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잘되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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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서도 해가 뜬다. ⓒ픽사베이
▲안개 속에서도 해가 뜬다. ⓒ픽사베이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올해 담임을 맡았던 학생들이 고3 진학을 앞두고 여러 가지 고민을 하는 것 같다. 오래전 내가 그랬듯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의 불안함이 아이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든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것이고 바라는 대로 결과가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누구에게도 없다는 것을 알기에 공부를 잘하는 녀석도 꾸준하고 성실한 녀석도 떨리고 불안한 마음을 깨끗이 지우기는 힘들다.

세상일이라는 게 다 그렇지만 나만 열심히 한다고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내 성적이 드라마틱하게 상승한다고 해도 다른 학생들은 그보다 더 좋은 시험 결과를 마주할 수 있다. 수능점수 만점을 맞고도 불합격할 수 있는 입시제도에서 떨리고 두려운 감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막연하고 지나친 불안감은 누구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 적당한 긴장감이라면 모르겠으나 집중할 수 없을 정도의 떨림이나 괜스레 위축될 정도의 자신 없음이라면 컨디션에도 성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리 없다.

대학 입학의 여부나 어느 학교를 졸업했느냐가 지금을 사는 청년들의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입시 결과가 원하지 않는 쪽으로 된다고 해서 우리의 인생이 최종 패배로 결론 나지는 않는다.

우리는 또 한 번 혹은 그 이상의 도전을 선택할 수 있고 바라던 곳이 아닌 다른 대학을 택하거나 대학 진학이 아닌 다른 진로를 택한다 하더라도 또 다른 모양의 성취와 성공을 마주할 수 있다. 다만 그런 것들은 원래부터 내가 바라던 모양은 아니기에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거나 보이지 않을 뿐이다. 대학도 다녀보고 직장도 얻어보고 고등학생들보다 조금 더 살아보니 그렇다.

살다 보면 늘 선택과 결과 앞에서 노력하고 바라고 떨리고 두려운 일의 연속이지만 그때마다 나의 노력만으로 원하는 결과를 확신할 수 있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하기도 하고 경쟁자의 상태에 따라 내 결과가 뒤바뀌기도 한다. 환경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급작스럽게 변한 나의 몸 상태가 발목을 잡기도 한다.

다만 다행인 것은 내 삶이 끝나지 않는 이상 나에겐 늘 다음 페이지가 존재했고 그것이 꼭 가려던 방향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가고 싶었던 대학에 가지 못했지만 난 내가 입학한 대학에서 원하는 공부를 했고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 처음 가고 싶었던 직장과는 빠른 작별을 했지만 난 지금 나의 일에 대체로 만족한다. 첫사랑을 끝 사랑으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난 내 인생 최고의 사랑인 아내와 살고 있다.

심지어 난 내 시력을 되찾는 일을 아직 해내지 못했지만, 지금의 내 삶이 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때에 비해 불행하거나 못났다고 여기지 않는다. 선택의 앞에서 내 노력의 크기는 당연히 결과에 영향을 주겠지만 그 결과가 어찌 되든 그다음의 내 삶은 다른 페이지를 향할 뿐 끝나거나 반드시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에서 물건 팔던 어느 아저씨가 물건을 한 개도 팔지 못했던 어느 칸에서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다. “난 한 개도 팔지 못했지만 제 걱정은 마셔요. 제겐 아직 아홉 번의 다음 칸이 남아있거든요.” 그 아저씨에겐 아홉 칸이라는 또 다른 기회가 있지만 우리에게 남아있는 선택은 그보다 수천수만 배는 더 많다.

난 오늘도 여러 바람과 계획들이 주는 떨림과 두려움을 마주하고 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 하지만 그것은 어떤 것도 100%를 보장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다만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최선이고 어떤 모양이든 내겐 또 다른 다음이 존재함을 믿으려 한다. 있지 않을지도 모르는 불안한 미래 때문에 현재 나의 시간을 쓸데없는 두려움으로 채우지 않는 것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바로 그것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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