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61] ① 이은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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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차 화요집회에서 이은무 부모연대 서울지부 동작지회 회원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제61차 화요집회에서 이은무 부모연대 서울지부 동작지회 회원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에게 부족한 사랑을 준 엄마로 아쉬움과 후회로 나 자신을 자책하고 쓰러지나 언제나 다시 또 하나님의 한없는 사랑에 덧입어 우뚝 일어섭니다. 이 이야기를 풀어 보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둘째 아들을 낳았을 때 주위에서 진짜 남자답게 선이 굵게 잘 생겼다는 말을 유독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둘째가 18개월 때 남편을 따라 전 가족이 프랑스로 주재 근무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2년 정도가 지난 시간에 주재원 가족 모임에서 남편의 동료가 아이가 눈을 잘 맞추지 못한다고 하길래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한국에 들어올 기회가 생겨 고대구로병원에 갔습니다.

자폐성 장애일지 모른다는 의사의 판정에 하늘이 무너지고 인생 최대의 두려움에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귀국 후 저는 아이를 데리고 여기저기 치료에 좋다는 곳은 다 돌아다녔고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날 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녔습니다.

그렇게 하기를 어느덧 32년을 함께 동고동락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힘들고 두려운 것은 아들의 타해 행동을 포함한 도전 행동을 보일 때입니다. 일단 짜증이 나면 조절이 안 되고 대응하려면 커다란 에너지가 소비되고 대처하는 게 정말로 버겁습니다. 우리 아들이 세상에 태어나서 소중함과 존중을 받지 못하고 혼돈 가운데 아빠 엄마 손잡고 위태로이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애가 타고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을 느끼곤 합니다.

지금은 도전 행동 때문에 ‘챌린지2 프로그램’에 다니고 있지만 너무 감각과 환경에 예민한 아들은 코로나를 지나며 더욱 집 밖의 활동을 버거워합니다. 활동보조인조차도 도전 행동으로 인해 올스톱된 상태이고 나와 남편은 매일 매일 아들과 동행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신기할 정도로 나에게는 꺾이지 않는 소망이 있습니다. 아직도 원인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자폐증이라는 병에도, 도전 행동에도, 아들의 진짜 마음을 말과 소통으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추정과 추측으로만 파악해야 하는 안개와 같은 답답함에도, 아들과 우리 가족의 삶과 권리는 인간으로서 존엄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길가에 밝힌 백합 송이 같은 형상이지만 우리 가족은 아들을 통하여 한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게 얼마나 고귀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의외로 냉랭하고 냉소적인 우리 사회와 맞서서 싸우고 있지만 의외로 정의는 우리 편이며 또한 우리를 지지하는 많은 이웃이 있다는 것을 오늘도 잊지 않고 잊지 말고 전진합시다.

동지 여러분, 외칩시다.

“차별을 넘어 발달 장애인에게도 완전한 통합사회 구축하라”
“최중증 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하라”

-2023년 12월 12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61회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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