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권선언일에 발달장애가 있는 시민들, ‘명동성당’ 찾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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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권선언일에 발달장애가 있는 이들이 명동성당을 찾은 이유는?
▲지난 12월 10일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등은 명동성당을 찾아 이기수 신부의 장애혐오발언을 규탄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세계인권선언 75주년이었다. ⓒ 피플퍼스트서울센터
  •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명동성당 찾아 이기수 신부 발언 규탄
  • 박경인 활동가, “시설에 간 아이가 정말 행복해 보이시나요?”
  • 유엔, 세계는 지금 차별과 혐오 만연…‘인권’, 새삼 고민할 때
  • 장애계, 수용시설 운영 종교계, ‘탈시설’…’명분과 인권’, 딜레마될 것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지능이 낮은 장애인은 시설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할 때 마음은 어떠세요? ‘그럴 수밖에 없어.’ ‘현실이 그래.’ 그런 말이 정말로 부모님들에게 위로가 되나요? 시설에 간 아이가 정말 행복해 보이시나요? 시설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정말로 잘 아시나요?”

▲발달장애 당사자 활동가인 박경인 씨가 발언하고 있다. ⓒ 피플퍼스트서울센터

지난 12월 10일 발달장애가 있는 이들과 활동가들은 명동성당 앞에 모였다. 이들은 발달장애가 있는 시민들을 동물로 비유한 이기수 신부(한국천주교교회 사회복지위원회 소속)의 발언을 규탄하기 위해 명동성당의 웅장하고 거대한 건축물 앞에 작고 옹색한 현수막을 펼쳤다.

지난 6일 비마이너의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기수 신부의 발언은 충격적이었다. 지난 10월 26일 한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이 신부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탈시설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시설에 수용된 발달장애가 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비인간동물의 지능과 발달장애가 있는 시민들의 지능을 비교하는 표를 만들어 스크린에 띄우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 신부가 작성해 스크린에 띄운 표에는 앵무새와 까마귀는 지적장애 1급, 호랑이과 고양이는 지적장애 2급에 해당한다는 식으로 구분되어 있었으며, 특히 강아지 지능부터는 장애인 보호작업장 근무가 가능하며 코끼리 지능부터 자립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발달장애가 있는 시민들의 자립여부를 동물에 비유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명동성당 앞에 모인 이들 중에 미혼모 시설에 태어나 23살이 되어서야 시설을 나와 자립했다는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 박경인 씨도 있었다. 이 신부의 발언을 전해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는 박 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시민들과 지능이 비교된 “앵무새도 자연에서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산다”면서 “시설에 간 사람들이 정말 행복해 보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박 씨는 “장애가 있든 없든, 부자든 가난하든, 누구나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며 “부모님들에게만 버거운 짐을 지운, 시설이 아니면 선택할 곳이 없게 만든 이 세상에 저랑 같이 사과를 받아내자”고 제안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박 씨에게 올해는 여러모로 힘겨워 보였다. 발달장애인자립지원센터인 피플퍼스트서울센터에서 발달장애 동료지원가로 3년 동안 일해왔던 박 씨는 내년에는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 고용노동부는 집행 부진과 유사 중복 사업 등을 이유로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사업(동료지원가 사업)’ 예산 23억 원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영희 대표와 박경인 활동가가 천주교 정순택 대주교 면담 요청서를 명동성당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 피플퍼스트서울센터

공교롭게도 이날은 75주년을 맞이한 세계인권선언일이었다. 유엔은 지난 9일 75회를 맞은 세계인권선언일을 기해 “오늘날 세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볼 수 없던 불평등, 차별과 혐오 발언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인권을 바탕으로 미래 비전을 함께 만들고, 교훈을 얻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주교의 ‘탈시설’에 대한 적대적 반응에 대해 장애계 한 관계자는 “이기수 신부의 장애혐오 발언이 천주교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다”면서도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운영하는 장애인 관련 시설만 해도 36개나 되고 전국적으로 따지면 그 수는 꽤 많을 것이다. 복지시설 운영자로서의 천주교 입장에서 ‘장애인 탈시설’은 사업의 방해요인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단 천주교 뿐만 아니라 수용중심의 복지시설 운영을 통해 ‘사랑’과 ‘자비’를 보여줘 왔던 모든 종교들의 딜레마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 신부의 발언에 대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 등 장애인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이 신부의 발언을 강력히 규탄했다. 장애인거주시설을 운영하는 시설장인 이 신부가 탈시설을 반대 논리로 발달장애가 있는 시민들을을 사회 부적격자로 낙인화 했다는 것. 한국장총 역시 사람의 지능을 동물과 비교해 자립가능 여부를 주장하는 행위는 명백한 혐오와 차별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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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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