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모어 찬’S] 코로나19와 돌봄의 무한 굴레

코로나19 속 가족
ⓒPixabay
장경찬 집필위원
장경찬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장경찬 집필위원] 코로나 19의 확산세가 수그러들며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던 상황은 다시 세 자릿수를 넘나들고 있다. 제한된 생활을 하며 조금만 버티면 지나가겠지 하는 마음은 이제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9개월이 지나 언제 좋아질지 모르는 상황에 더욱 지쳐가고 있다. 코로나 블루와 코로나 블랙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고 우울감이나 무기력함을 넘어 이젠 포기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모두에게 힘든 상황이지만 취약계층에게는 어려움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연일 언론에서는 사회적 약자인 노인, 아동, 장애인을 비롯한 경제 소외 계층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를 보도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 어쩌면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아 외면해 왔던 부분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민낯이 파헤쳐진 느낌이다.

보도되는 이슈 중 눈에 띄던 주제는 돌봄이었다. 내가 돌봄의 대상자 혹은 주체는 아니지만 활동하며 만나는 대부분이 희귀난치아동을 양육하는 보호자들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코로나19로 만나지 못하고 전화로 소식을 주고받으며 주로 아동의 치료 상황, 양육과 돌봄, 보호자 상황을 듣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한다. 외출이 전보다 제한적인 것, 마스크를 쓰고 다니거나 병원 출입 시 확인하는 상황 말고는 보호자들은 여전히 아동과 24시간 생활하고 있었다.

모두의 일상생활을 바꿔 놓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그들은 왜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들이 안 바뀐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바뀌었고 그들과 같아졌다. 24시간 돌봄으로 힘들어하며 몇몇이 외치던 소수의 문제가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로 바뀌었다. 원치 않는 상황으로 모두가 무한 돌봄의 굴레에 빠져 버렸다. 어린이집, 학교 등이 폐쇄되고 돌봄이 가족의 책임이 되며 이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돌봄과 관련하여 ‘육아 지옥’ ‘육아 우울증’ ‘육아 감옥’을 호소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은 이미 돌봄 굴레 안에 있었고, 우리도 돌봄의 무한 굴레에 빠졌다

최근 관련 뉴스들이다.

  • 코로나로 힘든데 장마까지…‘우울에 갇힌 일상’ 2020.08.11 세계일보
  • 전쟁 같은 ‘코로나 육아’…“언제까지 버틸지 모르겠다” 2020.09.01 조선일보
  • 한계에 다다른 전업주부들…24시간 ‘독박양육’에 코로나 블루 2020.08.28 연합뉴스

장애계나 희귀난치질환, 중증질환, 노인문제 등에 있어 돌봄은 이전부터 지속해서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우리나라는 돌봄과 생계 등에 있어 가족이 챙겨야 한다는 전통이 쉬이 없어지지 않았다. 내가 만나는 보호자들도 예전부터 돌봄에 대한 스트레스, 우울, 무기력함을 호소하고 도움이 필요했지만, 엄마니까 혹은 아빠니까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으로 치부되고 돌봄의 지원 역시 한정적이었다.

모두의 문제가 되자 정부는 빠르게 대책 마련을 위해 논의가 진행 중이다. 우선 공적돌봄 확충을 위해 돌봄시설운영, 가족돌봄휴가연장, 아동돌봄비 등 여러 가지 안이 만들어지고 몇 가지는 빠르게 시행 중에 있다.

돌봄은 누구에게나 힘든 문제다. 그게 24시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장애인, 희귀난치질환자, 중증질환자 등은 이미 알고 있었고 우리 사회는 이제야 알았지만, 논의되는 대책 중 사회적 약자들이 얘기했던 어려움은 여전히 빠져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변화되고 있다. 이 변화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누군가 빠져있는 굴레에 누구나 빠져들어 갈 수 있다. 소수의 문제는 언젠간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누군가가 빠졌을 때 건져 내는 것이 아닌 굴레 자체, 그 원인을 없애버리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인디고 THEINDIGO]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