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각장애인 생존권 위협 … 대책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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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이룸센터에서 ‘감각장애인들이 코로나19에서 안전하기’ 토론회가 열렸다./사진=더인디고
  • 시청각장애인, “코로나19로 인한 고립과 단절은 더 큰 재난”
  • 코로나 위험 때문에 수어통역센터에서 통역 제공 안 해…“인권 침해”
  • “코로나19에서 감각장애인 안전 위한 대책 마련 되어야”

[더인디고 이호정 기자] 감각장애인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정보접근권과 학습권뿐 아니라 생존권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났다.

시각, 청각, 그리고 시청각장애인들이 코로나19에서 어떻게 안전할 수 있을지 대안을 찾는 토론회가 27일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토론회를 주최한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장애벽허물기) 김주현 대표는 인사말에서 올해 2월 4일은 청각장애인들에게 기억에 남을 날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보도에 수어통역사가 공식적으로 배치되고 ‘덕분에’ 캠페인이 진행되는 등 수어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 기자회견 등 끈질긴 활동을 통해 질병관리본부와 복지콜 문자 및 수어통역 상담과 방송에서 수어통역 송출기준이 마련됐다. 또 온라인 교육에서 자막과 수어통역 확대 등이 이뤄졌고 정부에서 코로나19 대응 매뉴얼도 만들어졌다.”면서도 “여전히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수어통역은 물론 점화, 촉수어 등 훈련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시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등 다양한 장애 당사자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겪은 사례에 이어 향후 대책 방향 등을 쏟아 냈다.

손잡다의 최인옥 고문은 “시청각장애인은 시각과 청각 두 장애의 중복으로 시각장애나 청각장애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잔존시력이 있는 경우도 있고 난청 전맹인 경우, 전농전맹 등 유형이 다양하다.”며 “완전히 시각과 청각을 상실한 전농전맹 시청각장애인은 시각과 청각을 대체할 수단이 없어 촉각을 활용한 촉수어와 점자 등을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청각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의사소통이다.”고 언급했다.

▲시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방식/ⓒ토론회 자료집

하지만 “한국의 시청각장애인들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사람을 만나지도 못하고 손잡고 촉수어를 해줄 이가 없어 대화도 못하는 등 고립과 고독 속에서 살아 왔는데, 코로나19로 접촉하지 말라는 것은 촉수어나 점화로 대화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이로 인한 고립과 단절된 삶은 더 큰 재난이 되었다.”고 토로했다.

시각장애인들의 직접적인 생존권 문제도 드러났다.

동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오병철 대표는 “시각장애인들이 주로 종사하는 대표적인 안마업종은 코로나19로 고객이 많이 줄고 수입도 격감하여 생존권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면서 또 “점자수업이나 안마실습 등은 1:1로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비대면 수업이 불가능하다. 직업훈련을 마치고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생계 문제를 피력했다.

농교육・농학교 바로세우기 김여수 가족대표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로 “수어통역센터에서 수어통역을 제공받지 못한 것”을 꼽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감염 방지 때문에 병원통역은 안 된다는 것, 이에 김 대표는 “농인에게 수어통역은 보편적 권리이기에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 보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각장애인 두 아들을 둔 대구장애인부모회 정재은 부회장은 “19세 미만 청각장애인은 2019년 기준으로 4701명이며, 이중 일반학교에 다니는 학생 대부분이 보청기와 인공와우를 착용하기 때문에 대부분 음성언어를 사용하고 수어를 할 줄 모른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에 따르면 재활이 잘 된 경우에도 조용한 환경에서 80% 정도만 알아들을 수 있고 마이크소리, 텔레비전 소리, 방송에서 나오는 소리는 매우 듣기 어렵다. 소리를 자막으로 띄어주는 ‘소로보 탭’을 배부 받았지만 오류 범위가 20~30% 이상으로 중요한 단어의 한 글자만 틀려도 의미를 알 수 없다.

이에 “온라인 강의에서는 영상에 반드시 자막이 필요하며,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일반 마스크 대신 입모양이 보이는 투명마스크 등이 기본인데, 이러한 의사소통 원칙 등이 잘 지켜지지 않아 질 높은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음성언어를 사용하는 난청 학생이나 수어 사용 학생 모두 입모양 신호가 있어야 그 뜻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안전한 투명마스크를 개발하여 교육현장과 재활 치료 현장에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장애인부모회 정재은 부회장(좌)과 장애벽허물기 김철환 활동가(우)/사진=더인디고

김철환 장애벽허물기 활동가는 정부가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과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요구안은 ▲감염병 및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전문수어통역사 등을 양성하고 훈련시킬 것 ▲공식적인 브리핑에 반드시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인쇄물, 재난문자 등 모든 정보는 시각장애인과 시청각장애인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할 것 ▲온라인 학습물은 자막, 수어통역 제공을 기본으로 하며, 실시간 속기지원이나 FM송수신기 등 보조기기를 지원할 것 ▲질병관련 상담은 장애 특성에 맞도록 의사소통을 지원하며, 수어 상담을 위한 시스템 구축할 것 ▲시청각장애인들이 감염병이나 재난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관리 체계를 만들 것 등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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