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찬의 기자노트]새로운 도전, 하모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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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에 필담을 쓰는 모습
첼로 선생님(왼쪽)이 손바닥 필담을 하며 하고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관석 작가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2023년 11월 24일 생애 첫 연주회를 하고 2024년 5월 15일 북콘서트를 했다. 생애 첫 연주회 타이틀도, 출간된 책의 제목도 “청년은 오늘도 첼로를 연주합니다”로 같다. 그리고 올해 11월에는 두 번째 연주회 “박관찬, 첼로와의 두 번째 만남 : 청년은 오늘도 첼로를 연주합니다 Vol.2”를 준비하고 있다.

사실 두 번째 연주회 사업에 선정되었을 때 목표는 어찌 보면 소소했다. 첫 연주회에서 실수했던 두 곡을 이번 연주회에서 실수없이 해내는 것, 연주곡에 클래식을 몇 곡 더 추가하는 것, 그리고 ‘첼로의 꽃’이라 불리는 비브라토를 두 번째 연주회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이었다.

그중 두 번째 연주회에서 메인곡으로 첼로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클래식 곡을 악보의 첫 줄만 겨우 외워서 레슨을 시작했다. ‘겨우 첫줄만’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정말 어렵게 느껴졌고, 더군다나 작년 연주회 때 메인곡으로 겨우 연주했던(실수도 했던) 곡보다 더 긴 곡이라서 겁부터 먹었던 게 사실이다.

처음부터 기자가 자신없어하고 어려워하니까 첼로 선생님은 이 곡은 내년, 내후년에 해도 되니까 다른 곡도 알아본다고 하셨다.

그런데 북콘서트가 끝나고 내년, 내후년에 해도 된다는 곡을 그냥 올해 연주회의 메인곡으로 하기로 했다. 첼로 선생님이 아니라 기자가 결정한 것이다. 북콘서트를 하면서 ‘기대’와 ‘욕심’이라는 감정의 어느 중간쯤에서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 곡을 해낼 수 있을지 기자도, 첼로 선생님도 마음 한편으로는 걱정하고 있다. 그래도 첼로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곡이 결국 기자의 첼로 경력에 정말 큰 영향을 줬던 만큼, 이 곡 역시 꼭 해내고 싶은 욕구가 크다.

눈앞을 캄캄하게 하는 하모닉스

하지만 북콘서트가 끝나고 첫 레슨에서부터 큰 산을 만났다. 악보의 두 번째 줄까지 외워서 갔는데, 처음 접한 연주법 ‘하모닉스’에 제대로 당황했다.

하모닉스는 특정 음정에 해당하는 부분의 줄에 손을 대기만 하고 그 줄을 활로 그어 연주하는 연주법이다. 이전까지 음정에 해당하는 부분을 왼손가락으로 세게 짚어서 연주하던 것과 다른 방법인 것이다. 문제는 그 하모닉스에 해당하는 부분을 ‘감’으로 정확하게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기 때문에 첼로의 지판에 스티커를 붙여 놓고 연주하던 방식으로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스티커가 붙여져 있으면 해당 위치를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스티커의 감촉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하모닉스는 줄을 누르는 게 아니라 줄에 살짝 댄 채 활로 그어 연주하기 때문에 스티커의 위치를 손가락으로 확인할 수가 없다. 정말 감으로만 위치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레슨에서 첼로 선생님이 하모닉스에 해당하는 부분에 손가락을 갖다대게 한 뒤 활로 그어본 느낌이 확실히 와닿았다. 뭔가 부드러운 느낌. 높은 음정으로 올라가 있는 상태에서도 첼로만의 부드러운 음색을 유지하면서 진동을 내는 것 같았다.

첼로 선생님에게서 하모닉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작년 연주회를 준비할 때가 생각났다. 작년 연주회에서 포지션 이동을 하기 위해 부단히 연습했다. 포지션 이동은 왼손을 한 위치에서만 연주하지 않고 위아래로 빠르게 움직이며 다양한 음정을 짚으며 연주하는 방법이다.

포지션 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아래로 이동하는 부분에 스티커를 붙여 놓았더라도 정확한 위치에 짚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아서 감으로 정확한 위치를 찾아서 짚을 수 있을 때까지 몇 시간이고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하모닉스는 첫 연주회를 준비할 때 연습했던 포지션 이동보다 더 아래로 이동하는 포지션이면서 동시에 음정을 누르지 않고 줄에 손가락만 대야 한다. 어쩌면 정확한 음정을 짚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도 못한 채 그냥 연주해버릴지도 모른다.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감으로 정확한 위치에 손가락을 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기대와 욕심보다는 도전

두 번째 연주회에서 하고싶지 않은 게 한 가지 있다. 작년 첫 연주회에서 포지션 이동까지 배웠던 상태에서 연주곡만 새롭게 변경하는 것이다. 즉 연주 기술적으로는 아무런 발전 없이 그냥 새로운 곡만 선보이는 것은 하고싶지 않았다. ‘안 보이고 안 들리니까 이 정도면 된다’에서 그치지 않고 ‘더 도전할 수 있다’는 걸 실행에 옮기고 싶었다.

이 이야기를 첼로 선생님께 하지 않았는데, 첼로 선생님도 첫 연주회와 북콘서트를 함께 준비하면서 앞으로에 대한 기대도 되고, 더 잘 하고 싶은 욕심도 생기신 것 같다.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첼로 선생님을 믿고 계속 도전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첼로 선생님과 이야기 나눈 레퍼토리만 그대로 연주할 수 있는 실력이 된다면, 앞서 두 번째 연주회에서 바라는 세 가지 소소한 희망사항보다 훨씬 풍성하고 깊이 있는 연주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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