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적용 제외’에 장애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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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최저임금법의 규정으로 인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박관찬 기자
장애인은 최저임금법의 규정으로 인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박관찬 기자
  • 녹색정의당에서도 최저임금법 해당 조항 폐지를 공약으로
  •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면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 장애를 이유로 고용상 차별 없어야 할 것

[더인디고 = 박관찬 기자] 비장애인 주류사회라고 불리는 현대사회에서 장애인은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을 받는다. 그 영역 중 하나가 ‘고용’에서의 차별이다.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비장애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게 임금이다. 같은 직책, 같은 직급은 물론 같은 직종에서 근무하는데도 불구하고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는 장애가 있기 때문에 비장애인보다 일하는 속도와 업무량에서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거나, 심지어 일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몰지각한 인식의 영향이 크다. 그러한 인식으로 장애인 고용에 접근하면 장애인은 직업을 가졌음에도, 취업을 했음에도 본인이 근로한 것에 대한 적정한 임금을 수령하기는 고사하고,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뿐만 아니라 현 법체계에서는 이러한 장애인에 대한 고용 차별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내용을 버젓이 규정하고 있기까지 하다. 바로 최저임금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최저임금의 적용 제외’에 대한 내용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아래와 같다.

최저임금법 제6조(최저임금 적용 제외의 인가 기준)사용자가 법 제7조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최저임금의 적용을 제외할 수 있는 자는 정신 또는 신체의 장애가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주는 것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으로 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장애가 있는 사람은 그 장애가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주는 경우 최저임금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즉 장애인을 채용하더라도 장애가 업무 수행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줄 수 없고, 오히려 최저임금 이하로 급여를 줘도 괜찮다는 것이다. 과연 이 조항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지는 걸까.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 A 씨는 “발달장애의 정도가 심하니까 장애특성을 고려해서 하루 8시간 근무가 아니라 단시간 근무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마저도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다”고 아쉬워하며, “하루 3시간 근로하면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고용환경에 그 누가 만족하면서 자립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발달장애의 특성상 하루 8시간을 근로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단시간 근로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도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시급조차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장애인 근로자는 취업을 했음에도 충분한 급여를 받지 못해 한 달 생활비를 유지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빈곤으로 이어진다.

기초생활보장수급권 자격을 갖춘 장애인이 취업을 하게 되면 기초생활수급권 자격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기초생활수급권 자격과 취업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취업을 해도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한다면, 급여보다 기초생활보장수급권비로 생활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많은 장애인이 빈곤하게 살아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 씨는 “장애인 근로자가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근로지원인, 보조공학기기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장애인 근로자가 업무 수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제도적으로 노력하며 보장한다면서도 정작 급여는 왜 최저임금도 주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모든 근로자가 근로조건에서 급여를 중요시하듯이 장애인에게도 최저임금 이상으로 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A 씨가 언급한 장애인 근로자를 지원하기 위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제도 중 ‘근로지원인’ 제도는 장애인 근로자가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수령해야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다. 즉 A 씨의 자녀처럼 최저임금 이하로 계약된 근로자는 근로지원인으로부터 근로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장애인 근로자가 얼마나 많을지, 또 위 규정에 따라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은 대부분 중증장애인일 거라는 걸 추측해본다면, 근로지원인 제도는 어쩌면 ‘유명무실’한 제도일지도 모른다. 정작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 근로자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의 중요한 입법과제 중 하나가 최저임금법 제6조 폐지다. 사진 제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다가오는 22대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의 중요한 입법과제 중 하나가 최저임금법 제6조의 폐지라는 건 그래서 반가운 소식이다. 이 조항이 2010년 7월에 개정되었는데, 그로부터 15년이 되어 가도록 장애인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채 근로계약을 체결해왔다는 뜻이다. 물가가 계속해서 상승하는 시대에서 많은 장애인이 빈곤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정치인들도, 더 나아가 국민들도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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