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어법은 ‘훌륭’…법대로 시행 안 되는 것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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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어의 날’ 제정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 장면
▲8월 7일 열린 ‘한국수어의 날’ 제정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 /ⓒ한국농아인협회
  • 국립국어원, ‘한국수어의 날’ 제정 의견 수렴 공청회 개최
  • 한국수어법 개정 필요 등 과제 제시

[더인디고=이호정 기자]
2019년 기준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청각장애인은 377,094명이며, 국가공인 민간자격 수어통역사 자격취득자 수는 1818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정부 브리핑 등에서 수어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한글날은 10월 9일인데, 한국수어의 날은 언제일까?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은 7일 오후 2시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엔90(N90)에서 ‘한국수어의 날(이하 수어의 날)’ 제정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는 제한된 인원만 참여하고 유튜브의 한국농아방송에서 수어‧음성통역 및 문자통역을 지원하여 생중계로 진행됐다.

‘한국수화언어법’(이하 한국수어법)은 2016년 2월 3일 제정, 8월 4일 시행됐다. 한국수어법 제17조에 명시된 것처럼 한국수어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수어의 날’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국립국어원은 공청회를 열고 한국수어법의 성과와 과제를 살펴보고 한국수어의 날을 언제로 정하면 좋을 지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청회 1부에서 강남대학교 수어번역학과 변강석 교수는 “농인은 소수로서 농사회가 아닌 청인사회에서 살게 된다. TV에서도 수어통역은 작게 표시된다. 서류 작성이든 의사소통에서든 청인의 언어에 끌려가는 상황이다.”면서 ”농인사회 안에서도 수지 한국어(한국어의 손 버전)를 통해 교육이 이루어진다. 한국수어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현 주소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수어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의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전에는 입으로만 사용하는 것을 언어라고 했으나 지금은 수어를 여기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계속 언어를 말로 하는 것이라고 고집한다면 이 정의는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의 김철환 정책실장은 “기대를 갖고 만든 법이지만 법이 작동 안 된 사례가 많았다.”며 산불 등 재난 시 또는 주요 정부 브리핑 등에 수어통역이 제공되지 않는 등의 문제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수어정책 감수성 부족 ▲우리 사회의 수어에 대한 인지 부족 ▲농인들과 단체의 권리 요구 미흡 ▲농인만을 위한 공용어라는 한계 ▲교육 ,이동, 의료, 방송 등 타부처 정책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서울수어전문교육원 이미혜 강사는 “한국수화언어법은 아주 훌륭하지만 시행되지 않고 있는 조항이 많은 것이 문제다.”면서 “한국수어법에 청각장애 발생 초기부터 수어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청인 부모가 농인 아이를 낳을 때 와우 수술을 해야 할지, 수어를 사용하게 할지 선택할 수 있게 정보를 줘야 하지만 한국은 수어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라 대부분 수술을 한다.”고 비판했다.

▲서울수어전문교육원 이미혜 강사가 발표하고 있다./ⓒ한국농아방송 유튜브 화면 캡처

이어 “ 농학생들은 농학교에 가지 않고 70%가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는다. 자연히 수어를 배우는 학생이 많지 않고 청인학교에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수어법에 농인 등의 가족을 위한 한국수어교육, 상담 및 관련 서비스 등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되어 있으나, 청인 부모들이 수어를 배우겠다는 인식이 없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농인의 언어권 차별에 대한 조항 신설 ▲공교육과정에서 수어교육 권고 조항 신설 ▲농문화를 이해하는 청인이 교원 자격을 딸 수 있도록 한국수어교원 자격검정시험 관련 시행령 개정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2부에서는 ‘수어의 날’ 지정과 관련 토론이 진행됐다. 그동안 ‘수어의 날’로 한국수어법 제정일인 2월 3일, 한국수어법 시행일인 8월 4일, 조선농아협회 창립일인 6월 1일, 그리고 세계 수어의 날인 9월 23일 등이 거론되어 왔다. 변강석 교수는 한국수어에서 수어, 전달하다 등의 수형을 토대로 9월 9일을 제시했다.

▲변강석 교수가 한국수어에서 수어하다는 수형을 표현하며 수어의 날로 9월 9일을 제시했다./ⓒ한국농아방송 유튜브 화면 캡처

[더인디고 The 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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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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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e7975@naver.com'
전혜진
2 years ago

2019년 기준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농인(청각장애인)은 377,094명이라고 하셨는데
농인이 아니라 ‘청각장애인’의 수가 377,094명 인것 같습니다. 확인 후 수정해주실 수 있을까요?

Admin
조성민
2 years ago
Reply to  전혜진

감사합니다 확인후 조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