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76] ② 정미나 씨

0
39
▲정미나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 회원이 4월 2일 열린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미나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 회원이 4월 2일 열린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에서 활동하면서 활동지원사업 업무를 담당하는 정미나입니다. 저는 활동지원사업을 운영하면서 느꼈던 일들을 공유해보자 합니다. 활동지원사업은 당사자가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활동지원사를 연계하고 관리하는 일입니다.

발달장애인은 지원되는 활동지원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하루는 24시간이지만 활동지원사의 하루 근무 시간은 대부분 3~8시간 정도입니다. 8시간이면 많은 편에 속합니다. 이 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 발달장애인이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있을까요?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고 약을 먹고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스스로 전부 가능해 보이는 당사자들도 있지만 보고 있는 그 순간에 가능해 보일 뿐입니다. 한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당사자가 움직이고 있는 내내 누군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활동지원사가 퇴근하고 돌아간 나머지 시간은 남아있는 가족의 몫입니다.

활동지원사가 있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입니다. 도전 행동이나 자해 행동이 있는 당사자의 경우 활동지원사 연계가 쉽지 않습니다. 도전 행동이 있는 당사자나 없는 당사자나 활동지원사 단가가 동일합니다. 활동지원사는 이왕이면 도전 행동이 없는 당사자를 찾습니다. 도전 행동이 강한 당사자를 연계했을 때 일입니다. 이 당사자의 어머니는 여러 기관을 돌아다니며 활동지원사를 찾다가 우리 기관까지 연락을 주셨습니다. 어머니께서 하루에 한 시간만이라도 숨 쉬고 싶다며 활동지원사가 꼭 필요하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우리 활동지원사업팀은 적합한 활동지원사를 찾아 연계해 드렸습니다. 하지만 이틀 후 활동지원사가 너무 힘들어서 못 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너무 죄송한 마음에 어머니께 연락을 드렸더니 허탈하게 웃으시더라고요. “이제까지 수많은 활동지원사와 계약했는데 두 달이 넘었던 적이 없었다”며 “평생 이렇게 살아야죠. 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허탈한 웃음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어머니는 많은 걸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하루 한 시간 숨 쉴 시간이 필요하셨을 뿐입니다. 활동지원사업은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수많은 지원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마저 여의찮습니다. 시간은 부족하고 사람은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중 절반 이상이 자녀를 지원해야 하므로 경제 활동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경제 활동을 해야 하는 평일 낮 시간대에 발달장애인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발달장애인 돌봄은 부모들에게 책임이 전적으로 전가돼 있으며 이로 인한 발달장애인 가족의 참사가 매년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대구에서 아버지가 장애인 아들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들은 지적장애인이었으며 2014년 뇌출혈 발생 후 뇌병변장애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 아버지가 아들을 전적으로 간호를 하던 상황에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발달장애인 특성상 전 생애주기에 걸쳐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활동지원사업뿐 아니라 이외 제도에도 체계적인 지원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모든 부담을 온전히 가족이 감당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지원체계가 구축되었다면 이 아버지는 이러한 선택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주 평범한 소망입니다. 발달장애인들이 잘 먹고 잘사는 것, 발달장애인의 가족들이 하루하루를 편안히 숨 쉬면서 사는 것. 평범하지만 아주 멀게만 느껴지는 소망이 아닐까 싶습니다. 발달장애인들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정부의 정책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모든 정책을 만들어내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같이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더인디고 THE INDIGO]

-2024년 4월 2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76회차 중에서–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thevom@naver.com'
더인디고는 80대 20이 서로 포용하며 보듬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인터넷 저널입니다. 20%의 사회적 소수자의 삶을 쪽빛 바닷속 살피듯 들여다보며 80%의 다수가 편견과 차별 없이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할 수  있게 편견의 잣대를 줄여나가겠습니다.
승인
알림
66300b38a6e85@example.com'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