소한 긴급 상황에서만이라도 제대로 된 돌봄서비스를 해달라”
  •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실현을 위한 9개 입법과제와 19개 정책 요구안 제시

선물

아들아
너라는 선물이 내게 왔을 때
엄마는 비명을 지를 뻔 했단다.
너무 기뻐서 말이야
너는 아들로 나는 엄마로
마음껏 행복했지.

안타까움이 왜 없었겠어
어디서 잘못된 거지?
내가 뭘 잘못했지?
허공으로 날아간 물음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어

그때 난 알았지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어
난 그냥 선물을 받은 것뿐
너라는 최고의 선물을

아들아.
엄마는 이 아름다운 인생길을 너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단다.
사랑해 ○○아.

스물다섯 살 발달장애인 아들과 함께 세상을 떠난 엄마의 ‘선물’이라는 시가 울려 퍼지자 10일 청와대 앞 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는 울음이 터졌다. 올해 예순이 된 엄마는 코로나19로 돌봄 사업들이 중단, 축소된 가운데 지난 3일 발달장애인 아들과 함께 차량 안에서 죽음을 선택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의 행렬이 끊이질 않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와 회원들은 청와대 앞에 모여 고인들에 대한 추모 묵념에 이어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에 대해 헌화하고 있다
▲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에 대해 헌화하고 있다. 사진=더인디고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은 “지난 3월 코로나19 지역 확산 등에 따라 복지관 등 관련 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성명서를 발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주에서, 그리고 광주에서 가중된 돌봄을 이기지 못해 죽음을 택하는 참극이 벌어지고 있다.”며 “반복적으로 발생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은 코로나 재난에 의한 천재(天災)가 아닌 정부 방치로 인한 인재(人災)이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는 언제까지 장애인과 그 가족을 저 세상으로 보낼 것인지, 우리가 그렇게 요구한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언제 제대로 시행할 것인지 답이 없다.”며 “최소한 낮 시간만이라도, 아니 재난 등 위험에 처했을 때 긴급 돌봄이라도 지원해 달라.”고 촉구했다.

최수정 부모연대 광주지부 부회장은 아들과 함께 죽음을 선택한 엄마를 추모하며 “청와대 앞에서 집회할 때가 제일 기운이 난다는 언니! 우리 모두가 그토록 바라던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의지하고, 기다리며 함께 했던 시간들이 사무치게 그리워. 언니, 우리 아이들이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세상 우리가 만들께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김유선 부모연대 광주지부 회장도 “내 남편도 자식의 장애를 모르는데 나라님이 얼마나 알겠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가슴이 찢겨 나가야 이해하겠는가?”라고 오열했다. 이어 먼저 떠난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학교에 가면 학교에서 문제, 졸업하면 사회에서 문제, 1년 365일 60평생 살아가며 하루도 많음 편한 날이 없었다. 오죽하면 자식을 정신병원으로 끌고 다니고, 오죽하면 남편과 이혼까지 하며, 자식과 애달픈 길을 택하겠는가.” 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죽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여기 왔다.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위해 더 단단히 뭉쳐 국가가 끝까지 책임질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김종옥 서울지부장은 뉴스를 들은 직후의 충격과 슬픔을 말하며 “왜 아이를 죽였냐고요? 사람들은 왜 자기 의지도 없는 아이를 죽였냐고 묻는다. 왜 우리가 아이와 같이 죽어야 합니까? 그러지 않으면 안 되니까… 나의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이 아이에게 평생 남겨지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뉴스가 나온 그 날 우리 모두는 자기 자식의 눈망울을 쳐다본 사람이 없습니다.”고 부모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어 부모연대는 미리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발달장애인 정책, 즉 낮 시간 돌봄을 필요로 하는 발달장애인은 약 8만여 명임에 반해, 정부 편성 예산에는 단 4,000명에게만 주간활동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또 전체 특수교육대상자 중 발달장애 학생 약 5만여 명임에 반해, 2020년 방과 후 활동지원 예산은 7,000명에 불과함에도 100억을 삭감하겠다는 것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더인디고

이들은 정부와 정치권에서 발달장애인의 인간다운 삶 보장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주간활동서비스지원법 제정’ 등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실현을 위한 9개 입법과제와, ▲복지서비스확대 ▲노동권보장 ▲교육권보장 ▲주거권보장 ▲문화체육관광향유권보장 등 5개 분야 19개 정책요구안을 제시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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